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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논란의 소득 주도 성장론
 
2017.09.04 11:10
정권마다 경제정책 색깔이 다르다. 매번 거창한 정책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과 고환율 정책을 폈다. 그 혜택은 건설회사와 수출 대기업에 돌아갔다. 내수는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박근혜정부는 저금리 정책에 올인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과열을 빚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효과가 없었다. 이제 문재인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세운다.
“소득은 성장의 과실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성장 중심 정책은 양극화를 키웠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거의 없었다.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성장의 몫을 자본보다 노동이 더 적게 가져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가계, 부자와 빈곤층 사이의 격차는 날로 커졌다. 성장은 한계에 직면했다. 대기업 감세, 임금 인상 억제 정책은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소득(임금) 주도 성장론은 포용적 성장과 같은 맥락이다. 소득에서 성장을 낳는 발상의 전환이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자는 유효수요 부족, 특히 과소소비가 문제라고 본다. 이들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충분한 유효수요를 창출해야만 완전고용이 달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민간 소비의 원천은 가계소득이다. 그런데 가계에서 고소득층은 소비 성향이 낮다. 버는 돈 대부분을 쓰는 취약계층은 그 반대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중하위 계층 소득 증가→소비 개선→생산 증대→투자 증가→일자리 확대로 성장의 선순환을 시도한다.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해 물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든다.” 문재인정부는 이 같은 경제철학으로 △저임금 근로자 소득 제고와 △중소기업 중심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친다. 그러나 ‘임금 주도’ 경제는 생산 비용을 높여 투자와 수출을 저해한다. 신자유주의 ‘이윤 주도’ 경제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의 한 대학 경제학과에 학점이 후한 교수가 있었다. 그런데 수강생에게 몽땅 F를 준 사건이 벌어졌다. 무상복지 논쟁을 실험한 결과였다. 교수는 “국민 누구도 가난하거나, 지나친 부자로 살아서는 안 되며, 모두가 평등한 부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 맞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는 시험점수 평균에 따라 같은 학점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학생 모두 찬성했다. 공부를 하지 않던 학생은 계속 놀았다. 우수 학생도 “내가 왜 남 좋은 일을 해야 하나?”라며 공부를 게을리했다. 결국 모두 F를 받은 뒤 “무상복지는 반드시 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경제의 일부만 보고 편향된 정책을 펴선 안 된다. 소득 주도 성장론이 임시 구원투수가 될 수는 있겠으나 만병통치약을 줄 수는 없다. 합병증에 걸린 경제를 다시 살리려면 온전한 정책 수단의 조화로운 활용이 필요하다. 내수를 끌고 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는 소비와 투자다. 왜소한 바퀴살, 취약계층 소비 증대만으로 경제를 살리기는 역부족이다. 부자와 중산층의 소비심리도 진작해야 바퀴가 튼튼해진다. 저소득층을 돕는 재원을 부자 증세로 마련한다면 자칫 부자는 지갑을 닫고야 말 것이다.
소득 재분배에 매몰되단 결국 전체 가계소비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게다가 복지 확대를 위해 재정지출이 비대해지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또한 일자리를 만드는 생산적 바퀴, 투자와 수출을 무시할 순 없다. 기업 규제 완화, 기업가정신 진작, 산업구조 개혁으로 기업 국제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만 한다. 성장의 씨앗은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자라나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과 대기업을 불신해선 역효과만 난다. 기업활동 의지를 억압하고 훼손하는 시책을 남발해선 더더욱 곤란하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4호 (2017.09.06~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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