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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자사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건설경제  기사입력 2017.09.13 08:40

김남용(회계법인 새길 대표)

1991년에 회계사 생활을 처음 시작한 이후, 민간투자 사업과 1994년에 인연을 맺고 어느덧 2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까지 인생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민간투자 사업과 함께한 셈이다.

민간투자 사업의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면, 관련법의 명칭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자본유치 촉진법에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거쳐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바뀌었다. 초창기에는 민간투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그 대상도 사회간접자본에서 사회기반시설로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명칭의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초창기에는 민간투자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분위기였으나 현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새정부 출범 이후의 최근 민자사업에 대한 분위기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연상시킨다. 이제는 민간투자 사업의 틀을 바꿀 때가 되었다.

먼저, 이름부터 바꾸자. ‘민간투자’를 ‘민관협력’으로 바꾸자. 명칭에서 오는 선입견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대중들은 ‘민간투자 사업’이라고 하면 민간사업자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실제적인 민간투자 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파트너십으로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여 재정의 효율을 높이고 국민편익을 증진시키는 사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몇 년 전 캐나다에 여행가서 만난 이민자와의 대화 중 우연히 민간투자 사업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민자 사업은 요금이 비싸고 세금을 축내는 것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이다. 해외 이민자가 생각하는 민자 사업의 이미지가 이러니 국내에서는 얼마나 더 심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만약 2000년에 인천공항고속도로가 민간자본을 활용하여 건설되지 않았다면 인천공항이 적기에 개항되어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허브공항이 될 수 있었을까, 2002년 천안논산고속도로가 개통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물류 비용과 시간이 허비되고 있었을까, 2006년 부산신항만이 개항되지 않았다면 컨테이너항만의 국가 경쟁력이 있었을까, 2009년에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이용객들이 길거리에 시간을 허비하고 다녔을까. 이런 인프라의 조기 구축에 따른 국가경쟁력 강화와 물류비용 절감, 이용자들의 편익 증대를 생각해보면 민간투자 사업이 기여한 바에 대해 박수쳐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민자 사업에 투자된 자금은 100조원 이상이다. 물론 이러한 투자사업들을 재정 사업으로 진행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사업들을 국가 재정으로 시행했다면 아직까지도 준공되지 못하거나 중단된 시설이 상당수에 달하여 지금과 같은 복지정책은 시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민간투자 사업을 PPP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ㆍ민관협력 사업)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우리도 개명을 통해 부정적 인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둘째, 사업수익률 중심의 협약이 아니라 자기자본수익률 중심의 실시협약으로 변경하자. 사업수익률은 재원조달(자기자본 또는 타인자본)을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해당 사업에 소요되는 총투자비에 대한 내부 수익률의 개념이다. 쉽게 말해서 사업수익률 5%가 예상된다고 할 경우, 총투자비가 1000억원(자기자본 200억원 + 타인자본 800억원)인 사업이라면 연 평균 50억원(1000억원×5%)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자기자본수익률은 재원조달 중 자기자본에 대한 내부 수익률 개념이다. 즉, 자기자본수익률 5%가 예상될 경우 10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리파이낸싱에 따른 이익 공유에 대한 논란을 해소할 수 있고 정부와 민간 간 수익률 협상이 쉬워질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할 때 자기자본수익률 중심으로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복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협력을 강화하여 민자 사업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사회기반시설을 적기에 제공해 정부 예산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경제 활성화와 국민편익 증대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의 상호 불신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 리스크’다. 실시협약을 상호 합의하여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약 변경을 요구해올지 불안해하고, 정부에서 확정한 정책이 중도에 변경될지 불안하여 투자 의사결정을 실행하지 못한다.

필자가 민간투자 사업 활성화 관련 세미나에 참석할 때마다 외치는 말이 있다.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에 있어서 고민을 하는 이유는 그 일의 예측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일이라면 고민할 이유 없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상호 신뢰회복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 이상의 불신은 사라지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박수 받으며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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