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박정연 노무법인 마로 대표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온 나라가 난리다. 정부는 국가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 수준(3단계)으로 격상하는 등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당장 여행업, 유통업 종사하는 자문사들의 경제적 타격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자문하는 입장에서도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자문요청이 있어 신종 코로나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노동법적 이슈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을 기본으로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문의하고 있는 휴가처리 문제 등을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2. 고용노동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지침

고용노동부 지침은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비해 사업장 내 신종 코로나 전파 및 확산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 지침은 사업장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결근 근로자 동향과 신종 코로나로 의심되는 증상을 나타내는 근로자 동향 파악을 철저히 하도록 했다. 또 감염증 환자 발생 시 즉시 적절한 격리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계획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지침의 첫 번째 내용은 근로자 위생관리 강화 및 사업장 청결 소독 유지다. 이를 위해 개인위생 관리를 강화하고, 근로자 및 방문객을 대상으로 개인위생 실천방안을 홍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업장 내 청결을 유지할 것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경우 소독을 자주 실시해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버스 안에서 기본적인 기침 예절 등이 준수될 수 있도록 근로자를 교육해야 한다.

두 번째로 사업장 내 감염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다. 발열이나 기침 등 감기증상이 있는 근로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까운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도록 권고한다. 특히 해외출장을 다녀온 근로자에 대한 출장 전ㆍ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의료기관 항공사 대형마트 및 운수업 등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업종은 사업장 특성을 반영해 자체점검 대응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는 감염 예방조치를 위해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을 할 수 있도록 위생용품을 비치하고 이를 지도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사업장 내 추정 또는 확진 환자 발견 시 조치 내용이다. 회사 내에 있는 근로자가 해외 출장 또는 환자가 발생한 병원 등에 다녀온 후 발열 등 증상을 보이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즉시 보건소 또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신고해야 한다. 이때 해당 근로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근로자들이 있다면 보건소 검사와 역학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이동하지 말고 사업장 내에서 개인보호장구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보건소 담당자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보건당국에 의해 격리 대상자로 선정된 환자 또는 밀접접촉자에 대해서는 출근하지 않고 유선으로 관리자에게 보고 후 병원 또는 자가 격리하도록 조치하고, 만일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있는 격리 대상자와 접촉했다면 관할 보건소에 바로 연락해야 한다.

네 번째는 전담체계 구축 및 대규모 결근 대비 사업계획 수립에 관한 내용이다. 사업장 차원에서 사내에 같이 근무하는 하청 파견 용역업체 근로자를 포함한 대응 대비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수행할 전담부서 또는 담당자를 지정한다. 확진자 발생 또는 의사환자 발생에 따른 결근을 대비해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특히 대규모 결근 사태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근로자들의 신상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근로자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본인 감염, 환자 간호, 휴교로 인한 자녀 돌봄 등의 사유로 인한 휴직 혹은 휴가 사용이 가능하다. 아울러 결근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업무 재편성 계획을 수립하고 감염자에 대한 보수 휴가 규정 및 회복 후 업무 복귀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

격리근로자 등에 대해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연차휴가 이외에 병가 등 별도의 휴가 휴직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해당 규정을 준수하여 휴가 휴직을 부여하되,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사업장의 실정에 맞게 연차 휴가 외 추가 휴가 휴직 등 허용하도록 하여 이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특수건강진단 실시 주기 유예에 관한 내용이다. 특수건강진단 검사항목 중 폐기능 검사 등 검사 중 비말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 근로자나 검진 당일 발열이나 호흡기 이상 증상이 있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국가 감염병 위기 경보가 해제 되는 시점까지 특수건강진단을 유예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승객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3. 신종 코로나 관련 유급휴가 부여 여부

고용노동부 대응 지침에서는 감염자 혹은 격리 필요가 있는 근로자에 대해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고 있는 병가 등 별도의 휴가ㆍ휴직 규정에 따라 휴가ㆍ휴직을 부여하되,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사업장의 실정에 맞게 연차 휴가 외 휴가ㆍ휴직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내용으로만 휴가ㆍ휴직을 부여하기에는 실무자들이 막연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어서, 이를 구체화해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1) 질병 관련한 일반적인 사업주의 의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감염병 등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 대해 근로를 금지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유급 여부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직접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유급여부에 대해서는 다시 회사 사규에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2) 사규에 병가를 유급으로 규정한 경우: 유급병가 부여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서 병가를 유급으로 규정했다면, 규정에 따라서 병가를 유급휴가로 부여할 수 있다.

3) 사규에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경우: 유급 병가 부여 의무 없음

반면, 사규에 병가를 유급휴가로 처리한다는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사업주는 유급으로 휴가를 부여해야 할 의무가 없다.

4) 법적으로 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하는 감염병

2015년 발병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법정 감염병, 신종 코로나 등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염자를 격리조치하거나 입원치료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치료비가 지원된다. 지원대상은 확진 환자와 의사환자(의심환자), 조사대상 유증상자이고, 지원기간은 격리 입원한 시점부터 격리 해제 때까지다.

하지만 인사ㆍ노무 업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휴가운영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같은 법에서는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할 수 있고, 이 경우 국가는 사업자에게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사규에서 유급 여부를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특별법적으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유급휴가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법문으로 보는 것과 같이 유급휴가 부여 자체가 의무사항은 아니다. 임의적인 것이기는 하나 관련한 근거법령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명기해 보는 것이다. 특히 한 가지 또 염두에 둘 것은 메르스 사태 때처럼 국가에서 법령상의 비용을 지원하고, 이를 회사가 수령한 경우 반드시 유급으로 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5) 소결

사업주는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 대해 휴가를 부여할 의무는 없으나 그 질병이 감염병, 정신병 또는 근로로 인해 병세가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는 질병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질병에 걸린 자에게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근로를 금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 이 경우 휴가 등의 유급 여부는 회사 사규에 따르면 될 것이나, 관련한 규정이 없으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돌아가 무급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다만 그 감염병 등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일 경우에는 이 법에 의거해 휴가를 부여할 수 있고, 특히 사규에서 유급 여부를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특별법적으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유급휴가로 운영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급여상당액의 비용은 국가로부터 보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국면은 모두 감염병이 확진 상태인 경우의 이야기다. 모 자문사에서 문의해 온, 감염증 발생지역을 출장 다녀온 근로자를 감염 우려 등의 이유로 휴가를 부여하거나 재택근무 등을 하게 하는 경우까지 무조건 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비약은 조심스럽다. 이러한 경우라면 휴가의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사규에 의거 처리하되, 휴가 부여 등이 여의치 않을 때는 재택근무 혹은 대기발령과 같은 인사상의 명령을 내리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4. 마치며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으로 개인적으로는 강의도 취소되고, 해외 산업시찰 일정도 연기됐으며, 신년모임 역시 대부분 취소됐다. 전반적인 일과 삶의 영역에서 많은 불안감과 위축감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적 위기사태로 더 커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본다. 비단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국가만의 수고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노동법을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도 고민했다.

회사의 인사ㆍ노무를 관리하는 담당자 역시 일단 고용노동부 대응 지침을 옆에 두고 지금 당장,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가는 수고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그러한 일선에서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이 어려운 시기, 이 또한 무사히 지나가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