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 경영자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회장이 된 오너 경영자 숫자만 10명이 넘고, 부회장급까지 합하면 40여 명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80년 이후 태어난 MZ세대 오너 임원도 10명 중 3명에 달했다. 다만, 여성 오너 임원은 20% 수준에 그쳤다.
 
한국CXO연구소(CXO)는 13일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임원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주요 200대 그룹을 포함해 주요 중견ㆍ중소기업 중 1970년 이후에 출생한 이사ㆍ상무보급 이상 직위를 가진 오너가(家) 임원이다. 조사는 올 반기보고서 등에 기재된 현황 등을 기초로 이뤄졌다.
 
CXO연구소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인원 중 임원 타이틀을 보유한 인원은 22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공식적으로 회장 타이틀을 갖고 있는 오너 경영자는 1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자산 규모 기준 50대 그룹 중에서는 52세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50세), 김남호 DB그룹 회장(47세),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46세), 구광모 LG 회장(44세) 등이 젊은 회장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중견기업 중에서는 윤호중 HY 회장을 비롯해 허준 삼아제약 회장,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이 1971년생 51세 동갑내기 회장들이다. 아스콘ㆍ레미콘 제조기업인 박창호 SG 회장은 올해 50세를 맞이한 1세대 창업자다.
 
부회장을 맡은 오너가 임원은 26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50대 그룹 중에서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52세), 조현상 효성 부회장(51세),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49세),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48세) 등이 포함됐다.
 
여성 부회장들도 나왔다. 정혜승 인지컨트롤스 부회장(50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45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43세)이 여성 부회장 트로이카로 활약 중이다.
 
형제 중에서는 현지호 화승알앤에이 부회장(51세)과 현석호 화승인더스트리 부회장(49세)이 같은 부회장 명함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1980년 이후 출생한 젊은 부회장도 4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서준혁 대명소노시즌 부회장과 최성욱 동양고속 부회장은 올해 42세인 동갑내기다. 허승범 삼일제약 부회장(41세), 류기성 경동제약 부회장(40세)도 80년대생에 속했다.
 
1980년 이후 출생 임원 30% 차지...여성은 단 20%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장급 경영자는 101명(45.9%)으로 50%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4명 중 1명은 1980년 이후에 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김동관 한화솔루션(39세)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양홍석(41세)대신증권 사장, 홍정국 (40세) BGF 사장 등이 80년대생 사장 반열에 진입했다.
 
여성 중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2세)을 필두로 임일지 대주전자재료 사장(52세),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50세) 등이 조사됐다.
 
조사 대상 220명 중 여성 오너 임원은 42명(19.1%)이었고, 남성은 178명(80.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오너가 임원 중 10명 중 8명이 남성으로 채워진 셈이다. CXO연구소는 당분간 국내 재계는 남성 중심의 경영문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오너가 임원 중 2세 경영자는 111명(50.5%)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3세 경영자 92명(41.8%), 4세 경영자 12명(5.5%) 순이었다. 
 
직위별로 보면 사장급(대표이사ㆍ의장 포함)이 101명으로 최다였다. 부사장급과 부회장급은 각각 29명, 26명이었다. 전무급은 19명, 상무급은 18명으로 조사됐고 회장급 은 14명으로 집계됐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오너가 임원은 69명(31.4%)으로 집계됐다. 젊은 오너가 임원 중에서도 10명 중 3명은 1980년 이후 태어난 MZ세대들인 셈이다. 오너가에서도 MZ세대들이 재계 주요 요직에 전진 배치되고 있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99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임원도 6명이나 됐다. 박은진 대유에이텍 상무(32세), 우기원 라도 대표이사(30세),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부사장(30세), 한승우 BYC 상무(30세), 김민성 호반산업 상무(28세), 전병우 삼양식품 이사(28세)가 90년대생 임원군에 포함됐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최근 국내 재계에 경영 승계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1970~90년대에 출생한 젊은 오너가 임원들이 경영 전면에 배치되고 있는 흐름이 뚜렷하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3~4세 경영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에 장자 우선주의, 혈통주의 등에 편중된 전통적인 승계 방식의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 보다 선진화된 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망 기자 hop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