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임원 인사 2라운드가 시작됐다. 올 들어 이미 79명의 기관장과 감사가 교체된 데 이어 연말까지 기관장만 123명이 바뀐다. 감사까지 포함하면 217명이다. 공공기관 주변은 벌써 들썩인다. 더구나 정부는 “경영 성적이 좋은 극소수 기관장을 제외하고는 연임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공공기관 직원들에겐 남의 얘기다. 자체 승진은 아예 바랄 수 없고 하나같이 외부에서 결정돼 내려오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교체된 기관장과 감사 가운데 절반이 정치권 출신으로 채워졌다. 관료들의 전관예우성 인사까지 포함하면 70%가 넘는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 감사로 오려는 사람이 10m쯤 늘어서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푸념했다. 한쪽에서는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낙하산 감사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논란이 뜨겁지만 정부 한편에선 또 다른 낙하산들이 대거 투하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1라운드에 비해 낙하산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인사 2라운드는 정부 부처 차관급 인사와 맞물려 있다. 물러나는 고위 관료에 대한 ‘배려’가 공공기관 인사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안팎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 카드로 공직사회와 공공기관의 고삐를 확실하게 틀어쥐고 집권 후반기의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 하고 있는 만큼 보상 차원의 마지막 낙하산 인사가 올 하반기 집중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기관장·감사의 54%가 낙하산=중앙일보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알리오)을 통해 분석한 결과 기관장과 감사의 54.2%가 정치권과 행정부에서 내려온 낙하산이었다. 조사대상은 재정부가 관리하는 286개 공공기관 가운데 연구소와 병원·대학, 기관장과 감사가 모두 당연직 비상임 이사인 곳을 뺀 198개 기관이다. 5월 19일 현재 이 기관들의 기관장과 감사 393명 가운데 213명이 전직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었다. 그나마 이는 과소평가된 것이다. 교수 출신이나 경제계 출신 인사들 가운데 전문성보다는 선거 기여에 대한 보은 성격으로 자리를 보장받은 경우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장 자리는 관료들이, 감사 자리는 정치권 출신들이 주로 차지했다. 200명의 기관장 가운데 관료 출신이 80명이었다. 무려 40%다. 정치인 출신은 40명(군 출신 포함)으로 절반이었다. 반면 193명의 감사 중 정치인은 62명으로 공무원(31명)의 두 배였다. 보수가 기관장과 맞먹는 상임감사만 따지면 훨씬 많다. 한 에너지 공기업의 임원은 “감사는 눈에 띄지 않고 하는 일도 적은 대신 보수는 넉넉해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정치인 출신이 특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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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쪽은 공무원, 사회 관련은 정치인=공공기관이 소속된 부처에 따라 낙하산의 성격도 뚜렷이 갈렸다. 사회 부처가 관할하는 공공기관은 정치인들의 텃밭이었다. 특히 환경부 산하 4개 기관의 경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만 환경부 정책홍보실장 출신 김상일 원장이 임명됐을 뿐 나머지 3곳은 모두 정치인 출신이 차지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6개 기관의 대표와 감사도 정치인 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경제부처에 소속된 기관들은 관료 출신 낙하산들의 기착지였다. 재정부 산하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여섯 자리 중 네 자리를 퇴직 공무원이 꿰찼고, 지식경제부(90개 자리 중 30개), 금융위원회(24개 자리 중 11개) 산하기관에도 관료 출신이 많았다. 특히 대부분 퇴직 전 부처가 관할하는 공공기관에 재취업하는 관행과 달리 금융공기업의 경우 유독 감사원 출신 감사가 많았다. 자산관리공사 유구현 감사는 감사원 자치행정국장, 주택금융공사 노승대 감사와 정책금융공사 정낙균 감사는 각각 감사원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공공기관의 성격에 따라서도 낙하산의 색깔이 달랐다. 공기업으로 분류된 기관의 감사 자리는 예외 없이 정치인 출신이 차지했다. 시장형과 준시장형 공기업 감사 26명 가운데 단 6명을 제외한 20명이 모두 정치인 출신이었다. 반면 준정부기관은 퇴임 관료들이 주로 차지했다.

최현철·임미진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