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최근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 취업규칙과 개별 근로계약의 관계를 다룬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판결, 이하 "대상판결"). 적법한 취업규칙 변경의 방법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고 하더라도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이 우선하므로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근로자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대상판결이 선고된 후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많은 회사들은 대상판결이 미칠 영향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한국경제연구원의 2019. 10. 10.자 보도자료에 의하면 비금융권 주요 대기업의 70% 정도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또 언론보도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금융기관과 모든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줄소송이 예상된다는 언론보도도 확인된다. 본고에서는 대상판결 내용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전망해본다.

2.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회사에서 2003. 3.경부터 근무한 B는 2014. 5.경 면직됐다가 2014. 8.경 복직했다. A회사는 2014. 6.경 임금피크제 규정을 제정했고,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 한편 A회사는 2014. 3.경 B와 사이에 체결된 연봉계약에 따라 임금을 지급했는데, B가 복직한 후 B에게 임금피크제 적용을 고지했고,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임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B는 임금피크제 적용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위 사건에서 1, 2심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가 있는 한 근로자 개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 없이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유효하므로, 임금피크제 시행은 유효하고, B에게도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① 먼저 근로기준법 제97조 근로기준법 제97조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에 관해 동 규정은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보충적 효력을 부여해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이 부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하는 규정이므로, 이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대상판결은 ②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 근로기준법 제4조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가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고 전제한 후, ③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해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A는 임금피크제 적용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므로, B회사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이유로 A의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액을 삭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분석

가. 유리의 원칙

노동법에서 자주 언급되는 유리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유리의 원칙이란 일반적으로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상하위 규범이 있을 때 원칙적으로 하위규범이 상위규범을 위반하면 그 효력이 없으나, 하위규범이 상위규범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유리한 하위규범이 상위규범보다 우선해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해된다. 즉 하위규범에 대한 상위규범의 편면적 강행성을 인정하는 원칙인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조건의 적용에 관해 법률,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사이에 유리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이해되고 있다. 다만 노동조합법 제33조 노동조합법 제33조 ①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 ②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해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

와 관련해 단체협약과 근로계약,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사이에서도 그러한 원칙이 적용되는지에 관해 견해의 대립이 있고(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이 단체협약상 근로조건을 상회하는 경우에 관한 논의이다), 단체협약과 근로계약 사이에 관한 판례는 찾기 어렵고,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사이에 관해 유리의 원칙 적용을 부정(즉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이 상회하더라도 단체협약을 적용)하는 취지의 판례가 있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51341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디30516 판결,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4다4683 판결). 본고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한다.

근로계약과 취업규칙 사이에서의 적용 여부에 관해서는 주목할 만한 견해의 대립을 찾기 어렵다.

이 중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4조의 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97조의 반대해석을 통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사이에 유리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학계나 실무계에서도 기존의 취업규칙이 정한 근로조건을 상회하는 내용으로 체결한 근로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견해는 찾기 어렵고, 위 근로기준법 규정을 보더라도 그러한 견해는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나. 취업규칙 변경 시 개별 동의 필요 여부

(1) 들어가며

한편,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상판결 선고 후 이제는 취업규칙 변경 시 집단적 동의 절차 외에 개별적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상판결의 법리를 형식적으로 적용하면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제는 집단적 동의 외에 개별 동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과연 그럴까

(2) 개별 동의 요구 시 문제점

(i) 우선 위와 같이 변경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적용하려면 개별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는 견해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근로조건의 변경을 정한 현행법제(근로기준법 제94조)와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다.

(ii) 또 판례는 근로계약 체결 시 계약의 내용을 취업규칙의 내용과 달리 약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취업규칙에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고(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53496 판결), 취업규칙 변경에 관해 집단적 동의가 있는 한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 없이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고, 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해 기존의 근로조건이나 근로자의 권리를 소급해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한 바도 있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46841 판결). 한편 판례는 개별 근로계약에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개별 근로계약 또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따라서 근로조건 변경 시 집단적 동의 외에 개별 동의까지 필요하다는 견해는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iii) 근로기준법 규정 중에도 아래와 같이 취업규칙 변경으로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도 당연히 변경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규정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①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임금
2. 소정근로시간
3. 제55조에 따른 휴일
4.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

② 사용자는 제1항제1호와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본문에 따른 사항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했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신설 2010.5.25.>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8조의2(근로자의 요구에 따른 서면 교부)

법 제17조제2항 단서에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하여 변경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경우를 말한다.

