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선(37·여)씨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으로 이사했다. 백화점에서 5년 동안 의류 판매를 했던 그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이삿짐 정리를 하다 생활정보지에서 집 근처 리조트의 직원 채용 공고를 봤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새 일자리를 잡으면 집안일과 돈벌이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뜻 지원했다. 그는 지금 곤지암리조트에서 객실 정리 업무를 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월 120만원과 수당을 받는다. 그는 “일이 재미있다. 시설이 좋은 데다 동네나 다름없는 곳이어서 계속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곤지암리조트 객실 정리 담당 권영선씨, 인사파트 신입사원 구대회씨, 매표소에서 일하는 이남희씨, 아르바이트생 이규하씨(왼쪽부터)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성탁 기자]

<곤지암리조트는 도척면 일대 148만7000여㎡(45만 평)에 세워졌다. 스키장·콘도·스파 시설을 갖추고 지난해 12월부터 손님을 맞았다. 계곡에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났다. 리조트는 정규직 180명과 아르바이트 직원 470명, 보안·청소 협력업체 직원 150명 등 800명을 뽑았다. 특히 아르바이트 직과 협력 직에 지역 주민이 우선 채용됐다. 광주시에 사는 이규하(21)씨는 전산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회사에서 하루 세 끼 식사를 주고 집이 먼 아르바이트 직원은 회사 숙소에서 지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경기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할 예정인 안동균(29)씨는 두 달째 콘도 프런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성실함을 인정받아 정규사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리조트와 붙어 있는 골프장에서 일하던 이남희(35·여)씨는 골프장 폐장 기간에 리조트 매표소에서 일해 월 180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예전 같으면 폐장 기간엔 일할 곳이 없었다. 이 리조트에는 광주 주민 250여 명이 근무한다. 리조트는 지난해 10월 인근 동원대학, 한국관광대학과 산학협력도 맺었다. 방학 중 리조트에서 실습할 수 있게 해주는데, 요즘 21명이 나와 있다.

	지난해 12월 김해시 장유면 관광유통단지 안에 문을 연 롯데 프리미엄아울렛은 8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푸드코트 주방에서 직원들이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서비스산업은 지역 경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지방 인력을 채용하기 때문에 서울에 비해 취업 기회가 적은 이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40~50대 지방 장년층도 일감을 구할 수 있다. 롯데마트 김해시 장유점에서 일하는 정원택(59)씨는 아이스크림 제조회사에 다니다 2004년 정년퇴직했다. 퇴직 전보다 월급은 30만원가량 줄었지만 냉동기를 수리하는 자신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즐거워한다. 그는 “하루 8시간 주간 근무에 격주로 토요일엔 쉰다”며 “나이 들어서도 내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들 정민(29)씨도 이곳에서 정규직원으로 일한다. 그는 “지방보다 일자리가 많다고 해 수십 군데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갔다 온 것만 서너 번이다. 사는 곳에서 원하던 업체에 들어가게 돼 만족한다”며 기뻐했다. ◆지식형 서비스업 육성이 시급=전문가들은 서비스업이 성장하면서 고용을 이끌어내려면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안재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선 소규모 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같은 영세 자영업 비중이 높은데, 자금을 지원해도 생명을 연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앞으로는 컨설팅·디자인·인력지원·보건의료·법률회계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를 육성해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지니어로 대기업에서 10년간 일한 뒤 1998년 외환위기 때 회사를 나온 오훈(42)씨는 미국 사례를 탐독한 뒤 건물청소관리 프랜차이즈 크리니트를 창업했다. 국내에서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미국과 일본에선 연 매출이 2조원에 이르는 등 대규모 전문업체가 성업 중인 것을 봤기 때문이다. 창업 초 고전했던 그는 대리석 연마업체에서 무보수로 일하며 어떤 약품과 기기를 쓰는지를 배웠다. 고객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설문조사를 해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했다. 그는 용역 의뢰가 늘자 2005년 가맹점을 모집했다. 현재까지 35곳의 가맹점에서 350명가량이 일한다. 그는 “청소업을 체인점화했더니 창업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평생 직장으로 삼아도 될 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지식형 서비스 프랜차이즈가 국내에서 개발되려면 모델을 발굴하고 시스템화한 업체에 로열티를 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영·김성탁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