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판사에 있는 사람들을 비교적 많이 아는 편이다. ‘김영사’나 ‘북21’과 같은 국내 대표출판사의 CEO는 물론이거니와 소규모 영세 출판사의 사장들도 꽤나 많이 알고 있다. 그분들과 언제든지 터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친분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내가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다. “지금의 직업에서 은퇴하면 뭘 하지?”라고 질문을 받는 다면, 1인 출판사를 해보고 싶다는 답을 할 정도로 책 보는 것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작가들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신간도서가 나오면 관심을 갖고 쳐다보게 된다. 제목을 보면서 어디서 나온 책일까? 누가 쓴 책일까? 등등 제목과 작가를 보면서 여러 가지 추리를 해 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요즘 서점가의 대세는 ‘4차산업’인 것 같다. 새로 나온 신간서적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강연회의 단골 메뉴도 바로 이 4차산업이기 때문이다. 전하고자 하는 책의 메시지와 관련이 있든 없든, 모임의 성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든 없든, 무조건 홍보 타이틀에 4차산업라는 단어를 넣지 않으면 안 된다고 관계자들이 말한다. 예를 들면, ‘4차산업의 인재전략’ ‘4차산업과 소비자공략’ ‘4차산업과 교육혁신’ 등과 같이 무조건 4차산업을 제목에 끼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끈다는 것이다. 한때는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와 같은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마케팅이 안 되는 시절이 있었는데 그 기류가 지금은 4차산업이라는 단어로 바뀐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정말 가치가 있고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굳이 유행에 좌지우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터드러커 교수가 『경영의 실제』에 소개한 ‘경영의 원칙’들을 한 번 예를 들어보자. 원제목은 『The Practice of Management』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에 번역이 되어 발간되었지만 원서가 나온 시점은 1954년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경영의 실제』는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기본적 사고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 드러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업의 존재이유는 고객이고 기업의 목적은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즉 기업의 목적과 사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하는데, 그 출발점은 바로 고객에게 있다. 그리고 경영자의 성과목표는 이를 향해야 한다.” 70년 전에 만들어진 이론으로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혜안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사례가 또 하나 있다. 마케팅의 대가 잭트라우트 회장이 저술한 『The Immutable Laws of Marketing』이라는 책이다. 비록 정식출판은 1993년도에 이루어졌지만 책에서 언급한 기본적인 내용들은 1972년도부터 이미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도에 『마케팅불변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번역이 되어 지금도 마케팅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바이블로 여겨지고 있는 스테디셀러 중의 하나이다. 다음은 책에 들어 있는 저자의 코멘트다. “나는 젊은 마케터들에게 과거에서 배워야 하며, 세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곤 한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란 느리게 전개되기 때문에 긴 안목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불변(不變), 그것은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마케팅 전략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원칙은 절대 변하지 않는 법이다.”

이와 같이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불변의 무엇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바로미터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 HR에 있어서는 어떤 원칙이 바람직한 불변의 무엇일까?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불변의 원칙은 무엇이어야 할까? 결론을 말하면, ‘직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회사의 부단한 노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직원들이 매력을 느끼는 회사, 직원들이 호감을 갖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워라벨’의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어 가는 시대적 조류 앞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회사는 어떤 회사를 말하는 것일까? 어떤 조직문화가 직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구체적 사례를 몇 가지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인간미를 중요시 여기는 직장문화를 말한다. 조직내의 불편한 인간관계는 직장스트레스 중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속하는 골치 아픈 문제인 동시에 직장인 퇴사사유의 1위로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그런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퇴사를 하게 되는 그런 구조인 것이다. 이런 연유로 조직은 사내에 불편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두 번째는 사업의 가치가 숭고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의 구조가 가급적 사회에 도움이 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구상하고 연구해야 한다. 유능한 인재라고 불리는 집단일수록 의식주의 목적이 아닌 좀더 숭고한 목적에 일의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인사정책의 변화이다.
방향성에 있어서 ‘인재획득’보다는 ‘인재유지전략’을 취해야 한다. 인재가 회사를 선택하는 시대로 접어들면 인재를 확보하는 것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숙련된 인재들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능력을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까”, “능력이 올라간 직원들의 이탈을 어떻게 하면 방지할까” 등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전 같으면, 공개적으로 직원들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막말을 하는 임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풍경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신입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맹목적으로 지시를 따르는 신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일을 해야 되는 이유와 목적을 느끼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신입으로 조직은 바뀌어 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HR의 목표는 우리 직원들로 하여금 자사에 대한 매력을 타 회사보다 더 크게 느끼도록 설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인사불변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관통하여 오래 동안 갈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 본다.

지은이- 지속성장연구소 대표이사 신경수 (sks@sg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