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 =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월간노동법률] 임고은 기자 = 대법원이 일반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5세로 판단한 이후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범부처 인구정책TF가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확정하며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년 65세 연장 논의에 앞서 이미 시행된 60세 정년의 부작용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월 11일 정년연장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2017년 전면 시행된 60세 정년연장으로 조기퇴직, 청년실업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60세 정년 연장은 지난 2016년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돼 2017년에는 전 기업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한경연은 60세 정년연장이 시행된 후 4년간 조기퇴직자 및 청년 실업자가 증가했고, 정년 연장의 효과는 대기업 정규직 유노조 근로자에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한경연 조사에 따르면 60세 정년 시행 이전 4년간(2012~2015년) 연평균 37.1만 명이었던 조기퇴직(권고사직ㆍ명예퇴직ㆍ정리해고)자가 60세 정년 시행 이후 4년간(2016년~2019년) 연평균 51.4만 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2012년 27만2,000명에서 꾸준히 증가하던 정년퇴직자는 60세 정년이 시행된 2016년 35만 5,000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35만 명 수준으로 정체하고 있었다.

한경연은 대외적 불확실성 및 내수침체 등 경기적 요인도 있지만, 근속연수에 따라 상승하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기업에 부담이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8년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61.1%가 호봉급, 34.2%가 직능급으로 대부분 연공성이 있는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었다.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54.8%였다.

60세 정년 시행 이후 20대 실업자가 증가한 것도 정년 연장 부작용 사례 중 하나로 꼽혔다. 60세 정년 시행 이전 4년간 20대 실업자는 연평균 32만 5,000명에서 60세 정년 이후 4년간 39만 5,000명으로 증가했다. 한경연은 경기 부진과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정년연장으로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이 축소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신규인력채용동태 및 전망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은 신규채용 감소 원인으로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42.0%)에 이어 60세 정년 시행에 따른 신규채용 여력 축소(21.7%)를 꼽았다.

아울러 한경연은 정년 연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사실상 정년이 지켜지는 대기업 정규직 유노조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지난 2014년 기준 대기업ㆍ정규직ㆍ유노조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13.4년으로 중소기업ㆍ정규직ㆍ무노조 기업(4.7년)보다 8.7년이나 길었다. 한경연은 60세 정년연장의 실질적 효과가 전체 임금근로자의 7.2%에 불과한 대기업-정규직-유노조중심으로 나타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기업 정규직의 급격한 임금인상 자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장기적으로 정년연장이 필요하지만, 성급한 정년연장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2017년 전 사업장에 도입된 60세 정년연장의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