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업 메가스터디가 창업 6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실적(잠정치)은 매출 1012억7000만원, 영업이익 323억3000만원이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32%에 달한다. 현재 온라인 회원 수는 고등부 153만7000명, 중등부 22만 명이다. 관련 업계에서 압도적 1위다. 주가도 크게 올랐다. 2004년말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이 회사 주가는 14일 종가(13만7000원) 기준으로 공모가(1만8500원)보다 7배 이상 올랐다. 메가스터디 손주은(사진) 대표는 '손사탐'으로 잘 알려진 학원강사 출신이다.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손 대표는 일찌감치 강남 일대의 과외시장에서 명강사로 이름을 떨쳤다. 회사 설립 첫 해인 2000년 5억7000만원이었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05년 700억원,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맨손창업한 회사가 어떻게 이처럼 빨리 클 수 있었을까. ◆ 초고속 성장의 비밀=손 대표는 "사업을 시작했던 타이밍이 절묘했다"고 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정보화 추세와 사업 내용이 딱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메가스터디가 처음 인터넷 교육사이트를 개설했던 것은 2000년 9월. 당시 서비스는 '전자칠판' 형식이었다. 콘텐트를 다운로드받아 교육내용이 적힌 화면을 보면서 강의를 듣는 방식이었다. 강사를 눈으로 볼 수 없으니 현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부 동영상 콘텐트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었지만 인터넷망이 따라가지 못해 끊김 현상이 잦았다. 동영상 서비스에 회의적이었던 손 대표를 적극 설득했던 사람은 그의 동생인 손성은 부사장이었다. 엔지니어 출신인 손 부사장 주도로 메가스터디는 2001년 6월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고속인터넷이 급속히 깔리면서 동영상 서비스는 대박을 터뜨렸다. 2004년 4월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EBS의 무료 인터넷 강의가 시작되면서 위기가 찾아오는 듯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EBS에 나오지 않는 강남의 명강사들만 내세우며 차별화해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게다가 EBS 무료 강의는 인터넷 동영상 교육(e-러닝)을 보편화하는 '우군' 역할을 했다. 메가스터디의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지역거점 학원을 세우는 오프라인 전략도 주효했다. 손 대표는 "진정한 온라인 기업은 온-오프를 잘 결합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회사의 온라인-오프라인 매출 비율은 7:3 정도다. 최고 강사진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지난해 1억원 이상의 강사료를 받은 메가스터디 강사는 30여명이다. 그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강사(영어)는 매출 기준 88억원을 올리고 모두 20여억원의 강사료를 받아갔다. ◆ CEO 손주은=손 대표는 지난해 6월 이후 '손사탐'보다 메가스터디 최고경영자(CEO) 역할에 더 주력하고 있다. 주중에는 CEO 일만 한다. 토.일요일에만 하루 7시간씩 14시간의 강의를 하고 있다. '손사탐'의 강의 매출은 메가스터디 안에서 4~5위권으로 밀렸다. 그는 "내 강의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3~5%밖에 안 된다"며 "이젠 '손사탐'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했다. 2004년 코스닥 등록 당시 '손사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CEO를 맡고 있지만 오랜 강사 생활에 익숙해진 생활 리듬은 바꾸지 못하고 있다. 오후 2시쯤 사무실에 나와서 새벽 2시까지 일하고 새벽 4~5시에 잠자리에 든다. 밤에 일을 많이 하다 보니 비서실도 주.야간 2부제로 운영한다. 밤에 일을 많이 하는 대신 의사결정 권한은 본부장들에 대폭 위임했다.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로 경영 현황을 보고받는 '휴대폰 경영'을 한다. 하루에 받는 회사 관련 문자메시지만 30건에 달할 정도다. ◆ 사회적 부채의식=손 대표는 인터뷰 중에 '사회적 부채(負債)의식'이란 표현을 썼다. 사교육 분야에서 강사를 하면서 그를 짓누르는 원죄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은 기회 균등을 위한 장치이자 수단인데, 오히려 부(富)의 세습과 사회적인 모순 구조를 심화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사교육이 그를 부자로 만들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그가 과외교사로 명성을 쌓았던 곳이 강남이었기에 고민은 더 컸다. 손 대표는 "사교육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97년 대중 강사로 전환했다. 그는 "대중 강사는 누구나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부채의식을 덜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이 회사의 온라인 강의는 모두 2003개. 그 중의 60%가 수강료 5만원 이하다. 그는 부자다. 보유주식 가치만 1700억원대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꿈을 꾼다. 한국을 이끌 최고급 두뇌를 양성하는 인재양성재단을 만드는 꿈이다. 한국의 입시제도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너무 복잡해서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고 싶다면 입시 제도를 간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입 제도를 단순화해 사교육비를 줄여야 합니다. 내가 돈 못 벌어도 좋아요." 글=서경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바로잡습니다◆ '월 수강료'라고 표현한 부분을 '수강료'로 바로잡습니다. 이 회사의 온라인 강의는 월 단위가 아니라 강좌당 요금이 부과됩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