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케팅·홍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종호(29)씨는 자동차에 대해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자랑한다. 차량마다 제원을 달달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별 특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홍보대행사에서 완성차 업체 온라인 홍보를 경험하기도 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취직에 도전하는 이씨를 인크루트의 서미영 상무와 한국HP의 최영미 상무가 컨설팅했다.
글=권희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서류 컨설팅
헤드라이트만 봐도 어떤 차인지 알 정도로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이종호씨는 “학점이나 영어 점수는 부족해도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보다 많다”며 “스펙보다는 인간 이종호를 봐달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이씨의 이력서는 양식에 맞춰 깔끔하게 정리됐지만 눈길을 끌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컨설턴트들의 평가다. 특히 자기소개서와 이력서가 잘 연결이 안 돼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 홍보대행사에서 자동차 업체 온라인 홍보 업무를 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악의적인 글들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댓글을 달아 대응하고 매주 2회씩은 해당 자동차 업체 전 직원이 보는 보고서도 작성했다. 이는 자동차 업체에 취직하는 데 좋은 경험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이력서에는 이것이 경력사항에 한 줄로 요약돼 있을 뿐이다.
최 상무는 “특히 이를 자세하게 잘 기술해 자신만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넷에 불만을 표시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은 거친 작업이다. 때로는 근거 없는 악의적인 댓글에 합리적인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이 올린 글은 인터넷을 통해 금세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에 빨리 발견하고 신속히 보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어떤 역량을 발휘했고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 상술한다면 그의 자기소개서는 훨씬 생생해질 것이다. 최 상무는 이와 함께 “온라인 홍보를 하면서 느낀 불합리함과 그것의 대안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회사는 신입사원에게 기존 사원이 보지 못하는 문제를 발견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자기 소개를 할 때 주장하는 바가 있으면 그것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이씨는 자기소개서에 “부모님으로부터 예의와 성실을 교육받았다”면서 “성실한 태도로 많은 친구를 사귀고 학교 임원도 했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이는 예의 바르고 성실한 이씨의 태도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실제로 어떻게 예의 바르게 행동했고 성실한 태도를 보였는지를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하기 싫어하는 화장실 청소를 항상 앞장서 했다든지 하는 것이다. 서 상무는 “예의와 성실함을 나타내는 행동 사례를 들어야 읽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동차 매니어다.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조직위’에서 영어 통역 봉사활동을 했다. 많은 대학생이 경험하는 유럽 배낭여행도 기차가 아니라 자동차로 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에는 그가 왜 이토록 자동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과정에서 자동차광이 됐는지는 설명이 없다. 또 유럽 자동차 일주에 대한 내용도 ‘자동차’보다는 ‘유럽’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고 있다. 최 상무는 “유럽에서 느낀 자동차 문화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독특하게 풀어낸다면 남들과 차별화된 경험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입사 포부가 너무 추상적이다. 이씨가 밝힌 자기 개발과 책임감, 윤리성은 직장인의 기본자세로 그만의 개성 있는 포부가 아니다. 입사 포부를 작성할 때는 직무와 연관 지어 자신만의 비전을 밝혀야 한다. 서 상무는 “책임감, 윤리성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원하는 직무를 통해 어떤 성과를 내고 싶은지, 어떤 구체적 실천계획이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평
서 상무와 최 상무는 이씨가 자동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는 이런 것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또 전반적으로 취업에 대한 절박한 느낌이 부족하고 콘텐트도 충실하지 못한 것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이외에도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면 취직하려는 기업을 완성차 업체에만 한정 짓지 말 것을 주문했다. 최 상무는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하든 자동차 관련 경력을 잘 쌓으면 업계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될 수 있다”며 “우선 자동차 관련 업종의 목록을 만들고 각각의 회사를 조사하라”고 조언했다.
이종호씨는
학력 상명대 영문과 졸업
학점 3.05(4.5 만점)
외국어 토익 745점(2010년 2월)
경력 한진택배 영어통역 아르바이트 (2004년 7~9월)
스타일마케팅 인턴(2010년 10월~2011년 1월)
희망직무 자동차 마케팅·홍보
면접컨설팅
자동차 회사 안 되면
부품회사서 일하겠다는
배수의 진 쳐라
Q 자동차 마케팅 업무를 하고 싶어 하는데 관련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가?
A 교양과목 2개를 들었다. 총 4학점이다.
#면접관은 영문과를 졸업한 이씨가 마케팅을 잘 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이에 대한 준비를 물을 것이다. 이수한 학점이 없다면 다른 부분으로 메워야 한다. 회사별 마케팅 방법론에 대해 숙지하라. 또 지원하는 회사의 마케팅 분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논리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라. 면접관은 전공을 하지 않아도 이 분야에서 일할 만한 준비된 지원자란 인상을 받을 것이다.
Q 자동차 온라인 홍보를 하면서 느꼈던 문제점은?
A 완성차 업체들이 블로거에게 원고료와 시승 기회를 제공하고 홍보성 글을 쓰게 하는데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로 인해 이제는 소비자들이 ‘블로거가 돈을 받고 썼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더 이상 블로그를 믿지 않게 됐다. 이보다는 블로거가 우러나오는 마음에서 시승을 요청하고 글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제를 지적한 것은 좋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이 왜 여전히 그런 방법을 쓰고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하라. 대안을 제시할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기대효과는 어떤지 설명하라.
Q 원하는 완성차 업체에 취직하지 못하면 다른 완성차 업체로 지원할 것인가? 그것도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A 원하는 곳은 국내 완성차 업체인데 그것이 안 되면 수입차 업체로 지원할 것이다. 그것도 안 된다면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안 되면 다른 업종도 가능하다’고 말하면 목표의식이나 절박감이 없어 보일 수 있다. 면접관들은 이씨가 정말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완성차 업체가 아닌 경우 부품업체나 판매회사에서라도 일할 수 있다는 대답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Q 토익 점수(745)가 높지 않은데 해외 마케팅은 못 하겠다.
A 토익은 영어 실력을 반영하지 않는다. 시험 요령을 잘 익히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래도 토익 스피킹은 비교적 높은 레벨 6을 받았다.
#면접관들은 토익 점수를 성실성의 척도로 활용한다. 점수가 실력을 보증하지 못한다고 해도 높은 점수를 받아온 사람에게는 취업의 열의를 느끼게 마련이다. 토익 점수와 영어 실력이 무관하다고 말하기보다 비록 점수는 낮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가졌다고 답하라. 또 가능하다면 면접 현장에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
Q 자동차와 관련해 지금 하는 일은?
A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오프라인 모임에도 자주 나가고 있다. 자동차 관련 잡지도 구독 중이다.
#이런 내용은 자기소개서나 면접 초반에 하는 자기 소개에 나왔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관심사를 잘 드러내는 재료가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면접에서 성공할 수 없다.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자동차 문화에 대해 느낀 바나 알게 된 것 등을 현장감 있는 사례로 설명하라. 면접관들은 현장의 문화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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