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된 정책의 정의를 아주 간략히 요약하면,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 그리고 사회 환경 및 문화를 둘러싼 차이를 고려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사 정책에서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돼 있다고 함은 무엇일까. 더욱 포괄적인 맥락에서 양성평등이라는 가치는 인사 정책에 어떻게, 어느 정도 반영돼야 바람직하다고 할 것인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 조직에서의 일가정 양립 정책과 인사라는 관점에서 이를 연관지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국방부는 재작년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전체 간부 중 5.5%인 여군 비율을 2022년까지 8.8%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2017년 기준 1,100명인 여군 간부 비율을 2022년에는 2,450명으로 120% 이상 늘릴 계획으로 구체화했다.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흐름이 군 인사 정책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저출산 기조가 유지되는 한 병사는 줄어들어도 간부는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현상에서 여군 간부의 비중 역시 늘어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이러한 여군의 확대는 단순히 양성평등이라는 철학적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은 아니다. 여군의 확대를 위해 수반되는 각종 제도의 발전, 조직 내 수용성, 사회적 합의 등을 다차원적으로 함께 살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군 인사담당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군 조직이라는 특수성상 여러 가지 요소가 반영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여군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특수성과 남군과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군인이라는 보편성을 동시에 반영하는 직업군인임을 인지해야 한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특수성 반영은 모성보호 라는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에 나타난 가치와 제도의 적용이 필요하고, 군인이라는 직종의 특수성은 타 직종에서의 여성과는 다를 수 있는 군 조직의 근무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일가정양립 정책은 인사 정책의 최전방에 있는 담당자는 물론, 군조직 지휘관들이 숙지해야 할 우선적인 분야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군의 모습을 살펴보자. 최근, 우리 군은 일가정 양립과 관련한 훈령 을 개정하고 세부적 전달 지침을 각 부대에 하달해 아이 기르면서 일하기 좋은 군 조직 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것이 군 인사 정책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전 사회적인 맥락에서 보면,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방안으로 최근 들어 대두되는 분야로 법 제도화된 시간정책과 근로 조직의 문화ㆍ환경적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관련된 이야기를 군 조직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전자의 시간정책은 각종 법령에 구비된 법제도를 현실에 적용시키면 바로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육아시간의 활용, 육아휴직의 활용, 출산전후휴가의 활용, 더 나아가 모성보호제도의 일종으로 널리 알려진 생리휴가 등의 활용이 여기에 해당될 테다. 아무리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해도 일반기업에서는 꿈만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해당 연령의 자녀를 둔 경우 정규 근로시간 중 하루 2시간을 육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때 일종의 혜택 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도는 공공기관과 공조직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되고, 군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군에서 제도 활용 성공은 향후 우리나라 사기업까지 일가정 양립 제도가 공고히 자리 잡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다시 논지로 돌아오면 이는 곧 후자의 근로 조직 문화ㆍ환경적 변화로 연결된다.




▲이윤진(2018), 군복지 관련 법률 분석과 향후 과제 를 수정해 작성


워라벨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보편화되면서, 조직에서 일을 위해 개인의 생활을 희생토록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책무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각 조직마다 구성원의 특성이 다르고 조직의 문화가 다르고 업무의 특성이 상이하기에 모든 작업장에서, 모든 기관에서 이러한 문화를 평등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임은 변하지 않는다. 군 조직의 경우 다른 민간 기업이나 타 조직에 비해 남성의 절대적인 수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남성중심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군의 비중, 여군 간부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지만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군의 조직 문화는 정책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데 더욱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저출산 극복방안으로 중요시되는 근로 조직의 문화ㆍ환경적 변화는 그 무엇보다 군이 현실적으로 노력해 변화를 달성해야 할 부분이다.

위의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허가를 받아야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상사가 바뀐 제도에 대해 문헌으로만 이해하고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제도의 정착은 요원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곧 여성에 대한 인사 정책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여군이 성장하고 자리 잡는 데 있어, 군 조직의 긍정적인 인사정책적 변화를 이끄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함을 인지해야 한다.

본 글에서는 일가정 양립 제도의 인사 정책에 있어 중요성을 군 조직 내 여군 인사의 예를 통해 들었다. 하지만 이는 군의 특수성만을 반영한 것이 아닌,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일하고 있는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누차 이야기 하지만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여성의 특수성을 반영한 노동권 보장과 양육에 수반된 모든 행위를 보장하기 위한 인사 정책은 별개의 흐름이 아니다. 내가 속한 조직의 내 상사의 생각은 그 누구의 생각보다 내 삶,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의 바로미터라다. 차이를 정당한 차이가 아닌 불평등의 관점 에서만 바라본다면, 우대라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우리는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