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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대법원, “무기계약직도 호봉 인정하고 동일임금 줘라···정규직 취업규칙 적용해야”

  기사입력 2020.01.21 13:28| 최종수정 2020.01.21 13:29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적용해 호봉이나 수당을 동일하게 인정해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김재형)는 지난 12월 24일, 근로자 A씨 등 7명이 대전문화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2015다254873).

그간 무기계약직은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라 기간제법상 차별처우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중규직(근로조건은 계약직인데 신분은 보장됐다는 의미)으로 불리며 근로조건 사각지대에 있다는 문제의식이 계속 있었다. 이번 대법원이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도 근로조건 면에서 동일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놔 그 파급효가 주목된다.

원고인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대전MBC에 기간제근로자로 입사해 근로하다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이다. (법원은 쓰지 않는 용어지만 편의상 무기계약직으로 칭함)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소송을 주도한 것은 대전MBC 계약직분회로, 대전MBC가 정규직 취업규칙이 아닌 계약직 운영규정을 적용해 임금과 수당에서 차별하고 있다며 지난 2013년 4월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전MBC 계약직분회 소속으로 광고사업 PD, 기술, 미술, 카메라 직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근로자들은 2010년~2011년 경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대전MBC가 정규직 취업규칙 대신 계약직 운영규정을 적용했고, 2012년 5월부터는 호봉 승급에서 무기계약직을 제외시킨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기간제 근로자였을 때와 동일한 형식의 고용계약서를 작성했고,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해 기본급 및 상여금은 80% 수준에 그쳤다. 근속수당은 아예 지급받지 못했으며 자가운전보조금도 매달 10만원 정도 적게 지급받았고, 2012년 5월 이후 정기적인 호봉승급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대법원 "정규직에 적용되는 취업규칙, 무기계약직에도 적용해라"



이번 판결에서는 대법원이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 취업규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한 점이 눈길을 끈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기간제법의 취지를 들었다. 먼저 현행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이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정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문언상으로는 이 규정이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 처우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규정 취지와 공평의 관념을 고려하면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근로조건도 다른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보다 불리해서는 안 된다고 해석된다"고 판시했다.

그밖에 ▲기간제법이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경우 벌칙 대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조항을 마련하고 있을 뿐, 근로계약 기간만 무효로 보거나 나머지 기존 근로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이는 정규직 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MBC 취업규칙과 인사규정, 보수규정은 차등 없이 적용돼 왔고,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취업규칙을 별도로 마련한 바도 없다"며 "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부서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한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해 보면, 업무 내용과 범위, 업무의 질이나 양 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봤다. 결국 정규직 취업규칙이 적용돼야 하며, 여기 못 미치는 무기계약직 근로조건은 무효라는 의미다.

이어 "원고들에게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기본급, 상여금, 근속수당, 자가운전보조금이 지급되어야 하고 정기적인 호봉승급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해 원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정규직 근로자에 미달하는 기본급과 상여금을 지급한 것이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 아니"라며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 취업규칙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무기계약직 비중 높은 사업장, 별도 취업규칙 두고 있지 않다면 처우개선 문제될 듯




노동법학계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있지 않는 이상 전체 근로자에게 같은 취업규칙을 적용하라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들어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 법원 판결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눈길을 끈다.

김용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서울남부지법에서 근기법6조의 사회적 신분에 고용형태도 포함된다면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차별을 위법하다고 내린 판결과 논조가 비슷해 보인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무기계약직에게) 별도 취업규칙이 없었다는 점이 논거 중 하나로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대법원에서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해 차등지급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된다는 차별금지 판결이 나왔는데 이와 비슷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해, 무기계약직이나 계약직 근로조건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의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취업규칙을 통해서 무기계약직 근로조건에 차등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나온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만약 무기계약직을 두고 있는 사업장에서 무기계약직에게 기존 기간제 관리 지침을 계속 적용하거나 무기계약직을 다루는 별도 취업규칙이 없이 근로조건을 차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실무 분야에 주는 경고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무기계약직을 규율하는 별도 취업규칙을 두는 경우에도 그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신인수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서비스연맹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토론회에서 "무기계약 전환 근로자에 별도 취업규칙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정규직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우리 기간제법의 규범구조에 부합한다"며 "무기계약 근로자에 별도 취업규칙을 뒀다면 근로기준법 6조의 균등대우원칙과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으로 무효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법령해석(근로개선정책과-5758, 2014.10.20.)을 통해 "일반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기간제 근로자에 적용되는 계약인력 관리지침이 있는 사업장에서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취업규정이 적용된다"고 봐 이번 대법원 판결과 비슷한 해석을 내린 바 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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