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사노동자들도 고용보험 등 노동자로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지 68년 만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및 15개 회원단체는 21일 국회 2차 본회의에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이 가결됐음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사노동자들은 지금까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했다. 가사(家事)사용인에 대해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근로기준법 예외 조항 때문이다. 당시 주로 가정 내에서 숙식하던 사회 분위기상, 이들을 근로자로 보기가 어렵다는게 이유였다. 그러나 돌봄 노동이 점차 노동가치를 점차 인정받게 되면서, 가사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번 법 제정은 그 동안 낸 목소리들의 결실이다.
제정안은 제공기관 인증,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 가사서비스 촉진을 위한 정부의 지원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제란, 가사근로자를 유급 고용하고, 서비스 제공 중 생길 수 있는 손해에 대한 배상수단을 갖춘 법인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하는 것이다.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노동자는 최저임금 등의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내용이다. 가사서비스 이용계약이란, 앞으로 제공기관과 이용자 간 서비스 관련 사항이 포함된 이용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해야하고 그 계약에 근거해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법안을 발의한 이수진 의원은 현장 발언을 통해 "68년동안 기다린 가사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등 노동자로서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그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가사노동자 직능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여성들이 포진된 좋은 일자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가사노동자로서 약 20년간 현장에서 일한 백정옥 씨는 "그동안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노동자라는 대우를 못받고, 그냥 파출부 이런 소리를 들어가면서 일을 했는데 법이 통과돼서 당당하게 노동자라는 권리가 생겨 기쁘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 혜택을 못받겠지만, 후배들이 받을 수 있게 돼서 고맙게 생각한다. 법이 더 발전이 돼 여성들이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최영미 대표는 "(집안일을) 내 몸처럼 일하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단순히 집에서 일한다고 부정당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서 이 법이 죽은 법이 되지 않게하겠다. 그저 글자가 아닌 살아 숨쉬는 법이 될 수 있게 햔국가사노동자협회가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재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은 "함께 일하던 분들이 다쳐서 한두달 일을 못하게 됐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법을 잘 가꿔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가사노동자들은 이제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유급 휴일, 연차, 퇴직급여, 4대 보험 등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노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존에는 사용자가 아닌 알선업체에서 중개만 해주던 시스템이었지만, 요건을 갖춘 기업은 제공기관으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수 있게 돼 서비스 질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단, 이런 변화로 이용자 부담 비용 자체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소망 기자 hope@elabor.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