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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클릭] 더 테이블 | ‘쉼표의 미학’ 섬세하게 살린, 네 커플 스토리
 
2017.09.04 10:57
‘더 테이블’은 최근 보기 드문 여성 영화다. 여성 영화라는 것은 단순히 여자가 연출하고, 여자가 출연했다와 같은 물리적 특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연출을 따지자면 감독은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다. ‘폴라로이드 작동법’이라는 단편, ‘최악의 하루’라는 장편 영화로 우리 뇌리에 기억을 남긴 남자 감독 김종관이 연출을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테이블’은 여성이 어떤 생각을 하고, 여성이 어떤 말을 하고, 여성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곰곰이 고민하고 그것을 잘 반영했다. 그런 의미에서의 여성 영화다.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는 어떤 하나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네 쌍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카페 창가에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고, 그 테이블에 네 쌍의 손님이 오가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창가 테이블 자리를 보면 과연 그들이 창밖 풍경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행인들의 풍경이 되는 것인지 혼동될 때가 있다. 간혹 살다 보면, 길가에 서서 커피를 마시는 창가 쪽 테이블 사람들을 마치 액자 속 그림이나 사진처럼 바라볼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풍경을 보는 풍경’이 되기도 한다.
첫 번째 커플은 오래전 한동안 연인이었으나 지금은 타인이 된 사람들이다. 게다가 한쪽은 유명 배우가 됐고, 한쪽은 생활인으로서의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 대단한 유명인이 된 전 여자 친구를 보는 남자의 질문이나 눈빛은 어쩐지 너무나 평범해서 애처롭다. 여배우라는 말에 들러붙은 온갖 세속적 관심을 모조리 다 보여주는 그 남자는 어쩐지 그녀의 전 남자 친구라는 사실이 더 안타까울 정도다.
두 번째 커플은 아직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해, 날 선 말로 자기를 보호하는 고슴도치 같은 사람들이다. 상처받기 싫어 자꾸 상처 주는 말을 내뱉는 여자는 어떤 점에서 너무 진한 보호색 때문에 아예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그래서 더 외로워지는 캐릭터다. 하지만 감독은 이 두 사람에게 결국, 용기라는 단어를 부여해 새로운 관계의 물꼬를 터준다.
세 번째 커플은 결혼을 대비해 부모 대행을 해주는 여성과 그 여성을 고용한 여자의 이야기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만 대행 어머니를 돈 주고 사는 젊은 여성의 아이러니는 어쩐지 마음을 아리게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은 대행 어머니에게도 전달돼 그래도 세상에 남은 온기를 성큼 전하게 하는 힘을 갖게 한다.
마지막 커플은 사랑했으나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두 남녀다. 남자는 결혼 앞에서 뒷걸음질 쳤으면서 여자가 떠난 것처럼 엄살을 피운다. 오히려 여자는 더 당당하다. 지금이라도 부르면 갈 수 있다고 선언하지만 그 선언 앞에 망설이는 건 남자다.
네 명의 여성 인물들은 각자의 말투와 색깔, 처지와 태도로 형형색색 다르게 빛난다. 말보다 행간 사이에 더 많은 의미를 담아놓은 섬세함도 눈길을 끈다. 결국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여성을 타인으로 받아들이고 알게 되는 것은 그 행간의 말들을 읽어내는 것일 테다. 영화 ‘더 테이블’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과잉의 주제와 언어를 쏟아내는 최근의 한국 영화들이 갖지 못한 그런 사유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그게 ‘더 테이블’의 가장 큰 가치리라.
보는 게 아니라 돌아보게 하는 힘, 간혹은 우리 영화계에도 이런 쉼표의 미학이 필요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4호 (2017.09.06~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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