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남자기 노조는 1963년 10월 설립됐다. 당시는 노조를 생각이 불순한 집단으로 분류해 군사정부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때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설립이 가능했던 것은 사업주인 고 김준형 명예회장이 노조 창설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회장은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건전한 노조 육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장 근로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당시 항운노조에 노조 설립 지도를 부탁했다. 정부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 산하 화학연맹 행남사 지부라는 노조가 설립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래서일까. 이 회사 노조에선 투쟁 성향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회사 물건을 팔기 위해 노조가 앞장선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일이다. 당시 김 대통령이 노사상생기업의 노조위원장들을 초청해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당시 행남자기 이연성(현 목포직영점장) 위원장은 “청와대 식기를 모두 우리 제품으로 바꿔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기꺼이 김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이 회사 노조 간부들은 노조활동만 하는 전임자가 아니라 판매와 홍보활동을 겸하는 전천후 영업사원이 됐다. 김용주 사장은 “2007년 노벨상 시상식 만찬식기로 행남자기가 선정되는 등 향토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노조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가족사원이 많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목포공장의 전체 직원은 220명이다. 이 가운데 가족사원은 전체의 25%인 55명이다. 부자 사이 등 2대가 28명, 3대가 9명, 부부가 12명, 동서지간이 6명이다. 지역주민에게 우선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향토기업으로서의 원칙을 지켜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목포와 영광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행남효행상과 행남예술문화상을 만들어 시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영호 노조위원장은 “너무 큰 상을 받아 얼떨떨하다”며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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