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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시대정신과 대통령 선거
 
2017.03.20 15:37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장미 대선’이 현실화됐다. 집권을 향해 명운을 건 대권 주자 간 경쟁이 치열하다. 각 당마다 일제히 선거모드에 돌입하며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진다. 각 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불꽃 튀는 접전을 벌인다. ‘벚꽃 경선’에서 이겨야만 본선 티켓을 거머쥔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진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을 뽑는 운명의 시간이 전개된다.
“적폐(積弊)를 청산하라.” “구태(舊態)를 척결하라.” “국민을 통합(統合)하라.” 새 정치를 기대하는 유권자의 시대적 주문이다. 이에 화답하는 유력 주자의 선거 공약이 봇물 터지듯 분출한다. 선심성 공약의 성찬(盛饌)이 벌어진다. 모두 표심을 잡는 데 혈안이다. 정경유착 근절, 일자리 창출에서부터 재벌 해체, 서민 채무 탕감 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성 공약이 봄꽃처럼 만개한다. 그럴듯한 포장과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권자를 현혹한다. 문제는 재원 마련과 실천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바람 앞의 등불’이다. 소위 ‘퍼펙트스톰’이 몰려온다. 4월 위기설이 고조된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와 외교 안보에서 ‘한국 때리기’ 협공을 가해온다.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은 올해 2~3차례 더 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금융시장에선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무역정책보고서를 의회에 제출, 한·미 FTA 재협상을 공식화한 것도 큰 변수다.
한반도 주변 상황은 급변한다. 한국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추가 핵실험까지 감행할 태세다. 국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보복은 날로 노골화한다. 국가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게다가 부실기업 정리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한진해운 파산에 이어 대우조선도 워크아웃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에서 10년 넘게 정체 상태다. 잠재성장률은 뒷걸음질 치면서 2%대로 추락했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얼어붙어 민간과 정부 부문의 불균형이 심화한다. 2016년 성장률 2.7% 가운데 2.2%가 정부지출과 건설 투자에 의존한 것으로 분석될 정도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수출주도형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 한국 경제는 중환자 상태다. 획기적인 경제체질 개선 없인 성장률이 3%대 재진입하길 기대하기 힘들다.
국론 분열,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는 사회적 통합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 반칙 없는 공정한 사회질서는 어떤 방식으로 구축하나? 권력의 오남용과 오작동을 막을 통치체제의 개편 방향은? 성장 엔진을 무엇으로 활성화해 경제를 살려낼까? 정책의 단절 대신 정책의 일관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고령화·저출산 추세에 최선의 복지체제 구축 방안은 무엇인가? 한반도 주변 열강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외교 안보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나? 차기 대통령은 이 같은 핵심 이슈에 정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중구난방식 모순된 공약보단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국정과제 추진방안 제시가 절실하다.
비선농단 사태를 계기로 국정 운영의 치부가 드러났다. 앞으로 정부가 새로운 정권 사업을 펼치고 기업을 동원하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 민간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에서 정부는 손을 떼야 한다. 특히 과도한 준조세를 걷어 기업부담을 가중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전을 가진 새 국가 지도자를 뽑아 국격을 높이고 국력을 재건할 ‘골든타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후보에 대한 냉정하고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미래 대한민국은 국민의 현명한 선택에 달렸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0호 (2017.03.22~03.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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