1. 법 제51조제2항, 제52조, 제57조, 제58조제2항-제3항, 제59조 또는 제62조에 따라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의하여 변경되는 경우
2. 법 제93조에 따른 취업규칙에 의하여 변경되는 경우
3.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제1항에 따른 단체협약에 의하여 변경되는 경우
4. 법령에 의하여 변경되는 경우

위 규정을 보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 의해 변경되는 경우, 근로자의 요구 시 그 변경된 내용을 서면 교부하도록 하는 규정으로서, 취업규칙 변경으로 당연히 근로조건의 변경이 이루어진다고 전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iv) 추가로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취업규칙 변경에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데, 어느 근로자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서는 동의한 다음, 근로계약 변경에 대한 개별 동의를 거부한다면, 개별 동의까지 필요하다는 견해는 그 근로자에게 변경된 취업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근로자들의 동의 절차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집단적 절차에서 동의한 근로자의 경우 개별 동의가 간주된다는 입론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3) 대상판결의 의미

결국, 문제는 오늘날 다수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개개의 근로자들과 일일이 계약 내용을 약정하기보다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는 근로조건 등을 단체협약, 취업규칙에 정해 근로관계를 정형화하고 집단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보통이고, 개별 근로계약을 통해 근로조건을 별도로 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된다. 즉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근로자와의 개별 합의를 통해 정해진 것인지, 아니면 취업규칙 등 사규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인지에 따라 개별 동의 필요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인용한 대법원 97다53496 판결에서도 근로계약 체결 시 계약의 내용을 취업규칙의 내용과 달리 약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규칙에 따라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해 특별한 사정을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판시는 해당 사례에서 B의 경우처럼 기존 취업규칙이 정한 근로조건과 다른 내용의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적용되고, 취업규칙 등 사규에 따라 정형적이고 일률적으로 정해진 근로조건을 담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즉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정한 근로조건이 완전히 동일함에도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돼 그 반사적 효과로서 근로계약이 유리하게 된 경우에까지 유리한 근로계약이 우선하므로 개별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이라는 판례도 있다.

사실 대상판결 선고 전에도 울산지방법원에서 어떠한 근로조건에 관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각기 다르게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고(울산지방법원 2017. 8. 30. 선고 2017나53715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됨), 이 때에도 위 쟁점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이번 대상판결처럼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위 울산지방법원 사례의 경우에도 (1) 취업규칙에 "개별 임금수준의 결정 등 임금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개별근로계약으로 정하되, 경영사정 및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될 기준을 마련할 경우는 그에 의한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었고, (2) 근로계약서에는 약정수당과 만근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며, (3) 회사는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기본임금 외에 모든 약정수당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의결했고, 이에 대해 과반수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았던 사안으로, 문제가 된 수당인 약정수당과 만근수당은 근로계약에 의해 지급이 돼 오던 사안이다. 즉 취업규칙에서 정한 내용이 정형적인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3. 결론

필자는 위 울산지방법원 사례가 알려진 후 위 쟁점에 관해 고민을 했던 바 있는데, 대상판결 역시 위 선례를 재확인 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어느 경우에나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 개별 동의까지 필요하다는 견해는 법 개정이 없는 한 일반화되기 어렵다고 본다.

즉 근로계약이 취업규칙 등 사규에 따른 임금제도의 적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취업규칙 변경의 방법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개별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개별 구체적인 사례별로 판단이 돼야 할 것이나, 근로계약이 개별적으로 근로조건을 정한 경우로 보기 어렵고 취업규칙 등 사규에 정한 정형적인 근로조건을 담은 경우, 근로계약에서 임금에 관해 취업규칙 등 사규에 따른다는 규정을 둔 경우, 매년 연봉계약을 하더라도 그것이 회사가 정해 놓은 규정을 그대로 반영해 연봉계약 체결이 근로조건 통지 또는 확인의 의미에 불과한 경우 등에 있어서는 개별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편, 대상판결은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판단 근거 중 취업규칙의 적용을 전후해 업무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 업무내용이 변경되면 개별 동의 없이도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개별 동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그 판시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또한 아직 선례를 찾기 어렵고, 견해의 대립도 있으나 단체협약의 개정으로 단체협약상 근로조건이 근로계약상 근로조건보다 불리해진 경우에도 개별 동의가 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회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단체협약이 우선한다는 견해는 노동조합법 제33조의 문언이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 부분이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한다면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이상의 결론은 기존의 선례, 근로기준법 규정 등에 비추어 대상판결의 의미를 파악해 본 것이고, 대상판결이 설시한 법리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선례의 축적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