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甲은 잦은 지각으로 동료에게 출?퇴근카드를 체크해 달라고 부탁한다. 은행에 근무하는 乙은 부서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계산서를 제출한다.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丙은 재고창고에 쌓인 문구류 등을 퇴근길에 가져간다. 방산업체에 근무하는 丁은 회사에서 개발한 핵심기술을 빼돌리고, 경쟁업체에 이직하였다.

기업 경영에 심각한 위기로 빠뜨리는 많은 요인들 중 직원 절도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해 간과되고, 시간 절도, 현금 절도, 물품 절도, 정보 절도 등이 모든 사업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공금횡령 및 유용, 현금 편취, 문서 조작, 생산품 무단 반출, 공용용품 남용 및 사무용품 반출, 고객 정보와 기업 비밀 유출 등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무궁무진하다. 특히, 서구에서는 업무시간에 불필요한 행위 등으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시간 소비에 대해서도 절도 범주에 포함한다.

ACFE(2012)에 따르면 직원 절도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연간 총 손실액이 5백억 달러에 달하고, 손실 비율은 7%이다. 또한 미국 기업의 약 20～30%가 직원 절도 행위에 의해 파산하며,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범죄이다. 이렇듯 직원 절도는 실질적으로 피해 규모가 엄청나지만 기업마다 규정과 통제가 다르고, 정확한 피해를 수치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오랜 기간 되풀이되고, 구조화돼 암수범죄(暗數犯罪)로 남게 된다.

직원 절도란 무엇인가?

직원 절도는 조직의 자산이나 시간, 정보 등을 훔치는 것이다. 직원들이 정당한 권한 없이 조직의 자산이나 정보 등을 자기 소유로 하는 것이며, 시간을 낭비해 조직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도 포함한다. 직장 내에서 직원들의 비윤리적 행위, 일탈행위, 그리고 반생산적 행위 중 상당한 부분이 직원 절도의 범주에 들어간다. 따라서 직원 절도는 직원이 업무 수행과정에서 직장 내 유?무형의 자산을 오?남용하고, 업무 효율성 및 생산성을 저해해 손실 및 피해를 입히는 행위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하루 24시간 중 1/3 이상을 직장 내에서 생활화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업무시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의 사적인 업무와 전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 규정 시간 이상의 긴 휴식시간, 출?퇴근시간을 준수하지 않는 등 시간을 소비할 때 바로 시간 절도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시간 절도는 기존의 기업문화에서 이슈화되지 않았고, 무의식적으로 가장 쉽게 행동할 수 있는 유형이며,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도 증명하기도 어렵다. 최근 각 기업에서 일정 시간대를 업무 집중시간으로 설정해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은 직장인들이 업무 외 비업무적인 활동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편, 각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시 비흡연자에게 가산점 부여, 사내 흡연구역 폐지, 금연 서약서 징구는 임직원의 건강은 물론 업무 집중도를 높여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동시에, 흡연으로 인해 업무 시간에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데 있다.

현금 절도는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시간을 금전으로 보상받거나 현금을 무단으로 유용 및 취득하고, 회사 내 권한을 이용해 고객의 돈을 계좌 이체 하는 행위다. 직원의 현금 절도는 점점 지능화되고,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적 이윤을 얻기 위해 부당한 수당 수령, 위조 및 변조, 공금횡령, 분식 회계, 인?허가 및 계약 등의 대가로 금품요구, 물품 구매 시 뇌물 수수, 각종 급여 항목?위조 청구서 등을 조작해 현금을 부당으로 착복 및 유용하는 행위는 현금 절도의 쉬운 유형이다. 또한 고객에게 실제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 차액을 챙기는 것 또한 현금 절도이며, 이는 기업의 이미지와 명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물품 절도는 회사 제품 및 생산품을 임의로 취하거나, 공용물품 및 사무용품, 비품 등을 업무와 상관없이 오?남용하는 행위이다. 물품 절도는 간단하고, 단순하게 행하는 행위로 시간 절도와 마찬가지로 가장 쉽게 위반할 수 있는 유형이다. 타인의 지갑이나 스마트폰 등 고가의 물품을 훔치는 절도범은 아니지만 공용물품이나 사무용품 등을 몰래 훔쳐 가면서도 죄의식을 느끼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소해 보이는 사무용품(복사용지, 펜, 문구류 등) 남용과 무단 반출, 자신 및 배우자, 자녀의 학교 과제 등 이유로 대용량 문서 인쇄 등은 비용이 얼마 되지 않으나 많은 직원에 의해 무분별하게 이뤄진다면 기업에는 큰 손실이 발생한다.

정보 절도는 현대사회에서 정보를 매개물로 하여 그 가치가 증대됨에 따라 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이다. 다른 절도 유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업 및 국가 차원의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온다. 최근 발생한 금융권의 개인 정보 유출사건이 대표적이다. 정보 절도의 수법에는 개인정보 거래, 고의로 고객정보목록?계약서?제품?설계도?기타 데이터를 경쟁업체에 제공하거나 회사의 비밀 정보를 훔쳐 전자메일 등을 통해 발송하거나 USB, CD, 휴대 전화로 복사 및 촬영해 외부로 유출하는 등 다양하다.

직원 절도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내부통제시스템으로 쉽게 발견되지도 않으며,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다. 기회와 취약한 시스템은 직원들로 하여금 절도 원인의 빌미를 제공하며, 건전하고, 윤리적인 기업 문화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화이트칼라(white collar), 블루칼라(blue collar)업종과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서 발생한다.

맺으면서

직원 절도는 금전적 손실 외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적 손실, 인적 자원의 비생산적 활용으로 인한 조직의 비효율성, 절도 예방조사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 도덕(윤리)적 측면에서의 기업 이미지 실추, 직원의 사기 저하와 이직 가능성, 경영진과 직원 간의 상호 신뢰 붕괴 등의 결과를 가져온다. 직원 절도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지만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조직 분위기와 의식 전환이 선급 과제다. 지금까지 관대하고 용인됐던 직원 절도에 대해 현 상황과 문제점을 직시해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직원 절도를 용인하지 않는 조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둘째, 각종 직원 절도를 한 직원에 대해 적절한 처벌과 제재가 필요하다. 업무시간에 개인적인 업무를 보거나 초과근무수당 및 출장비 유용, 공용물품 남용 및 무단 반출, 내부정보이용 부당 취득 등 직원의 사소한 행위에 대해 직원 절도 범죄임을 인식하고, 적절한 처벌과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경계하고, 심각할 경우 형사사법기관의 도움 및 협조를 받아야 한다.

셋째, 내부통제강화와 비공식적인 시스템의 활성화가 동시에 강구돼야 한다. 내부통제는 일회성, 홍보성이 아닌 지속적인 모니터링, 조기경보 및 자가 진단시스템 등을 운용해야 한다. 기업의 비공식적인 모임이나 내부자 고발시스템은 범죄 및 손실 예방의 효과가 있어 직원 절도를 찾아내는데 긍정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넷째, 직원 절도 예방 윤리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윤리회복이 절실하다.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관련 법규 및 윤리강령 등을 충실히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