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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성공의 필수요소, 쉼(休)

  기사입력 2020.02.19 10:00


[월간노동법률] 김형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심리전문가


당신의 직장생활은 성공적인가? 물론 성공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날도 밝기 전에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에 몸을 실어 출근하고, 전쟁터 같은 직장생활도 이를 악물고 버틴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성공적인 직장생활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실이라는 덕목이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처럼 여겨졌다. 능력이 출중하지 않아도 성실하기만 하면, 조직에서 뒤처지지 않고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구조의 변화와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단순히 성실하게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것이 성공과 승진을 보장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 지금 이 시대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이들은 집중력과 기억력이 우수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한다. 달리 말하면, 우수한 인지능력(Cognitive ability)을 갖춘 것이다. 머리 좋은 사람이 일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비슷한 인지능력을 갖췄다고 가정하면, 결국 자기가 갖춘 능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팀을 들 수 있다. 국가대표팀 선발전에 드는 것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양궁 국가대표들은 모두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능력이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개인의 심리 상태다. 경기를 앞두고 누구나 불안하고 긴장되지만, 이러한 감정을 잘 다스리고 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직장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비슷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업무 능력이 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의욕이 앞서 쉼 없이 일만 하는 직원은 불안과 긴장의 심리상태가 지속되면서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을 발휘하기 어렵다.

우리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해 보면 그 이유가 보인다. 최신식 고사양의 컴퓨터를 구입해 사용하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러 개의 창을 동시에 실행하면 버벅거리기까지 한다.

우리의 두뇌도 마찬가지다. 쉬지 않고 일만 하다 보면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그럴 때는 잠깐 놔둔 서류를 찾는데 한참이 걸릴 때도 있다. 자연스럽게 마감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고, 무능력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우울한 마음이 찾아온다. 컴퓨터의 정보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틈틈이 포맷하는 것처럼 우리 두뇌도 틈틈이 입력된 정보를 정리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쉼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정작 쉬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세상만사를 다 알아야 하는 사람처럼, 별로 관심도 없는 경제, 정치 기사를 보기도 하고, 게임에 빠지기도 한다.

핸드폰 화면 속 뉴스 중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뉴스는 드물다. 매일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저절로 든다. 게임은 업무 지친 머리를 리프레시(Refresh)해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지속적인 주의집중력을 요구하는 활동인 만큼 상당한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게임을 통해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쉬지 못하고, 무엇이라도 붙들게 되는 이유 중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생각이 큰 몫을 차지한다. 농경사회, 산업사회처럼 투입이 생산과 정비례하는 구조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이 당위성을 지녔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책상머리에 엉덩이 붙이고 있다고 해서 업무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내구성 뛰어난 기계라도 중간중간 멈추고 점검도 하고, 소모품도 갈아줘야 한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신체를 돌봐야 하는 인간은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제때 쉬어야 능률도 오른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해야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지난 2014년부터 한강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 대회의 규칙은 간단하다. 90분 동안 멍한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우승은 고른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참가자에게 돌아간다.

아이들 장난 같기도 한 이 대회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시간 낭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참여형 퍼포먼스다. 흔히 멍하니 있는 사람을 할 일 없고 한심한 인간으로 치부하기 쉬운데, 이 대회는 정말 그러한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의미가 담겼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멍 때리는 상태는 마음이 안정된 상태와 같다. 우리의 뇌파를 측정해보면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 베타(β)파가 나오고,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는 알파(α)파가 나타나는데, 멍 때리고 있는 상태에서는 알파(α)파가 측정된다. 멍 때리기가 일종의 명상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를 통해 멍 때리기, 명상과 같이 한 가지 사물이나 호흡과 같은 신체활동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부정적인 정서 증상을 완화하고 신체 이완을 촉진해 정신 안정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즉, 쉬어야 정서적으로 안정되며, 정서적으로 안정돼야 필요할 때 적절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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