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는 근무시간 중 흡연을 금지할 수 있는가

성실한 근로의무란 근로자가 근무시간 중 성실하게 근로를 제공해야 할 의무로서 이러한 의무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로서 당연히 인정되며(서울고등법원 2015.7.22. 선고 2014누62311 판결), 이를 직무전념 의무라고도 한다.

회사는 근로자가 부담하는 성실한 근로의무 내지 직무전념 의무에 근거해 근무시간 중 근로자의 사적활동을 금할 수 있으며 흡연을 위한 근무장소 이탈도 금지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취업규칙에서 근무시간 중 사적활동을 일절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더라도 근무시간 중의 사적활동이 모두 정당한 징계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사업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데에 그 근거가 있고(대법원 1994.12.13. 선고 93누23275 판결), 사용자의 징계권은 근로자의 성실의무를 확보하기 위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근무시간 중이라도 사회생활의 필요에 의해 외부와 연락을 하거나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대기시간에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경우 등 그 양태가 근로계약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만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근무시간 중에 딴짓을 하더라도 언제나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현실적으로도 일체의 사적활동을 금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흡연은 기호품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근무장소에서의 이탈을 수반함으로써 근로시간 손실의 정도나 직장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여타 딴짓보다는 제한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2. 근무 중 흡연시간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가

근무시간 중 흡연을 금지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이는 오히려 흡연자들의 업무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흡연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근무시간 중 흡연에 소요한 시간만큼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는 근로시간 해당 여부에 달려 있다. 즉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임금이 지급돼야 하는데, 이러한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에 따라서 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92.10.9. 선고 91다14406 판결). 흡연시간이라 하더라도 실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면 사용자는 이에 대해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흡연을 하면서 업무상 통화를 하는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으나 대개 흡연시간 중에는 업무가 중단되며 현실적인 근로의 제공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인 근로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근로시간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판례도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이와 같이 현실적인 근로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을 대기시간이라고 하며 이는 근로시간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흡연시간이 근로시간인지는 해당 시간이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 휴게시간)인지 또는 현실적인 근로를 제공하지는 않더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시간"( 대기시간)인지에 따라 판단하게 되며, 흡연시간이 대기시간에 해당할 때에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3. 흡연시간이 근로시간인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무엇인가

흡연 시 현실적인 근로의 제공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해당 시간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시간, 즉 대기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흡연을 위해 근무장소에서 벗어난 경우에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시간으로 볼 수 있을까? 이는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사실인정의 문제다. 아직 국내에는 흡연시간이 근로시간인지에 관해 판단한 선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일본의 판결례가 있으므로 이를 소개한다.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사례 근로시간임을 부정한 사례

▶업무에 틈이 있을 때 휴게실에 담배를 피우러 간 것으로서, 휴게실이 사무소나 역사(驛舍)로부터 근거리에 있었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업무에 복귀해야 했음을 감안하면, 흡연시간을 휴식을 위해 노동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이 보장된 시간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휴게시간으로 볼 수는 없다. [仙台高裁 平26.6.27.判決 勞判1100?26頁]

▶본건 점포 내의 탈의실 겸 창고에서 흡연을 하는 정도였고, 아르바이트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필자: 즉 업무에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대응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이러한 실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시간도 대기시간으로 봐야 하며 휴게시간으로 볼 수는 없다. [東京地裁 平26.8.26.判決 ?判1103?86頁].

▶원고들은 점심시간 외에 소정 근무시간 중에도 1일 4, 5회 이상 근무하고 있던 점포를 나와 소정의 흡연장소까지 가서 흡연을 하고 있었으며, 원고들이 흡연을 위해 점포를 나가면 돌아오기까지 10분 전후를 요할 때가 많았던 것이 인정된다. (중략) 흡연장소가 근무점포로부터 떨어져 있었던 점과 흡연을 위한 시간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흡연장소까지 왕복에 요한 시간 및 흡연을 한 시간은 피고의 지휘명령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상당하다. [東京地裁 平26.8.26.判決 ?判1103?86頁]

이상과 같이 일본의 판결례는 흡연시간이 근로시간(대기시간)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우리 대법원의 근로시간에 관한 법리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명령)하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①근무장소와 흡연장소의 근접성 여부, ②흡연 중이라도 업무와 관련해 즉시 대응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 ③흡연에 소요된 시간 등의 요소를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 법제에서도 참고해 볼 만하다.

4. 흡연시간을 임금에서 공제하기 위한 실무적인 방법

위에서 소개한 요소들을 고려해 흡연시간의 근로시간 해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정들로 인해 개별 사안마다 근로시간 해당 여부를 판단해 임금 공제 여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예컨대 흡연에 소요된 시간을 고려해 15분 이상 이석한 경우에는 근로시간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더라도,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돼야 하므로 실제로는 전화통화로 거래처와 협의를 한 경우는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 등, 이석 시간만을 가지고 근로시간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근무 중 흡연시간에 대해서 임금을 공제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판례는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고 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17.12.5. 선고 2014다74254 판결), 사전에 흡연시간 부여에 관한 방법을 정하고 해당 시간에 업무지시를 제한한다면 이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돼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간에 해당해 임금을 공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