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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삼성전자 퇴직한 1300명, 퇴직금 추가청구 소송..“성과급도 임금” 주장

  기사입력 2019.12.27 14:12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근로자들 회사 상대로 소송 제기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하라는 2018년 판결, 민간기업으로 확대되나

-노사 대립 넘어 노노갈등도 불러올 가능성..."퇴직자 이해관계와 노조 이해관계 달라"



삼성전자 퇴직 근로자 1,300여 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소송에 나섰다. 삼성전자 성과급인 PI(생산성격려금, Productivity Incentive)와 PS(초과이익분배금, Profit Sharing)를 평균임금에 포함해서 퇴직금을 다시 계산하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카드도 같은 종류의 소송에 휘말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내년 1월로 1심 선고 기일까지 잡힌 상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번 소송은 파급효가 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연초에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소송이 시작됐고, 삼성전자도 대규모로 소송이 들어오면서 법률대리인 선정 작업에 들어가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인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 근로자들은 상당수가 삼성전자가 HP에 프린터사업을 매각할 당시 삼성전자 소속"이라고 밝혔다.

퇴직자 규모가 큰 만큼 원고측 법률대리인도 나눠졌다. 최 모씨 등 노조 소속 996명은 지난 6월 25일, 서비스연맹 법률원 대리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2019가합542535).

그 외 인원은 대부분 수원 소재 법무법인 에이프로의 대리를 받아 수원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하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밖에 여주지방법원 등에? 제기된 소송도 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법률원이 대리한 퇴직자들은 퇴직자 한사람 당 100만원씩 청구했다. 이는 우선 일부 금액만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 합류하는 근로자 숫자는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박창한 법무법인 에이프로 대표 변호사는 "퇴직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다"며"그 외의 기업에서도 추가로 소송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내년 노사 관계에서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소송 진행 상황이 공개될 경우 삼성전자 외에 다른 기업에도 파장이 클 것"이라며 "성과급 비중을 높인 회사는 더욱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의 한 노무 담당자는 "소송 사실이 외부에 공개 될 경우 퇴직자들이 우후죽순 퇴직금 문의를 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소송 제기 쪽으로 안내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대응해야 할 상황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삼성 계열사 중 상당수도 소장이 접수되거나 퇴직금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이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퇴직금 소멸시효가 3년 이라는 점에서 소송의 의미를 축소하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대형로펌의 한 노동팀 파트너 변호사는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지난 근로자라고 해도 임금체불 등 형사로 가게 되면 공소시효가 3년보다 길기 때문에 이를 무기로 회사를 압박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대표이사가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껴 약정이나 성공보수도 별도로 걸기도 한다"고 반박했다.



작년 말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도 평균임금"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시발점

한편 이번 소송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지난해 연달아 선고됐던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된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이 그 배경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이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하고, 그 등급에 따라 해당 기관 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정부는 그 동안 경영평가 성과급이 평균임금이 아니므로 퇴직금 계산시 포함할 수 없다고 판단해 왔다. 즉 "해당년도 평가 결과나 내부 차등에 따라 지급여부나 지급률이 달라진다"는 점을 근거로 평균임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 온 것. 특히 기재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지침을 통해 경영평가성과급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노사합의에 넣도록 종용한 바 있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나온대법원 판결로 변화가 생겼다. 대법원은 10월과 12월에 연달아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히 12월에만 무려 세 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2016다239680, 2018다219123 등). 박창한 변호사도 "기본적으로 경영평가 성과급 판결이 이번 소송 제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먼저 이슈를 촉발한 판결은 10월 선고된 한국감정원 사건이다. 한국감정원에서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관련 급여를 지급하면서 경영평가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키는 계산 방식을 거부해서 발생한 사건이다(2015두36157).

