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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안전장비기업 산청 인수 한컴그룹 김상철 회장 | 보호복에 ICT 접목…아이언맨도 만들 수 있어
 
2017.09.04 10:16
좀 이례적이다.
2010년 이래 영업이익률 높은(15% 이상) 소프트웨어 업체만 인수해왔다. 아니면 해외 진출 시너지 효과가 있는 기업들이거나. 그런데 이번엔 방독면 등 안전장비 제조업체 ‘산청’을 인수하다니 좀 의아하다는 이들이 많다. 종전 방식과 워낙 달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글과컴퓨터, 한컴MDS, 소프트포럼 등 소프트웨어 회사 군단만으로 매출액 3500억원을 올리고 있는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64) 얘기다.
한컴그룹은 사내유보금이 1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그동안 무차입 경영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이번 인수에서는 ‘무차입 경영’ 원칙마저 깼다. 산청의 인수 가격이 무려 265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설립한 펀드로부터 500억원 등 총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산청이 어떤 회사길래 잘나가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빚까지 얻어가며 인수에 공을 들였을까. 금감원 자료를 보니 산청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000억원 남짓이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280억원대에 달한다. 직전 해인 2015년에도 매출액은 880억원대였지만 영업이익은 220억원이었다. 웬만한 소프트웨어 업체 영업이익률과도 맞먹는다. 또 매년 영업이익 두 자릿수% 성장세라면 6~7년이면 인수 가격을 뽑고도 남겠다 싶다.
증권가에서도 외부 자금 조달 우려보다는 성장성 면에서 기대감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청 인수로 예상되는 기대 효과는 한컴그룹 산하 소프트웨어 업체의 개발 능력을 점차 스마트화되고 있는 하드웨어 업체(산청, 유니맥스, 텔라딘, 두레콤 등) 제품에 적용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룹 규모도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산청 인수 완료 시 한글과컴퓨터의 연결 기준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7%, 65% 증가하면서 유진투자증권 추산 주당 가치는 약 2배 수준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가평에 ICT·헬스케어타운 조성 중
추가 M&A도 매물만 괜찮으면 단행
내년 CES에 드론 레이싱 선보일 것
김상철 회장은 “단순 매출 합산 정도로 인수 효과를 분석하기보다 시너지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10년 한글과컴퓨터 인수 이후 그동안 ‘선택과 집중’ ‘한 우물’ 전략을 폈다면 지금부터는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다각화 전략을 펼칠 때가 됐다는 입장이다.
“2010년 아이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혁명이 시작됐을 때는 소프트웨어 투자가 맞았어요. 하지만 다시 하드웨어 경쟁이 시작되고 있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집중된 사업구조가 오히려 경기 방향이 달라질 때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제는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구축할 때란 생각이 들어 산청 인수에 나서게 됐습니다. 산청은 지난 47년간 개인안전장비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했고 제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평균 영업이익률 24%를 자랑합니다. 연평균 성장률도 20%를 넘고요. 여기에 한컴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하면 조 단위 매출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당장 매출액은 대폭 늘어날 수 있겠지만 호흡기, 마스크, 보호복 분야 독보적인 회사와 소프트웨어 업체 간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날지는 솔직히 감이 잘 안 잡힌다.
김 회장은 이런 반응에 본인의 컴퓨터 화면에 그림을 하나 띄웠다. 방독면, 마스크, 보호의류에 깨알같이 한컴 계열사 기술이 촘촘히 연결돼 있는 그림이다.
그의 설명을 정리하면 한컴MDS가 보유한 IoT, 열화상 감지 기술을 접목해 개인안전장비 기능을 업그레이드함과 동시에 생산 관리 시스템도 뜯어고칠 수 있단다. 또 한컴지엠디의 VR, AR 기술을 활용해 제품 테스트, 안전 교육 시스템도 만들 수 있고 방독면에 한컴의 열화상 카메라, 쌍방 통신 기능을 추가시키면 더욱 높은 값에 팔 수 있다는 복안이다. 보호 의류장비에는 현재 한컴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심박 기능, 체온 조절 센서 등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를 접목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그동안은 단순 보호장비를 팔았다면 앞으로는 첨단 종합 신체 관리 장비로 진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영화 아이언맨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수요처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반도체 공장 등 특수 설비업체부터 군, 소방 등 방위산업에서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3년에 이미 국방 항공용 컴퓨터 업체인 유니맥스정보시스템을 인수, 방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습니다. 기존의 방산 연구개발 용역 외에도 방산용 보드 생산을 할 때 계열사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시켜 2014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경험도 있고요. 산청을 통해서는 방위산업 진출보다도 재난 안전산업 분야 진출에서 더욱 기대가 커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융복합해 불길에 뛰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원전 사고 같은 치명적인 재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온리원’ 제품을 계속 내놓는다면 매출 성장은 자신 있습니다.”
김 회장이 이처럼 남들이 보기엔 생소한 제조업체 인수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그의 이력에 비밀이 있다. 김 회장은 원래 창업을 하려 했던 건 아니었다. 마지막 직장은 금호전기, 직책은 영업본부장이었다. 그런데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오면서 회사가 어려워졌다. 당시 금호전기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업부 중 하나였던 금호미터텍(현 두레콤)을 종업원지주회사 형식으로 분리시켰다. 직원들과 상의 끝에 명목상 대표가 됐지만 만사가 막막했다. 당시 회사 주력 상품이었던 전력 공급 시스템을 팔기엔 국내 사정은 너무 열악했다. 나라가 빚더미에 올랐는데 인프라 투자는 요원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눈에 들어온 건 달러 환율. 당시 1달러에 2000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수출을 하면 회사 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봤다.
해외를 돌아보니 독립국가연합 국가들의 재건 움직임이 있었다. 특히 라트비아가 전력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날아갔다. 국제 입찰에서 모진 영업활동 끝에 수출길을 뚫었다. 김 회장은 소프트웨어 사업가라기보다는 사업 초기엔 오히려 제조업 출신에 영업통에 가까웠던 셈이다. 덕분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을 오가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대내외 평가다.
한컴그룹 컨설팅을 수행했던 네모파트너즈의 류재욱 총괄사장은 “월급쟁이에서 경영자가 되는 순간부터 위기를 맞았고 짧은 시간 만에 문제 해결을 하면서 기업가정신을 몸소 현장에서 익혔기에 배포나 사업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한컴그룹이 방산산업뿐 아니라 가천 부지 개발을 통해 레저, 헬스케어, ICT 교육 등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융복합을 통한 신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것도 다양한 계열사와 경영진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청 인수 이외에도 김 회장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격 드론 레이싱’이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 경주처럼 드론도 경주 방식이 앞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이를 자체 보유한 VR 기술을 적용, 전 세계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사이버 드론 레이싱 대회를 열겠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이 기술을 내년 1월 미국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8’에서 전격 공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통번역기 ‘지니톡 웨어러블’ 제품도 연내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미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활용되기로 한 제품을 인공신경망 번역기술을 적용시켜 보다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며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그가 국내에서 가장 자주 드나들며 공을 들이는 곳은 경기도 가평이다.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185만㎡(56만평) 부지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 최근 한컴마루 준공을 필두로 카이스트·건국대·ETRI 등과 협력, 모바일·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생애주기 맞춤형 휴식·첨단주거·바이오 헬스케어 등을 연구하고 실험적인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IT 기술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미래형 주거공간을 제시할 겁니다. 가평에 오면 가까운 미래를 조만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추가 M&A요?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면 언제든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시대가 변했으니까요.”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4호 (2017.09.06~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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