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기업에서 인사ㆍ노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간혹 민법상 가족법이나 상속법에 속하는 개념을 다뤄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직원이 입양을 이유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육아휴직의 근거 법령인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때 위 자녀에는 입양한 자녀가 포함된다 라고 법률에 명시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는 신청 직원에게 어떤 서류를 요청해야 하는지, 입양 요건은 되는지 등 많은 의문이 발생한다. 또한, 아직도 여러 기업체의 취업규칙 또는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 금치산, 한정치산 등의 용어가 당연 해고의 사유로서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꽤 있는데, 금치산, 한정치산은 이미 사라진 제도인 바, 이러한 경우 해당 규정의 효력 자체가 문제 될 수도 있다. 본고에서는 가족법 용어들이 어떠한 법적 의미를 가지는 지를 소개함으로써 노동 실무의 정확성을 더욱 도모하고자 한다.

2. 입양에 대해

입양의 대상자는 양자가 되려는 사람이 성년자인 경우와 미성년자인 경우로 나눌 수 있고, 그 요건 면에서는 당사자(양친이 되려는 사람과 양자가 되려는 사람 또는 그 법정대리인) 사이의 의사 합치만으로 성립하는 이른바 계약형 입양과 법원의 심사를 거칠 것을 요구하는 이른바 재판형 입양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 면에서는 양ㆍ친자 관계의 성립에 의해 친생 부모와의 친자 관계 등 입양 전의 친족 관계가 소멸하는 이른바 단절형과 입양 전 친족 관계가 유지되는 비단절형으로 나눌 수 있다. 현행 입양 제도를 규율하고 있는 법률은 일반법인 민법과 특별법인 입양특례법이 있다.

먼저 민법상 입양은 미성년자 입양(성년자 입양은 이른바 계약형 및 비단절형 입양으로 구성돼 있는데, 양친자 관계의 성립에 원칙적으로 법원의 관여를 요하지 않는다)과 친양자 입양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민법상 미성년자 입양 제도는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입양하는 제도로서, 입양된 때로부터 양자는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게 되고, 양부모의 혈족, 친족과 사이에서도 친족관계가 발생하게 된다. 다만, 친생부모와의 친자관계 및 혈족, 친족관계 역시 그대로 유지되게 된다.

2013년 7월 1일부터 가정법원의 허가제가 도입돼 미성년자 입양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데,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성년자로서 배우자가 있는 자는 그 배우자와 공동으로 청구하도록 하고(다만, 현 배우자의 친생자를 입양하려는 경우에는 단독으로 청구할 수 있다), 양자가 될 사람이 13세 이상인 경우 그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해야 하며, 13세 미만인 경우 법정대리인이 양자가 될 사람에 갈음해 입양을 승낙해야 한다.

입양되는 경우 양자의 가족관계증명서상 양부모가 부모로 표기된다(양자의 입양관계증명서에는 생부모, 양부모가 표기된다). 단, 미성년자 입양이 되는 경우라도 양자의 성본이 양부의 성본으로 변경되지는 않는다. 만일 양자의 성본을 바꾸고 싶다면 별도의 성본 변경 청구를 해야 한다.

기존 우리나라의 양자 제도는 친생부모와의 친족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성과 본도 양부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집에 사는 양부와 양자의 성이 다른 현상이 발생했다. 고아 등을 입양하더라도 양자라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입양을 기피하는 등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2005년 3월 개정된 민법에 의해 양자와 친부모와의 관계가 완전히 끊기게 되는 친양자제도가 도입됐다.

친양자 제도는 양자와 친부모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양자를 양부모의 친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미성년자를 친양자로 입양하기 위해서는 청구인이 3년 이상(현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하려는 경우에는 1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일 것을 요건으로 한다.

친양자 입양이 되면 양자는 혼인 중 출생자의 신분을 취득하고 가족관계등록부에 양부모가 부모로 표기되며, 미성년자 입양과 달리 입양된 양자의 성과 본은 가정법원의 친양자입양허가를 통해 바로 양부의 성과 본으로 바뀌게 된다(만일 친양자로 입양하려는 부부가 친양자 입양 이후 이혼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친양자로 입양된 자녀는 계속 그 자녀로 남게 되고 변경된 양부의 성을 계속 쓸 수 있다). 그리고 전술한 바와 같이 종래 친족관계의 법적 효력(상속, 부양 관계 등)은 모두 소멸하게 된다.

친양자 입양은 입양 전의 친족관계를 법률상 단절시키고 오로지 양친의 친자로서의 지위만을 확고하게 부여하는 것이므로 협의 파양은 인정되지 않는다. 재판상 파양 또한 양친이 친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와 친양자의 양친에 대한 패륜 행위로 인하여 친양자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게 된 때에 한해 인정(민법 제908조의5)된다.

