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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혹시 게이?" 농담도 직장 내 괴롭힘…日 새롭게 대두된 SOGI하라

  기사입력 2020.01.21 13:30


"○○씨 지금까지 결혼 안 하는 거 보면 여자한테 관심 없는 거 같은데, 혹시 게이 아니야?" 일상에서 가벼운 농담쯤으로 치부되던 대화 소재가 새로운 직장 내 괴롭힘 유형으로 떠올랐다. 최근 일본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괴롭힘 SOGI(소지)하라가 법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SOGI하라는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과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의 약자인 SOGI에 괴롭힘을 뜻하는 Harassment의 앞머리 하라를 붙인 합성어다. 지난 2017년 일본 내 성 소수자(LGBT)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신조어로, 말 그대로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과 관련해 차별적인 발언이나 조소, 폭행 등 정신적ㆍ육체적인 괴롭힘을 뜻한다. 최근 일본 내 다양성(Diversity) 지향 움직임에 발맞춰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제정과 동시에 해당 문제가 법 영역으로 포함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규정된 SOGI 괴롭힘

지난 2019년 5월 일본은 노동시책종합추진법을 개정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올해 6월부터, 중소기업은 2022년 4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대책이 의무화된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 기준과 구체적인 사례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고용노동부 격인 후생노동성이 2019년 12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목할 사항은 SOGI 괴롭힘도 해당 지침이 제시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에 포함된 것이다. 지침은 상대의 성적지향ㆍ성별 정체성에 관해 굴욕적인 언동을 하는 것을 포함, 인격을 부정하는 언동 및 노동자의 성적지향ㆍ성별 정체성, 병력, 불임 치료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해당 노동자의 동의 없이 다른 노동자에게 폭로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규정했다. 해당 괴롭힘이 발생한 기업은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여기에서도 피해 근로자의 성적지향ㆍ성별 정체성 등의 개인정보를 보호토록 했다.

일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국회에서 성적지향ㆍ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지침에 포함되지 않은 다양한 SOGI 괴롭힘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일본은 이전부터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에 노력해 왔다. 일례로 후생노동성은 지난 2018년부터 표준 취업규칙(모델 취업규칙)에 SOGI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표준 취업규칙은 법 제정 이전부터 성적지향ㆍ성별 정체성에 관한 언동 등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다른 노동자의 취업환경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지자체ㆍ기업의 선진적 노력

SOGI 괴롭힘 금지는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 지자체 및 기업에서 성 소수자 차별 금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明石市)는 성 소수자 및 SOGI 관련 정책을 담당할 전문 직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성 소수자 관련 정책 담당 전문가를 공채로 모집한 것이다. 해당 직원은 ▲성의 다양성 이해촉진 및 계발 ▲성소수자 커플을 공적으로 인정하는 파트너십 제도 도입 기획ㆍ입안 ▲성의 다양성을 둘러싼 정책의 방향에 관한 조사 및 연구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일본 미에현이 제작ㆍ배포한 다양한 성에 대해 알고, 행동하기 위한 직원 가이드라인


앞서 지난해 3월 미에현에서는 다양한 성에 대해 알고, 행동하기 위한 직원 가이드라인을 제작ㆍ배포했다. 미에현은 현(?) 직원이 SOGI 관련 이해를 높이고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이 성소수자 당사자일 경우에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제작 목표를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SOGI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익히고, 성의 다양성을 배려하는 언동을 하도록 했다. 또한 커밍아웃(성 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나 상담을 받을 경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절대로 다른 이에게 전달하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담당업무를 수행할 때 성 소수자 당사자가 곤란하지 않을지 미리 고려해보도록 했다.

현은 현 내 기업 및 시나 구 단위에서도 참고할 수 있도록 현 공식홈페이지에 가이드라인을 게시했다. 지자체 중에서는 미에현 외에도 도쿄 분쿄구, 지바시 등에서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바 있다.

민간 기업에서도 선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 타바코산업(JT)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가이드라인에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동 금지 규정을 명시했다. 이에 더해 SOGI 관련 온라인 강의를 개설해, 이를 수강한 사람에게는 성 소수자를 지원한다는 표시의 스티커를 배부하고 있다. 회사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내에 관련 스터디도 활성화되는 등 성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오라클은 성 소수자가 사내 복지제도를 이용할 때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결혼축하금 신청 시 인사부 담당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직속 상사나 다른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해 커밍아웃에 대한 부담을 줄인 것이다.

이러한 성소수자 친화적 기업 문화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소수자 중에서도 대표적인 소수인 성 소수자를 포용하는 것은 다양한 인재가 활약할 수 있는 환경임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광고 대행사 덴쓰가 운영하는 다양성ㆍ포용성 연구 조직 덴쓰 다이버시티 랩(DDL)도 LGBT 실태조사를 통해 "성소수자 친화 기업은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하고, 모든 구성원의 개성을 존중하는 업무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의 JT 인사부 담당자는 한 언론매체를 통해 "사내에 다양한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뿌리내리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힘이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안 보이는 SOGI 괴롭힘…우리 회사엔 없을까?



▲ 덴쓰 다이버시티 랩(DDL)이 제작한 섹슈얼리티 맵(Sexuality Map)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회사에서 성 소수자들은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 실제로 지난 2018년 DDL이 실시한 LGBT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 소수자들의 절반 이상(50.7%)이 직장에 커밍아웃하는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 및 사회적 격리, 부당한 대우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제 커밍아웃을 당한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직장 상사로부터 성전환 사실을 밝히도록 강요받은 해당 근로자는 이를 거부했지만, 자신의 동의 없이 성전환 사실이 직장 내에 공표됐다. 이후 같은 직장 동료로부터 심한 괴롭힘이 시작됐고, 결국 직장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돼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법적 다툼에 나섰다.

지난 2016년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실시한 LGBT에 관한 직장 내 인식 조사에서도 직장 내 성 소수자 차별 실태가 드러났다. 직장 생활에서 LGBT 관련 괴롭힘을 받았거나 혹은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근로자가 22.9%나 됐다. 이러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많은 기업이 회사에 성 소수자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지난 앞서 DDL의 LGBT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응답한 비율은 8.9%였다. 적어도 100명 중 9명이 성소수자인 셈이다. 더욱이 성소수자 응답 비율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5년 조사 당시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밝힌 비율은 7.5%였는데, 3년 동안 1.4%p 증가한 것이다. DDL은 성소수자에 관한 정보가 증가하고 일반적인 이해가 높아지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응답 비율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될수록 그 비율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SOGI 괴롭힘이 포함되고, 성 소수자 또한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일본 기업은 SOGI 괴롭힘 금지 대응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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