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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거나 유지하거나…공공부문 채용 한파

  기사입력 2010.01.15 09:00
공기업과 금융회사 등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터의 채용 전망은 아직도 터널 속이다.

일부 회사들이 경기 회복에 따라 공격적인 채용 방침을 세웠지만, 지난해 규모를 간신히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어든 곳이 태반이다. 아직 채용 계획의 밑그림마저 그리지 못한 곳도 많다. 중앙부처는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가 감소해 '공시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공기업ㆍ공무원 채용 '캄캄'

공기업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은 올해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중앙부처 공무원 채용 규모가 지난해 3천200명에서 올해 2천514명으로 감소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부 조직개편과 정년 연장 등으로 신규 자리가 줄었지만 고용난을 감안해 지난해 실제 수요보다 많이 뽑았고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채용 사정은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으로 신규 채용이 많이 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구체적인 계획서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올해 신규 채용은 지난해와 비슷한 7천명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며 "보통 1만명을 넘던 예년 수준에는 못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코레일, 신용보증기금, 한국공항공사 등은 올해 신규 채용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감정원 등은 지난해와 비슷한 채용 규모를 유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아직 올해 채용 계획을 정하지 못한 곳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한국전력,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은행 등이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만한 곳이 정부의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기관'에 선정돼 인력 운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게 된 4개 공기업이다. 이 가운데 가스공사는 100명을 채용키로 했고, 기업은행은 지난해보다 100명가량 늘린 300명을 상반기 중 뽑을 계획이다.

새로 출범한 정책금융공사가 인력 확충을 위해 50명을 경력 채용 중인 데 이어 하반기에 35명 안팎의 신규 채용을 계획했다. 지난해 채용이 없었던 기술보증기금과 코스콤은 1분기 중 30명과 10명가량의 신규 채용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채용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는 곳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정도다.

◇금융회사들도 아직 '머뭇머뭇'

민간 금융회사는 공기업보다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금융시장이 위기를 벗어나면서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서는 기업도 눈에 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지난해 280명에서 올해 350명 안팎으로 채용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이 80명에서 100명으로 채용 계획을 늘려 잡았다.

하지만 대다수 금융회사들은 아직 채용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내부 경영사정 등을 감안해 인력 운용에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30명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했던 국민은행을 비롯, 신한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은 아직 채용 규모를 정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200명)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지난해 209명을 선발한 SC제일은행은 현재 100명 규모의 채용 과정이 진행 중이다. 향후 추가 채용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제2금융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한생명은 올해 채용 계획이 없으며, 현대카드는 지난해 90명에서 70명 내외로 채용 규모를 축소할 방침이다. 삼성화재, 신한카드, 비씨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등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전망이다. 교보생명과 현대해상은 아직 계획을 잡지 못했다.

인턴사원은 기업 사정에 따라 늘리는 곳도 있고 줄이는 곳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인턴사원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확률이 낮아 인턴십의 매력이 반감된다는 점이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지난해 인턴사원 200명을 뽑고 서류전형에서 가점까지 부여했지만 실제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원은 4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공기업 인턴십은 지난해보다 계약 기간이 짧아지고 경비 절감분을 인턴사원 채용에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이 줄었다.

◇ 공기업 "인력채용 부담스럽다"

공공기관들이 적극 채용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공기업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존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력구조의 순환을 위해 꾸준한 신규 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공감하지만, 그동안 방만했던 인력 운용이 '철밥통'이라는 지적을 받아 인력 감축에 나서려다 보니 직원을 새로 뽑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2008년 12월 발표한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69개 공공기관은 2011~2012년까지 현 정원의 약 13%를 줄이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자연감소분(정년퇴직자+자진퇴사자)을 감안해도 목표치를 맞추려면 신규 채용은커녕 오히려 기존 직원을 줄여야 할 판이다. 하지만 최근 심각한 고용난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들에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면서 각 공기업 인사부에서는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냐'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한 공기업 채용 담당자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신규 채용에도 힘쓰라는 정부의 주문은 살도 빼면서 음식을 많이 섭취하라는 얘긴데, 쉽지 않은 과제"라며 "인위적으로 살을 빼려면(인력 구조조정 또는 임금 삭감) 그만큼 고통과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는 기존 직원 1명을 줄여 청년 인턴 여러 명을 고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단기적으로 고용률만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공공기관의 인력을 계속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군살은 없애고 필요한 것은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구조조정 등으로 신규 채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민간이 못 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새 기술을 개발하는 등 국민경제 차원에서 부가가치를 확대하는 것이라면 정원을 늘려준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처럼 명예퇴직이나 임금피크제를 활용해 마련한 재원으로 인턴십 기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가면서 적극적인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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