한편 민법은 입양에 있어 가정법원의 후견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는데, 일반 미성년자 입양에서는 ①부모가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②부모가 자녀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에 부모가 동의를 거부하더라도 입양 허가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있다(민법 제870조 제2항). 친양자 입양에서도 ①친생부모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면접교섭을 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②친생부모가 자녀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가 없더라도 친양자 입양 청구를 인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있다. 반대로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 그 양육 상황, 입양 동기, 양부모(양부모)의 양육 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미성년자 입양 허가를 하지 아니할 수 있고(민법 제867조 제2항), 친양자의 복리를 위해 양육 상황, 친양자 입양 동기, 양부모의 양육 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친양자 입양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민법 제908조의2 제3항).

마지막으로 입양특례법은 이른바 요보호아동(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부적당하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을 말하며, 아동은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으로서 보장시설이나 입양 기관에 보호 의뢰된 아동의 ①국내 입양 및 ②외국에서의 국외 입양, ③국내에서의 국외 입양에 관해 그 특례 등을 정하고 있다. ① 내지 ③의 경우 입양 성립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 효과는 친양자입양과 마찬가지로 단절형을 채택하고 있다. 이 입양에는 입양 기관이 관여하게 된다.

우리 민법은 동성 간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11.9.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법률상 부부가 아닌 사람이 공동으로 양부모가 되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있으므로(대법원 1995.1.24. 선고 93므1242 판결 참조), 동성 사이에 혼인한 경우 가정법원에 의한 입양 허가가 가능하지 않다.

다만, 동성혼이 인정된 국가에서 온 동성혼 가족에 대한 부양, 친자관계, 입양, 상속 등의 문제가 한국 법원에 제기된 경우, 동성혼이 우리 공서양속에 위배된다고 간단히 부정할 수만은 없으므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본다.

3. 성년후견제도

과거 금치산-한정치산제도 하에서는 피후견인의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박탈하고 그 대신 법정후견인에게 포괄적 법정대리권이 부여됐다. 즉 행위능력을 박탈당한 피후견인은 스스로 독립적인 법률행위를 할 수 없었고, 후견인의 동의나 포괄적 법정대리권 행사를 통해서만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피후견인 보호에 치중돼 있어 피후견인 본인의 법적 능력을 획일적으로 박탈하고 후견인에게 포괄적 권한(법정 대리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에 2011년 3월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하는 민법 개정이 이뤄졌다(2013.7. 1. 시행. 법률 제10429호)

성년후견제도는 장애나 질병, 노령 등으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게 본인의 의사와 능력을 존중하면서 재산관리 및 신상 보호를 돕기 위한 제도다. 후견 개시가 되고 후견인이 선임되면 이를 등기해 공시하는데 이것을 후견등기라고 한다. 후견등기부에는 누가 후견인으로 선임되었는지, 후견인에게 어떤 권한이 있는지가 등재된다. 성년후견제도는 금치산, 한정치산제도와는 달리 피성년후견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피성년후견인의 치료, 요양 등 신상에 관한 분야까지 폭넓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다.

민법 부칙 제2조 제2항에서는 2018년 6월 30일까지 유예기간(5년간)을 두고, 2018년 7월 1일부터 종전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 효력이 장래를 향해서 상실되게 했다. 그러므로 2018.7.1.부터는 기존에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을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효력이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 금치산-한정치산제도에서 성년자에 대한 후견에 관한 사항의 증명서로 사용하던 가족관계 등록사항 증명서는 더 이상 성년자에 대한 후견에 관한 사항의 증명서가 될 수 없고, 가족관계등록부 기본증명서에서 금치산 한정치산 및 후견에 대한 기록은 말소 대상이 됐다. 가족관계등록부에 후견이 종료됐다는 취지의 기록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효력은 상실된다.

이처럼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제도가 폐지됐음에도 각종 법률에서조차 위와 같은 민법 개정을 반영한 개정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컨대 공직선거법에서도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에게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한 조항(제18조 제1항)을 아직 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20.4.15.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금치산 등을 대체한 성년후견제도하에서 피성년후견인이 선거권을 가지는지 여부를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다. 다만 담당 부처인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피성년후견인도 선거권이 있다고 공식적인 유권해석을 내놓았고, 이에 따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피성년후견인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각 회사에서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도 더 이상 금치산, 한정치산은 효력이 없으므로, 모두 개정 내지 삭제가 필요하다. 금치산이나 한정치산을 당연퇴직 사유로 정하고 있는 회사에서 성년 후견을 받았다고 해 바로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된다고 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