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성과상여금·연봉을 반납하며 일자리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행사를 축소하거나 물품구입비 같은 경비를 아껴 대졸 미취업자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노인·여성 등 취약 계층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상여금·봉급 줄여 인턴 확대=서울 송파구 직원들은 성과상여금 일부를 떼고 업무추진비를 줄여 30억원을 모은다. 직원은 상여금의 10%를, 5급 이상 간부는 기본급의 1%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송파구는 이 재원을 행정인턴 채용과 창업지원, 복지지원 사업에 사용해 일자리 600개를 만들 계획이다.

대구시는 청년 실업자 200명을 선발해 하반기 6개월간 지역 기업체 인턴으로 취직시킨다. 필요한 인건비는 18억~20억원. 대구시는 이 인건비를 공무원 대상으로 십시일반 모으기로 했다. 대구시 박기환(34) 경제기획담당은 “시 직원을 대상으로 연가보상비나 연봉, 연말정산액 일부를 기부받고 경비를 절약해 인건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기부액이 많으면 인턴 수를 늘릴 방침이다.

경북 포항시 5급 이상 간부 110명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연봉 3%를 반납해 기금 1억1670만원을 조성한다. 4급 이상 15명은 월 9만원, 5급 95명은 월 8만8000원을 낸다. 이 돈은 4월부터 공공기관 청년인턴 확대와 여성 일자리 만들기에 쓰인다.

청도군 직장협의회는 개인별 초과근무수당 월 4만원(평균 5시간분)과 성과상여금 10%(연 27만원 선)를 반납해 연간 7억원을 모으기로 했다. 3월부터 문화재·환경 지킴이, 주차관리원 등 160여 명에게 6개월간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재원이다. 청도군 이정국(45) 직협회장은 “유례없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나서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행사 축소해 재원 마련=올해 시 승격 60주년을 맞는 포항시는 기념사업비 14억원 가운데 일부 행사를 축소해 사업비의 10%인 1억4000만원을 확보해 공공근로 같은 서민 일자리 만들기에 사용하기로 했다. 경북 성주군은 물품구입비·직원 출장비 같은 경상경비 10억원을 아껴 산불·환경감시원, 문화유적 안내원, 시장관리인 50명을 채용하는 데 쓴다.

청도군은 각종 공사·설계용역 입찰 잔액 15억원을 저소득 가구 청소년 일자리(3억원), 산업·산림·복지 분야에 근무할 중·장년층 실업자 구제(9억원), ‘클린-청도운동’ 일자리 사업(3억원)에 투자할 예정이다. 김천시는 공로연수자의 국내외 연수비 1억2000만원을 임용 대기자 실무수습, 저소득가구 주민과 청소년 일자리 사업에 투입한다.

황선윤·강갑생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