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맥관리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시간이 문제죠. 인맥관리의 첫걸음이 명함 정리입니다.” <송은숙(43·사진) 한국인식기술 사장은 ‘인맥관리의 전도사’로 통한다. 대전시 탄방동에 본사가 있는 한국인식기술은 문자 인식 솔루션에 기반한 명함리더기와 인맥관리 지원 소프트웨어 등 인맥관리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기술력을 쌓았다. 2007년에는 『휴먼네트워크의 행복한 리더』라는 책을 펴내 인맥관리의 노하우를 알리기도 했다. 송 사장은 요즘 각종 기업 세미나와 대학 강의에 다니느라 바쁘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송 사장을 인맥관리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고(故) 이인동 박사가 그의 남편이다. 당시 문서 인식 기술의 국내 1인자로 통했고 1993년 대전에서 창업했다. 이 박사가 1994년 개발한 종이문서 인식 솔루션 ‘글눈’은 ‘아래아 한글’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로 꼽혔다. 그러나 이 박사는 코스닥 등록을 한 달 남겨둔 2002년 9월 과로로 갑작스레 숨을 거뒀다. “18년간 순탄한 교직의 길을 걸어오던 중 뜻하지 않게 사업을 하게 됐죠. 전문경영인을 찾아나섰지만, 많은 현안을 직접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회사를 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 딸의 응원도 있었고요.” 그는 상속세로 37억원을 냈다. 남편이 창업한 뒤 벌어들인 수입이 없었지만 남편 지분의 상당수를 거액의 상속세로 내야 했다. ‘기술력의 상징’인 남편이 숨지고 나니 기업 고객도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이를 악물고 변신에 주력한 송 사장은 남편이 개발한 원천기술을 발판삼아 인식성공률을 97%까지 끌어올린 명함리더기와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합친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때 부도 위기에 몰렸던 기업은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등 500여 개 기관과 기업에 패키지를 공급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한글은 물론 영어와 중국어 등 17개 언어를 인식할 수 있는 명함인식기 ‘서프’를 개발했다. 송 사장은 “단순한 명함인식기가 아니라 일정이나 기념일에 맞춰 문자나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인맥관리 솔루션이 결합된 형태”라며 “최근에는 자신 또는 조직원 모두의 인맥관리 정보를 웹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명함 정보와 인맥관리 서비스를 합쳐 놓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첫 제품인 하이네임을 말없이 사주셨던 남편의 수많은 지인이 인맥의 중요성을 알게 해줬다”면서 “개인의 인맥뿐 아니라 임직원의 인맥만큼 조직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맥관리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대전=심재우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