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IMF 외환위기, 글로벌 경제위기, 메르스 사태, 중국의 사드보복, 미?중 무역전쟁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파도를 넘어온 우리 경제에 코로나19라는 쓰나미가 덮쳤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례 없이 빠른 글로벌 확산은 일부 국가가 아닌 전 세계의 교역과 교류의 위축을 초래했고, 언제 종식될지 예견 불가능함, 종래 경제생활의 반경과 형태를 바꾸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에 심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처럼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기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감원을 고려하게 되는데, 먼저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에 따른 희망퇴직ㆍ명예퇴직 절차를 이용한다. 그럼에도 추가적인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경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즉, 정리해고 절차를 거치게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생존이라는 목표가 있더라도 그동안 함께 지내 온 근로자를 해고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정리해고는 자칫 부당해고라는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심지어 경영이 정상화된 후에도 분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위기보다 장기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아래에서는 ① 정리해고의 특성을 통해 정리해고 제도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한 뒤, ② 관련 법률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당한 정리해고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에 대해 살펴보겠다.

2. 정리해고제도의 특성과 법률리스크

먼저, 정리해고는 해고 가운데 유일하게 근로자 귀책사유나 일신상 사유와 관계없이 단지 기업의 사정을 이유로 해서 이뤄진다. 그리고 해고 대상이 되는 근로자가 특정되지 않은 채로 해고안이 제시되며, 다수의 근로자가 동시에 해고된다. 기업은 정리해고를 통해 회복의 기회를 얻고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즉, 경제침체와 경영위기 상황에서 그에 책임이 없는 불특정 다수의 근로자가 고용관계를 상실하게 되고, 고용불안과 해고조치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고조된다는 데 정리해고의 특징이 있다.

또한, 정리해고에 관계된 주체들은 국가 경제와 기업경영의 위기를 보는 관점과 시각, 정리해고의 필요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다. 동시에 정리해고는 고도로 복잡한 경영판단의 산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업자의 재량과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 역시 정리해고의 특성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특성에 비추어 정리해고가 갖는 법률리스크는, 기업의 사정만이 아니라 경제ㆍ사회적 상황과 파급효과, 근로자의 처우 문제가 정당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기업의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어 심급별로 법원에 따라 상반되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으면서도 표면적으로 유사한 전례와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되는 등 분쟁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으로 정리된다.

결국, 기업 외부의 환경은 사용자가 관리ㆍ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고 기업 역시 한계에 처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법률리스크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충실하게 준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정당한 정리해고로 인정받기 위한 법정요건

정리해고를 규율하는 법률은 근로기준법이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정리해고의 요건으로서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②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고, ④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대표에게 해고를 하려는 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구체적으로 이들 각 요건의 의미와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본다.

(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먼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란 반드시 회사의 파산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 경쟁력의 회복, 신기술의 도입,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삭감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한다. 단, 객관적으로 인원삭감에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돼야 함을 요구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마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넓게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핵심은 인원삭감의 객관적 합리성이다. 그 판단은 주로 유동성, 재무건전성의 위기 등 재무제표상 지표를 기준으로 한다. 경영악화 또는 재정상의 어려움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누적되어 왔고, 장래에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으리라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하는바, 관련 자료를 충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의가 요구된다.

(2)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해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돼야 한다. 회사 사정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각종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리해고에 앞서 경영합리화, 신규채용 중단, 기존인력의 전근과 파견, 휴직과 희망퇴직의 활용, 임금삭감ㆍ동결 등의 조치 가운데 가능한(전부가 아닌) 조치를 취해야 한다.

(3)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서는, 근로자의 근무성적, 업무능력, 근무태도, 입사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성별, 국적, 종교,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부부직원 가운데 아내만을 정리해고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공정한 선정 기준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한편, 상대적으로 기업에 공헌도가 낮고 재취업 기회가 많은 일용직, 단시간 근로자, 단기근속자를 우선 정리해고의 대상으로 할 경우 공정성이 인정되지만, 단지 임금이 많다거나, 하위직급을 우선해 정리해고 대상으로 선정한다면 공정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4)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

사용자는 해고회피 방법과 해고 기준 등에 관해 근로자대표에게 해고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하는데, 여기서 근로자대표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이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때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가리킨다.

단, 과반수 미달의 노동조합이라도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 실질이 있는 경우 해당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가 구성되어 있지 않은 기업은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각 근로자들과 협의하는 방법으로써 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편,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는 정리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정리해고 관련 분쟁의 상당수가 협의 과정에서 대립과 불통에서 비롯되므로 정리해고 전반의 법률리스크를 줄이는 데에 큰 비중을 갖는 절차라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진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4. 정리해고 관련 그 밖의 주의사항

정리해고는 귀책사유가 없는 불특정 다수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정부는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원활하게 지원하고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지운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할 때에는 최초로 해고하려는 날의 30일 전까지 정리해고 계획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고(근로기준법 제24조 제4항), 정리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와 같은 업무에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해당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다(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

사용자가 위 정리해고 계획신고 및 우선 재고용의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정리해고의 효력이 부정되거나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정리해고된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우선 재고용의무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청구권을 갖는다. 즉, 해고된 근로자가 기업에 우선 재고용 절차의 이행과 위반 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만큼, 사용자는 정리해고 후에도 우선 재고용 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5. 마치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미 여행, 항공, 숙박, 면세점, 공연ㆍ예술 등 서비스업의 침체가 가시화됐다. 이대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과 유통업에 이르기까지 경제위기가 산업전반으로 확대될 우려가 상당하다. 더구나 많은 전문가들은 조속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측하고 있다.

부디,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돼 우리 기업들이 절박한 상황에 처해 정리해고를 고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득이 정리해고를 실행하게 되는 기업의 경우 앞서 살펴본 내용을 참고해 정리해고의 부당성과 재고용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리스크를 축소시킨다면, 정리해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존속과 발전의 모색에 집중함으로써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