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 톨게이트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강원도 영월군 삼오리. 20여 대의 불도저·굴착기 소리가 요란하다. 동강이 굽이도는 자락 87만4000㎡ 부지에 5월부터 복합레저시설 ‘동강시스타’를 짓는 공사다. 이곳에는 2010년 300실 규모의 호텔형 콘도와 동굴·계곡스파 등 휴양시설, 대중 골프장(9홀), 테마공원이 들어선다. 건설 과정에서 연 52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영월군은 기대했다. 손병두 ㈜동강시스타 대표는 “완공되면 직원 360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주변에 관광시설이나 음식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 올 들어 서비스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그 와중에도 선방하는 것들이 있다. 골프 같은 레저업종은 잘 되는 편이다. 유통·물류서비스업과 해운서비스업도 경기 위축을 잘 견뎌냈다. 이런 업종은 관련 서비스업은 물론이고 건설·제조업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차문중 산업·기업경제연구부장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부속물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그 부가가치가 전 산업의 70%에 달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아직 더 커져야 하지만 소득증대와 고용창출을 위해 당장 서비스업 진흥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고용 효자 레저산업=강원도 횡성군 우향리의 18홀짜리 청우골프장. 이달 1일 정식 개장한 이 골프장은 상근 직원 75명, 캐디 65명, 일용직 20명 등 160명을 뽑았다. 이 중 40%는 원주와 횡성 주민들이다. 마을이 시끌벅적해졌다.

	경남 의령군청이 대산리에 조성해 지난달 개장한 친환경 골프장(9홀)에서 주민들이 제초 작업을 하고 있다. 의령군은 이 골프장에서 연간 1만 명 의 고용 효과를 기대한다. [중앙포토]

< 횡성축협한우프라자의 최종현 주임은 “골프를 즐기고 돌아가는 길에 이곳 명물인 한우 맛을 보려고 들르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골프장운영업은 2005년 6월 129.4이던 생산지수가 계속 올라 올 6월에는 151.7을 기록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08’에 따르면 골프장 매출액은 지난해 2조7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2002년보다는 82.7% 늘었다. 골프장 내장객 수가 5년 만에 55.3% 증가한 덕분이다. 전국 골프장 수도 2002년 139개에서 294개로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18홀 골프장 한 곳을 건설하는 데 3년 정도 걸리고 매일 300개가량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완성된 골프장 운영에는 150∼200명이 필요하다. 2002년에 골프장 근무 인력은 1만2428명이었다가 올해 2만3509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호텔·음식업 같은 연관 서비스 업종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는 10조13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해외 골프관광과 관련한 여행수지 적자만 2006년 1조88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추정했다. 협회의 이종관 정책팀장은 “항공료·그린피·숙박비만 계산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여행비용까지 치면 골프외유로 인한 적자는 3조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가 소득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어차피 해외골프 수요가 크다면 국내 골프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용 꾸준한 유통업=롯데마트는 6월 경남 창원에 58호점을 열면서 정규직 60명, 비정규직 115명, 용역 105명 등 280명을 채용했다. 정규직 이외의 직원은 지역민을 뽑았다. 롯데마트의 이삼구 지원부문장은 “5년간 54개 지점을 더 여는 게 목표인데 그러면 1만5000개 일자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이마트 경기 여주점의 경우 465명 직원 중 95%가 여주 주민이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5년간 30개 넘는 점포를 세워 지방 일자리를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의 노은정 박사는 “매장 건설에 1년 넘게 연인원 2000명이 일했고, 입점업체들의 고용효과까지 고려하면 매장 하나로 30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370개의 대형마트가 평균 5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영업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화하면서 전문인력이 많이 필요해졌다. 연세대 오세조(경영학) 교수는 “단순 노동인력보다는 과학화되는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고급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가 묘안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제조업도 견인=물류서비스업은 유통업과 밀접하지만 건설·조선업 경기를 견인하는 역할도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5대 특징과 향후 발전 방향’ 보고서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물류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가운데 해운업은 조선업과 기간산업 건설 같은 여타 산업의 성장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해운업은 2006년 6월 100에도 미치지 못하던 생산지수가 올 6월 192.7로 껑충 뛰었다. 영국은 좋은 공부 재료다. 선박 보유량은 세계시장의 1.2%에 불과하지만 해운업 부대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덕분에 관련 산업의 종사자가 80만 명에 달한다. 해운 관련 부가서비스업은 해상보험·선박브로커와 해양운송 관련 법률자문, 중재·소송과 해운업자 보호, 면책클럽 운영 등 다양하다. 크루즈 관광업은 고용효과가 특히 크다. STX의 이광호 차장은 “우리가 인수한 아커야즈(STX가 지분 88.4% 보유)의 ‘인디펜던스 오브 더 씨즈’호는 승무원 1400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