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반복적으로 신고하는 근로자

근로감독관은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을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사업장을 지도-감독하며, 피해 근로자가 발생할 경우 조사해 시정을 요구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한다. 근로감독관으로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일은 당연한 일임에도 "근로감독관을 이용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민원인을 가끔 만날 때면 회의감도 드는 게 현실이다.

02. 해고를 반복적으로 당하는 여자

A회사에 입사해 일하던 정해고(가명, 女)는 직원들과 말다툼을 했는데, 사장이 정해고만 따로 불러 "일을 그만두라"고 했고, 정해고는 "둘이 다퉜는데 왜 자기만 그만 두냐"며 항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억울한 마음에 노동청에 진정 제기했더니, 근로감독관은 해고를 하더라도 절차를 지켜야 하고, 한 달 월급 정도(정확히 통상임금 30일분)를 주면서 내보내야 한다고 설명하자 사장은 그런 법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법이 그렇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면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했다.

이후 정씨는 B회사에 재입사했는데, 일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사장이 조용히 불러 "일을 왜 그렇게 하느냐"고 말했고, 해고를 직감한 정씨는 휴대전화로 대화내용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저 자르는 거냐?"고 되물으며 사장 입에서 "해고 맞다"는 답이 나오자 바로 노동청으로 달려가 해고예고수당을 청구했다.

이런 식으로 노동청에 해고예고수당 진정만 6차례 반복한 정씨는 이제 노동청 신고 노하우도 익히게 됐다. 사장과 대화내용을 녹음해 녹취록을 만들고 진정서와 함께 제출한 뒤 근로감독관이 연락하면 "내가 몇 번 신고해봐서 아니까 녹취록 보시고 해고예고수당 지급명령 하세요. 감독관님"이라고 말한다.

03.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는 남자

건설 현장은 일용근로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인력 관리가 복잡한 곳이다. 그럼에도 일용 근로계약서 작성은 필수다. 또한 산업안전을 위한 보호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작업중지명령을 받는다.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아는 김거부(가명, 男)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근로계약서 서명을 하지 않고 작업장으로 바로 이동하고, 보호장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훑어본다. 위반이 하나라도 보이면 현장소장한테 보고하고, "여기서는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서 노동청에 신고를 한다. 진정 내용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일당) 체불, 안전보호장치 미설치이다.

노동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 사업주가 법적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아는 김거부는 모든 일을 전화로 해결한다. "하루 일당 25만원이고,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벌금이 500만원 이하로 돼 있으니까 오늘 중으로 합의금 100만원을 넣으면 취하서를 제출하겠다"면서 근로감독관한테 사업장에 전달하라고 행동 지령을 내린다.

난감한 상황이다. 우선 조사는 해야 해서 신고된 사실과 내용을 사업장에 전달하고 출석요구를 하니, 회사에서는 진정인하고 통화해 합의하겠다고 한다. 김거부의 신고 횟수는 10회가 넘었다.

04. 반복적으로 신고 당하는 사업주

우리나라 임금체불 규모는 2018년 기준 1조6,000억원 가량, 피해근로자는 35만명을 넘었다. 반복-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기획과를 신설해 근로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체불사업주 명단도 공개하고 있다. 검찰에서도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삼진아웃제도(대검찰청 2017.3.16. 보도자료)를 운영하고 있다.

05. 근로감독 실시

2019.9.17. 고용노동부는 반복 상습 임금체불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기근로감독계획에 따라 반복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등 근로자의 권익 침해가 우려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근 1년 간 지방노동청에 임금체불로 3회 이상 신고 돼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된 2,800개 사업장이 대상이다.

또한 상습적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해 근로감독과 강제수사를 강화할 계획으로 수시근로감독의 하나로 신고형 감독을 도입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신고사건 처리 과정에서 반복 상습적인 임금체불 등 중대한 법 위반이 확인된 경우 즉시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06.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등

근로자에게 임금을 장시간 지급하지 않은 체불사업주의 명단이 공개 된다.
3년 이내 체불로 인한 2회 이상의 유죄가 확정된 자로서 명단 공개 기준일 이전 1년 이내 임금 등의 체불총액이 3천만 원 이상인 경우에 명단 공개 대상자(체불사업주)에게 3개월 이상 기간의 소명 기간이 주어진 후 관보에 게재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 노동청 게시판 등에 게시하는 방식이다.

