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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고용노동부, 직무급제 도입 시동...예상되는 쟁점은?

  기사입력 2020.01.16 13:12| 최종수정 2020.01.17 13:10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고용노동부가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도입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앞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무급제 도입 논의가) 큰 논쟁을 부를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끈다.



고용노동부는 1월 13일, "직무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 확산을 지원하겠다"며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를 제작-배포해 직무급을 중심으로, 임금체계 변화 필요성 및 절차-방식, 고려사항 등에 대해 현장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는 ▲임금구성 단순화 ▲다양한 유형의 임금체계 개편 방법-사례 ▲직무가치에 기반한 인사관리체계 도입을 위한 직무분석-평가 방법 ▲새롭게 개발한 제조업 범용 직무평가도구 활용방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참고자료이자 가이드로 보인다.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호봉급제로 연공성을 베이스로 하는 사업장 비중이 높은 편이다. 100인 이상 사업체 중 58.7%가 호봉급을 기본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호봉에 따른 급여차도 큰 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 자료 임금 연공성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이 약 3.3배다. 신입 직원에 비해 30년 근속자의 임금이 3배가 넘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수치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EU 15개국 평균의 약 2배라는 분석이다. 프랑스-영국이 약 1.6배, 독일이 2.1배이고, 연공성이 높다는 일본 조차도 2.5배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저성장 국면, 고령사회 진입 앞에서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인구 구조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2025년에는 인구의 20%가 고령인구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중장년층 조기퇴직 유도, 청년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으로 보인다.

■노동계, "반대" VS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수단 될 것" 갈등 여지

노동계는 전반적으로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직무급제 도입을 논의만으로 상당한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고용부도 "회사의 일방적 추진으로 노사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거나, 심지어 임금삭감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입으로 임금 상실분이 상대적으로 커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위주 노조는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소속 한 산별 노조 위원장은 노동법률과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수단이 반드시 직무급제일 필요는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으로 직무급제가 아닌 비정규직 노조의 정규직 전환을 제시했다.

전공노도 지난해 5월,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봉급을 직책급(직무급)과 근속급으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보수체계 연구용역 제안요청서를 낸 것을 두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직무 가치를 산정할 경우 노동자 간 분열과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공직사회 직무급제 도입 시도를 폐기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찬성하는 목소리도 들려 눈길을 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별노조 소속 법률가는 "노동계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첫걸음이 직무급제"라며 "노조 기조에 큰 소리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직무급제를 무작정 만대할 것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 강조하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은 직무급제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노조가 직무급제에 상대적으로 더 우호적인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직무급제 도입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장과 고연봉, 고연령층 조합원 비중이 높은 노조에서는 직무급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갈등이 예상된다. 이런 점 때문인지 문성현 위원장은 "현재 일하는 사람들은 현 체계를 유지하고 정년퇴직하되, 적어도 오는 2025년부터 취업하는 이들은 새 시스템을 적용하자는 노사정 합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고 말한 바 있지만, 도입 파트너인 기업 입장에서 메리트 있는 내용은 아니다.

세대갈등 여지도 무시할 수 없다. 직무급제를 두고 기존 노조와 달리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은 도입 필요성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임금피크에 해당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당시, 현장 노조에서 걱정한 의외의 포인트 중 하나는 "젊은 근로자들의 반응"이었다. 임금피크제가 연공급의 불합리성에 대한 젊은 불평을 다소나마 잠재워 오는 역할을 했는데, 대법원 판결로 임금피크제가 힘을 못 얻는 상황이 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그만큼 퇴직 직전 근로자의 소위 가성비에 대해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젊은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서울 소재 은행에 재직 중인 한 근로자는 "젊은 근로자들이 윗사람들의 역할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하는 일에 비해 신입 세네 명이 가져갈 연봉을 가져간다는 생각에 불만도 없지 않다"며 "공정성을 어느 때 보다 강하게 요구하는 젊은 세대들은 사소한 차별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앞으로 젊은 세대 비중이 늘어날수록 문제 의식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직무, 누가 평가할 것인가

직무급에 평가의 쟁점인 핵심 직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직무급제는 이론만 보면 공평해 보이지만, 그 평가 기준을 정하는 게 직무급제의 꽃이자 최대 난제다. 성패는 여기서 갈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직무급 평가가 임금과 직결되기 때문에 평가에 대한 불만, 사후 조정 가능성을 두고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 업무는 고객응대나 대금 회수 등 팀 단위를 기반으로 수행하는 일이 많아 개별 직무에 따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보생명의 경우 올해 직무급제 도입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교보생명 노동조합은 지난 1월 7일 하위직무로 이동한 79명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직무급제 도입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직무급제의 구체적인 운영체계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직무가 적정 등급으로 분류됐고 현실적으로 이뤄졌는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직무 난이도 등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조직에 맞는 직무등급별 TO가 중요한데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어찌 직무급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노사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직무급제 논의가 무르익으면 추가적으로 정년연장 논의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연봉 부담이 낮아진다면 굳이 경험 많은 근로자의 추가 근속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당장 정년 연장은 회사가 고려하고 있는 옵션은 아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직무급제로 가게 돼 부담이 덜어진다면, 지금도 정년 이후 촉탁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령 근로자들을 회사 내부로 흡수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사항"이라고 평가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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