당시 대법원은 "경영평가성과급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 지급조건 등이 확정돼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다면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해 화제가 됐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사측인 한국감정원이 자발적으로 경영평가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켰고, 회사 보수규정에 성과급 지급 규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특수한 사실관계 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한국공항공사 판결(2018다231536)이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면서, 대법원의 법리는 일반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에도 적용되는 것이 확실시 됐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대부분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기재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경영평가성과급을 지급하는 시기, 산정방법, 지급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처럼)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조건이 확정돼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다면, 이는 평균임금"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공항공사 판결은 성과급을 경영평가 C등급의 경우 성과급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성과급이 임금이라고 명백하게 평가한 점이 눈에 띈다. 재판부는 "2012년부터 (정책 변경으로)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성과급이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 지급 실태와 평균임금 제도 취지에 비춰 볼 때 임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해 눈길을 끌었다. 적용가능성을 확장한 것이다.

기재부도 최근 변경된 법원 판결을 반영해 경영평가성과급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는 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성과급 판결이 민간기업에 적용될 가능성은? 치열한 논쟁 예상돼

그런데 이런 일련의 대법원 판결이 과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민간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원래 우리 대법원도 민간기업 성과급은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여러 번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팀 인센티브를 두고 "개인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거나 은혜적인 급부에 불과해 평균임금에 포함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임금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 판결이 기존 대법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로 번진다. 대법원 입장을 바꿨다는 의미라면 사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형로펌의 한 노동팀 변호사는 "최근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임금성을 판단할 때 제도의 근원을 고려했다"며 "원래 호봉제와 연결해서 주던 급여가 경영평가 성과급이 됐다는 공공기관 경평 성과급의 히스토리를 고려하면, PI-PS는 그 연원이나 성격을 달리 한다"고 평가했다.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과 민간기업의 성과급은 엄연히 다른데 단순하게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상익 국제노무법인 노무사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은 출발점이 정기상여금인 경우가 많다"며 "(상여금을) 공공기관 간 경쟁을 통해 차별 지급했다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임금에 가깝다고 본 것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이어 "그에 비해 민간기업 성과급은 경영의 총체적 결과물에 따라 지급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런 판단 하에 지금껏 대법원이 성과급을 임금으로 보지 않아 왔기 때문에, 사기업에서 (임금성을) 인정하려면 전원합의체를 열어 의견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심재진 서강대 교수는 다르게 판단했다. 심재진 교수는 "퇴직금은 평균임금이기 때문에 통상임금과 판단 기준이 다르다"며 "공항공사 판결이 성과급 지급여부가 불확실한 경우에도 근로대가성, 지급의무성, 계속적 지급이라는 요소가 인정된다면 평균임금이라고 본 것은 예전 판단과 법리를 약간 다르게 본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항공사 판결을 살펴보면 지급사유 발생의 불확실성은 임금성 판단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며 "공항공사 판결문 취지나 문구를 검토해 봐도 특별히 공기업 특성을 감안한 판단은 아니기 때문에 사기업에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서비스연맹 법률원의 한 변호사는 "말씀드릴 것은 많지 않다"면서도 "전년도 경영평가에 대해 지급된 부분이기 때문에 임금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창한 변호사도 "성과급은 오히려 사기업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점에서 공기업에 적용된 판단이 당연히 사기업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성과급을 대표이사가 임의로 지급하거나, 노사 합의로 매년 지급 여부나 액수를 정하는 경우에는 계속적이거나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는 임금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평균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지급 기준이 존재하고 변동폭만 별도로 정하는 경우라면 임금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로펌의 노동전문 변호사는 "대기업 경영진도 통상임금 소송을 계속 겪으며 얻은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예전 통상임금과는 양상이 많이 다를 것"이라며 "법원이 최근엔 종전 판결을 의식하는 것 같지 않아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성과급을 둘러싼 소송은 내년 초를 넘어 상당히 큰 이슈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1월로 선고기일이 잡힌 SK하이닉스 판결의 결과가 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이 만약 노동계의 승리로 돌아가게 될 경우, 그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이미 퇴직한 근로자들이 주로 제기하는 문제기 때문에 통상임금 때처럼 단순히 노사 간 문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금 소송에서는 재직자 위주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퇴직자의 관계가 미묘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송이 이어질 경우 기업들은 성과급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노총 쪽에서 전면 참여를 하게 될 수도 있지만, 퇴사한 사람과 재직 중인 사람의 이해관계는 엄연히 다르다"며 "재직자들 입장에서는 달갑기만 한 소송이 아니고, 노조와 회사와의 관계 등 여러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가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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