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문서위치

  • 취업뉴스

취업뉴스

크게작게글자크기

대기업들의 고급 두뇌 사냥

조선일보  기사입력 2002.08.07 10:03
## 삼성·LG·SK·현대自 등 인재 유치단 만들어 스카우트戰
- 외국 일류대 석·박사는 물론 국내 우수 고교생에도 눈독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축구’의 성공은 인재 발굴에서 출발했다. 자질과 능력을 갖춘 선수를 발굴해서 조련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월드컵 덕에 기업 조직에서도 인재 발굴과 양성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지런히 고급 인재를 구하라.’


IMF 외환위기 이후 중단되다시피 했던 국내 기업들의 인재 확보전이 재가동되고 있다. 축구 때문만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은 발등에 불똥이라도 떨어진 양 너나 할 것 없이 인재 확보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게다가 인재 발굴과 적재적소로 빛난 ‘히딩크식 경영’이 각광받으면서 앞으로 기업들의 인재 확보 활동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 ‘인재 유치단’은 요즘 미국 유수 대학을 돌며 ‘인재 사냥’에 여념이 없다. 6월 20일 미국으로 출발한 인재 유치단은 스탠퍼드 등 미국 일류 대학을 돌아다니며 졸업생을 대상으로 기업 홍보와 채용 상담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측은 이번 방문에서 기계 전기 전자 금속 재료 화공 디자인 등 이공계열과 MBA(경영학석사) 분야에서 100~2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회사는 “해외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연구 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석·박사 인력 年 1000명씩 충원

LG그룹 역시 구미(歐美)지역 유수 대학 출신의 MBA와 R&D(연구 개발) 석·박사 확보에 나섰다. 올 들어 이미 100여명을 채용한 데 이어 연말까지 총 300여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은 전자, 화학 등 6개 계열사 인사 담당자로 구성된 ‘해외 우수 인력 유치단’을 구성, 구미의 40여개 유수 대학에서 인재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직접 사람 고르기 작업에 참여하는 것도 새로운 모습. LG전자 김영기 부사장은 지난 5월 초 연구소장과 임원들로 구성된 면접단의 단장으로 해외에서 직접 면접시험을 주관했으며, LG화학 여종기 사장(기술원연구원장)도 미주지역에서 개별 면담 활동을 벌였다.

삼성그룹은 6월 5일 경기도 용인연수원에서 ‘인재전략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R&D, 정보기술 등 경영의 모든 분야에서 현재 1만1000명 규모인 석·박사 인력을 매년 1000명씩 늘리기로 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물론 은행, 증권사 등 금융 관련 회사들도 이러한 인재 확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요즘 임직원들에게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느라 여념이 없다. SK그룹 손길승 회장은 6월 7일 충남 대덕에서 중부권 주재 임직원과 가진 대화 시간에서 “지금까지 SK그룹의 성공적인 성장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인재였다”면서 “우리가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기업에서 핵심 자리를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것도 최근의 인재 확보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가령 기아자동차는 향후 연구 개발 인력의 10%를 외국인으로 채울 방침이다. 아예 우수 고교생에게까지 눈길을 돌리는 기업도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주요 계열사별로 연구 개발 책임자들이 전국 10여개 과학고에서 ‘과학기술비전 순회 특강’을 실시하는 등 우수 고교생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고급 두뇌, 유입보다 유출 많아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기업의 ‘돈버는 능력’이 점점 ‘고급 두뇌’ 확보 여부에 좌우되는 경제 흐름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처럼 저임금에 힘입어 가격 경쟁력만 있는 제품으론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조차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이 기업들로 하여금 ‘인재 사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한 명의 인재가 수만명의 종업원을 먹여 살린다”며 핵심 두뇌의 중요성을 틈만 나면 강조하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은 5월 22일 서울대 공대 강연에서 “앞으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휴먼캐피탈(human capital), 즉 인재”라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 초 직원들에게 “인재를 찾아내고 육성하는 일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재 확보는 인재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능력이 검증된 인재가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고급 두뇌들이 머물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유명 경영대학원인 IMD의 2002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아시아 경쟁국들에 비해 ‘고급 두뇌’들의 잔류 희망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조사 대상 전원이 국내 잔류를 희망할 경우를 10, 전원 해외 이주를 원할 경우를 1로 정해서 계산한 두뇌유출지수는 미국(8.55) 일본(6.83) 싱가포르(5.58) 대만(5.09) 한국(4.11)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우수 직원의 경우 1인당 2000만엔의 돈을 들여 미국에 MBA 교육을 보내고 있으나 이들이 외국 기업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히다치, NTT데이타 등 100여개 기업들은 최근 인재 정착을 위한 연구회를 구성하는 등 인재 유출 방지에 힘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기업들도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인재 유출 방지에 과거와는 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렵게 유치한 인재의 정착을 위해 이익배당제도, 스톡옵션, 주택자금 지원 등 다양한 유인책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은환 수석연구원은 “아직 고급 두뇌가 들어오는 숫자보다는 나가는 숫자가 더 많은 게 한국 현실”이라면서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인재 발굴 및 양성이 중요한 경영활동이라고 인식,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유명한 잭 웰치 GE 전 회장이 인재 평가 및 육성 등 사람 관리에 업무시간의 70%를 투입한 것은 이같은 맥락이라고 김 연구원은 말했다.