다만 경영자로서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체불된 경우 명단공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①사업주의 사망 폐업 ②소명 기간 동안 체불임금 등을 전액 지급한 경우 ③사업주가 파산선고 됐거나 회생절차에 있는 경우 ④도산의 사실을 인정받은 경우 ⑤구체적인 청산의 계획 및 자금 조달 방안을 제시한 경우 ⑥체불사업주의 인적사항 공개가 실효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명단공개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07. 임금체불 삼진아웃제

임금체불은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①임금체불 삼진아웃제도 시행으로 세 번 체불하면 재판 받는다라는 원칙을 확립해 재판 과정에서도 근로자가 체불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②구공판 및 구속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기존 양형기준을 강화해 불법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③상습적-악의적 체불자는 소액이라도 엄벌해 사법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한다.



08. 대처 방법

가. 전문 지식을 가지고, 노무관리 상태를 먼저 진단하라.

우선 인사노무담당자들의 노동법 지식수준을 높이고, 법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 내 노무관리 상태를 먼저 진단해 봐야 한다.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는 악덕사업주가 등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악덕사업주보다 법을 잘 몰라서 위반하는 경우가 더 많다.

위반 사례로는 근로조건 서면 명시는 근로 개시 전에 해야 함에도 하지 않은 경우, 해고를 하려면 30일 전에 예고해야 함에도 하지 않은 경우, 휴일에 근로한 경우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산수당을 중복해 계산하되, 8시간 이내의 경우 50%, 8시간 초과의 경우 100%를 가산해야 함에도 계산을 잘못 한 경우, 1주간 소정근로일을 개근하면 1일 소정근로시간의 임금이 주휴수당으로 지급돼야 함에도 지급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근로자들이 노동법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아져서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이의제기하거나 노동청에 진정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단기 근로자 같은 경우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는 업무 담당자들의 노동법에 대한 관심과 노력 등을 통해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각종 제도를 활용해 사업 운영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극복하라.

회사 경영이 어려워 임금 등을 체불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각종 지원제도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다. 체불사업주 융자제도

일시적 경영상의 어려움 등으로 체불이 발생했으나, 체불청산의지가 있는 300인 이하의 산재보험 적용 대상 가동 사업장으로서 1년 이상 해당사업을 영위했을 경우 당해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고 있는 재직 근로자나 당해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고 확인신청일 기준 1년 이내에 퇴직한 근로자의 체불 임금 청산을 위한 융자제도이다.

라. 소액체당금 상한 1,000만원

회사의 경영 상태와 무관하게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체당금으로, 신청 근로자의 퇴사시점까지 회사가 6개월 이상 가동되고, 퇴직한 날의 다음날부터 2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 국가로부터 최종 3개월 임금이나 최종 3년 퇴직금의 일부를 우선 지원받는 제도다.

마. 당사자 간 어설픈 합의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차라리 정공법을 택해라

진정이나 고소가 제기되면 지원금이 끊길까 두려워, 혹은 향후 근로감독 대상이 될까 두려워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어떤 경우에는 근로자의 악의가 보이는데도 합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올바른 해결방법이 아니다.

단지 진정 신고가 많다는 이유로 근로감독을 하거나 삼진아웃제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근로감독관이나 검사는 "왜 임금체불이 발생했지?"라는 그 이유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경영이 어렵다면 융자제도나 소액체당금 등을 활용해 위기 대처할 수 있고, 근로자들도 회사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는 상황을 이해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회사 경영이 어렵지도 않은데,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법 지식 등 정보의 우위를 이용해 근로자들의 임금을 적게 지급하려는 나쁜 행태를 보일 때이다. 이런 사업주에 대해 악의적 체불자로 판단하고 근로감독이나 삼진아웃제 적용, 명단 공개 등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관리가 엉망인 점을 이용해 근로자가 노동청에 진정제기하거나 합의를 시도한다면,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과 적극적 해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합의에 응할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