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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왠지 지금도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느낌이 들지만 취업에는 이미 국경이 없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에 따라 일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 석사(MBA) 졸업이나 토플·토익 고득점 등 ‘특별한 재주’는 필요 없다. 물론 일본어를 확실하게 구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조건들을 공략해 세계적 기업인 포스코 재팬에 입성한 4명의 젊은 남녀를 만나 일본 취업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글·사진 도쿄=김동호 특파원
일러스트=강일구
처음부터 일본 한우물 팠다=10일 일본에서 가장 번화한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지 도쿄 긴자(銀座)의 포스코 재팬 본사 빌딩. 최근 취업이 확정돼 출근 이틀째를 맞이한 김상욱(30)씨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던 게 취업의 첫 단추가 됐다”고 말했다. 부산외국어대에 다니던 그는 4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건너와 와세다(早稻田)대 상학부에서 공부했다. 연구생 1년 반을 거쳐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성격상 가르치는 게 좋아 일본어 선생이 되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취업 빙하기에 졸업 이후 즉시 포스코 재팬에 골인한 박혜민(25)씨는 부산대(국제무역학과) 동아리 활동에서 외국 학생들과 만나면서 일본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우리는 한국에서 취업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외국 학생들은 꼭 그렇지 않았어요.” 취업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깬 그는 즉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했다. 틈틈이 공부한 덕에 일본어능력시험(JLPT)은 이미 1급을 따놓았기 때문에 현지 적응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지난해 박씨와 함께 입사한 임진영(29)씨도 수원 장안대 일본어과에 진학해 처음부터 일본과 인연을 맺었다. 올해 입사 5년차인 서지영(29)씨도 대전 한남대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뒤 취업까지 일본에서 해결한 행복한 경우다.
일본 현지에서 부닥쳐야 빠르다=이들이 모두 지방대를 나오고도 세계적 기업인 포스코의 일본 현지법인에 취업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새내기 김씨는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막상 취업에 나서자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2007년 9월부터 2개월 동안 60여 곳에 원서를 냈지만 거의 낙방했어요. 한국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좌절감에 깊은 슬럼프에 빠졌죠.”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린 결과 그는 지난해 일본인이 경영하는 인터넷 광고회사 취업에 성공했다. “급여가 세후 기준으로 21만 엔으로 기대에 못 미쳤고, 밤낮으로 일이 많아 그만뒀지만 포스코 취업의 큰 디딤돌이 됐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국제무역학과를 전공해 일찌감치 국제감각이 있었던 박씨는 워킹홀리데이를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 “한국에서도 일본 현지의 인터넷을 뒤져보고 했지만 도무지 진전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자를 받아들고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왔죠.” 그러곤 작은 일본 무역회사에 일자리를 얻었다. 급여는 많지 않았지만 7개월간 실생활에서 일을 배우고 현지인들과 만나면서 일본어 실력이 쑥 늘었다.
임씨는 졸업한 뒤 일단 일본으로 건너왔다. 취직할 마음은 없었지만 건축 공부가 하고 싶어 도쿄 시내 3년제 전문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졸업해도 건축 디자인·인테리어로는 취업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를 듣고 중도에 포기했다. 그냥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던 그는 이를 계기로 취업에 도전했다. 무역협회의 잡사이트에 들어가 사람을 찾고 있던 신한은행을 노크했다. 일본 생활에 익숙한 터여서 바로 선발됐다. 여기서 2년간의 경험은 지난해 더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두드린 포스코의 문을 여는 데도 밑거름이 됐다.
벌써 베테랑이 된 서씨도 대학 3년 때 휴학을 하고 눈이 좋아 눈이 많이 내리는 니가타(新潟)에서 1년간 전문학교에 유학한 뒤 일본에서 통·번역 전문학교를 다닌 현지 경험이 취업의 발판이 됐다. “일본 민방 TBS에도 도전해 8차 면접까지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도 큰 자산이 됐어요.” 서씨는 “현장에서 빨리 부닥치는 것이 현지 취업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이들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박씨는 현재 요코하마(橫濱)에서 월세 6만8000엔(약 100만원) 짜리 주택에 살고 있다. “바닷가가 좋아서 결정했다”는 그는 출근은 한 시간가량 걸리지만 “업무 외엔 생활이 자유스러워 좋다. 새로운 게 많아 자극받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바람은 “현재 상사(과장)가 맡고 있는 구매 업무가 더 커지는 것이고, 방송을 보고 한자 검정시험에도 도전해 일본어 실력을 더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새내기 김씨는 취업 전 한국어학원 강사를 할 때 만난 일본인 여제자와 결혼한 새신랑이다. “이제 딸린 식구도 있으니 열심히 노력해 앞으로 맡게 될 총무와 번역 업무의 베테랑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영업부에서 자동차를 담당하고 있는 임씨는 “도요타에 우리 제품이 들어가면서 (큰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씨는 “일본어는 여성스러운 언어여서 적성에 맞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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