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경영환경의 변화에도 현장 전문가들이 꼽는 인적자원관리의 주요 트렌드 가운데에는 인재 확보가 늘 중요한 화두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그 첫 단추에 해당되는 인재 선발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과 함께 배움의 욕구를 갖고 있다. 더불어 많은 연구 역시 계속 이뤄지고 있다. 반면, 인적자원관리의 마지막 단계인 퇴직관리에 대해서는 신경 쓰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그저 빨리 손을 털어 버리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할 때도 있다.

한 기업이 퇴직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직원에게 오랜 시간 교묘히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해 뇌졸중과 우울증까지 이르게 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사건의 진실과 쌍방의 입장을 떠나서 새삼 타산지석의 교훈을 새겨 봄 직한 일이다. 우리 기업들이 가장 빈번하게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는 직원을 채용할 때는 다소 머리가 차갑지 못하고, 직원을 떠나보낼 때는 가슴이 따듯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 만남에서는 냉철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채 절충하기도 하고, 장밋빛 허니문이 쭉 이어질 듯 그럴싸하게 분위기를 잡아 놓고, 이별할 때는 대충 작별인사만 하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 믿고, 떠나가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여운을 잘 남겨주지 못한다.

자발적, 비자발적 구분을 떠나 퇴사는 이제 너무도 흔히 접하는 직장생활의 한 단면이 돼버렸다. 젊은 세대들은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로 인해 퇴직을 결심하고, 아직 경쟁력이 있는 이들은 시장의 러브콜에 또 한 번 도전을 선택하고, 상품가치를 잃은 자들은 한파가 몰아치는 거리로 내몰린다. 인재전쟁이라는 기치 아래 모두가 어떻게 잘 뽑을 것인가의 노하우에 대해서는 고민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잘 보내줄 것인가에 대해서 고뇌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피부로 체감하는 불경기지수가 한층 높아진 작금에, 성장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기업들은 신규 영입하는 임직원 숫자보다 내보내는 숫자가 더 늘어나는 것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이런 이슈와 관련해서 우리에게 또 어떤 숙제와 결과를 안겨줄지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대목이다.

직원과의 잘못된 이별은 예기치 못한 손실을 필연적으로 가져온다. 비자발적 퇴사는 파급력이 더 크다. 상처가 퇴사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남은 사람들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설문을 보면 70% 이상의 직원들이 동료 퇴사 시 동반 퇴사 등의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직원의 몰입 저하를 가져오고 기업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은 직원들은 떠나는 동료의 쓸쓸한 뒷모습에 자신의 미래를 곧장 투영시킨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법적인 분쟁으로까지 번지면 시간적-금전적 손실은 증폭되고, 언론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기업 이미지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이직 시 해당 회사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익명의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은 회사추천점수나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평가점수를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한 인적자본을 미숙하게 다룸으로써 현재 보유한 인적자본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적자본을 유치-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추론이다.

경영환경의 변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직원을 내보내야 할 경우는 퇴직자가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확보해주고 적절한 수준의 위로금을 주는 것이 좋다. 당사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평소에 체계적이고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성과관리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었다면 여러 면에서 상황을 매끄럽게 풀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한편 훈련되지 않은 관리자의 미숙한 말 한마디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시대상황을 오판해서 인공지능이나 첨단 정보통신을 이용하려 했다가 더 심각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영화 인 디 에어(원제 Up in the air)에서 해고통보 전문가라는 주인공으로 분한 조지 클루니가 대량해고시대에 폭발하는 고객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화상인터뷰로 해고통보를 하자는 보스의 제안에 "아무리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라고 하지만, 해고통보에도 지켜야 할 품격이 있다"고 일침을 놓은 것은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외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직원에게도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새로운 성공을 응원해주는 것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죄인의 감정을 느끼게 해 야반도주 하듯이 떠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떠나는 자까지 따뜻함으로 감싸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이고 떠나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출발의 발판이 될 일정 부분의 도움을 준다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퇴직 후에도 정기적인 연락 등을 통해 인연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들을 평생고객이자 파트너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업과 직원의 이별은 둘 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별을 잘 하려면 결국 평소 꾸준한 관리와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어차피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남은 자들을 위한 산적한 많은 현안이 있는데 이런 일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야만 하는가 하는 마인드에 사로잡혀 상황을 자꾸 덮으려 한다면, 내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퇴직관리는 시간과 금전적 손실을 넘어서 감정, 이미지 손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한 번 더 기억했으면 한다. 어느 때보다 우리 기업들이 이별의 정석을 공부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