또 기업들은 핵심 인재 확보를 양성하는 것 못지 않게 핵심 인재 의존에 따른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995년 영국의 베어링금융그룹이 싱가포르지점의 핵심 인력 1명의 투자 실패로 회사 전체가 파산하는 화를 입은 것은 핵심 인재 관리가 인재 확보 및 양성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 헤드헌팅(Head-hunting) 업계


경기 회복되면서 ‘바쁘다 바빠!’
요즘엔 덕장형(德將型) 관리자 인기


한국조폐공사, 한국인삼공사, 한국부동산신탁, 한국담배인삼공사 사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채용됐다는 점이다.

과거 외국계 기업의 전문직 채용에나 활용되던 헤드헌팅이 국내 기업에 급속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외국 기업의 한국 지사는 물론 정부기관, 대기업, 중소기업까지 헤드헌터들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한동안 인재 영입을 주저했던 기업들은 최근 경기가 회복되면서 임원급 이상 핵심 두뇌 보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한창 진행 중인 금융기관과 공기업들이 조직 체질 개선과 경영 혁신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최고경영자(CEO) 영입을 서두르고 있다. 헤드헌팅 업체 유니코서치의 유순신 사장은 “전체 고객에서 대기업의 비율이 2000년 30%에서 지난해엔 40%로 늘었다”며 “기존 주 고객이던 외국계 업체나 IT업체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하는 헤드헌팅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97년 10여개에 불과했던 헤드헌팅 업체는 99년 70~80여개로 늘었고, 현재 400개가 넘는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98년 100억원에서 99년 300억원, 2000년 550억원, 2001년 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1500억~2000억원대
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헤드헌팅 사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외국 업체들도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세계 15위 안에 드는 헤드헌팅 업체 중 8개가 한국에 진출, 국내 고급 인력을 놓고 토종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인 대상 온라인 채용 업체들도 하나 둘 헤드헌팅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인터넷 채용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 5월 헤드헌팅몰(chief.incruit.com)을 개설했고, 잡코리아도 3년 이상 경력자를 위한 헤드헌팅 포털사이트인 커리업(www.careerup.co.kr)을 열었다. 이러한 온·오프 헤드헌팅
사이트는 구인 사이트에 기업이 채용 공고를 내면 헤드헌터가 구직자를 기업에 추천해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요즘은 어떤 유형이 헤드헌터들의 집중 사냥감이 될까? 국내 100여개 헤드헌팅사가 회원으로 가입된 서치펌스(www.searchfirms.co.kr)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구인
의뢰는 절반 가량이 IT(정보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치펌스 남궁록 사장은 “최근에는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어 유통을 비롯한 소비재산업과 온라인 분야, 부동산 분야의 고급 인력도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치펌스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의뢰하는 인재는 직급별로는 CEO와 사업본부장급 이상이 전체 구인 의뢰의 7.5%를 차지했고, 특정 부서의 책임자나 신규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 등 무게있는 자리의 의뢰가 주를 이뤘다. 반면 외국계 기업의 구인 의뢰는 IT 분야보다 전문컨설팅, 재무관리, 홍보, 회계, 인사, 비서 등 다양한 직종에서 높게 나타났다.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성품도 헤드헌터들에게는 중요한 추천 기준이다. 헤드헌터들에 따르면 2~3년 전만해도 구조조정에 능한 변화 추진형 인재가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최근에는 덕장형 관리자가 인기를 끈다는 것. KK컨설팅 김국길 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상처받은 조직원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덕장형 관리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박내선  nsun@chosun.com
/ => False
 
  • 공유하기도움말
  • 북마크도움말
  • 인쇄

댓글

작성자명 변경

댓글 등록 시 노출되는 작성자명을 아래 세 가지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별명을 선택한 경우, 사진 노출 및 개인홈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