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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Trend
다양성과 포용성에 주목하라
장상수 _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장/전무
대다수 조직, 다양성 관리가 초보 단계
국내에서도, 특히 글로벌화가 앞서가는 조직일수록 다양성 관리(diversity management)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실태를 평가한다면, 대다수 조직에서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다.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약자나 소수집단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채용인원을 늘리거나 채용 후의 개인간, 집단간의 차이나 차별을 시정하고 기회의 공평성을 확보하려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다양성을 활성화해 경영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근무시간제도나 인사시스템, 조직문화 등의 분야에서도 제대로 정합성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국내외 법률이나 조약, 시민단체 등의 직간접적 압박에 의한 수동적, 소극적 대처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는 다양성 관리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다양성을 확충하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과 차이를 살려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조직의 성과 극대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경영시대에 있어서 다양성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경영과제]
비즈니스의 글로벌화는 무엇보다 조직내 인적자원의 다양성을 초래한다. 지난 10여년을 돌이켜보면 출입국자수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단기간 체류자가 아니라, 장기간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국제결혼 등으로 아예 영주(永住)하는 외국인의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르게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여러 부분에 걸쳐 표출되고 있다. 다문화가정 문제도 그 대표적 일례이다.
과거, 각종 경영혁신기법이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갔지만, 다양성 관리는 일과성 유행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경영의 글로벌화를 해 나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경영과제로 판단된다. 그리고 경영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 속도가 빠를수록 세대간의 가치의식의 갭 또한 빠르게 확대되어 갈 것이므로, 다양성 관리는 성별과 국적 등의 속성상의 차이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동질의 속성 집단 내에서의 가치의식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도 대처해야 할 과제이다.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다양성 관리]
한편,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있어서도 지속적 확대성장을 견지해 가기 위해서는 절대 우위의 창조적 재화와 용역을 부단히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경쟁국이나 경쟁사가 단기간에는 모방 또는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독창적인 것을 생산한다면, 글로벌시장에서의 엄청난 독점적 이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부가가치의 창출은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할 엄청난 미래의 사회보장 코스트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대히트의 독창적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남다른 아이디어나 창의성이 요구된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순혈의 단일민족을 지고지선(至高至善)으로 생각하고, 가치의식이 대등소이한 우리들끼리의 조직을 고집한다면 월드 베스트 상품의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해외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들을 만들려면, 우리의 조직도 그들의 문화와 가치관 등을 이해하는 인적자원의 다양성으로 대처해야 한다.
국내 모 그룹의 경우, 지속적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 관리는 피해 갈 수 없는 경영과제라는 인식하에 수년 전부터 창조경영과 함께 강조하고 있다. 창조경영의 핵심인 독창적 재화나 용역을 창출하기 위해서 전세계로부터 우수인재를 영입해, 그야말로 다국적 연합군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포용성을 전제로 하는 다양성 관리]
국적, 성, 종교, 언어, 경험, 스킬, 가치의식 등이 서로 다른 다양성을 그대로 방치하다 보면 구성원간의 갈등과 충돌은 증폭되어 조직의 구심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과 충돌을 올바른 방향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다양성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집단지성의 독창적 아이디어는 조직구성원간의 타협이나 화해보다는 적절한 대립과 충돌 속에서 창출될 수 있다고 본다.
아이디어가 융복합화 될수록 새롭고 더욱 정치(精緻)한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며,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의 월드 베스트 상품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의 특성이나 가치관 등의 차이를 포용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즉 상호간의 포용 또는 인정 속에서 개개인의 강점과 특성을 살리는 가운데 대화를 통해 융복합화해 나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다양성에 대해 조직이 취할 수 있는 행태는 저항(抵抗), 동화(同化), 분리(分離), 통합(統合)의 4가지 패러다임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가장 경영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통합의 패러다임’이다. 이는 차이(다양성)를 핵심 업무나 그 프로세스에 통합시켜 감으로써 조직 변혁과 성과 향상을 도모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별개 집단으로 분리하는 ‘분리의 패러다임’은 그 차선책이다.
반면, 다양성의 차이를 거부하는 ‘저항의 패러다임’과 다양성의 차이를 무시하거나 동화시키려는 ‘동화의 패러다임’은 경영성과 창출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공유가치를 통한 다양성의 통합]
조직 구성의 개인이나 집단간에 다양성이 클 경우, 한마음 한방향으로 조직력을 결집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종업원 규모가 큰 글로벌기업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즉 특성집단별로 구심력이 형성되며, 조직 전체로서 보면 오히려 원심력으로 작용해 힘을 분산시키게 된다. 이러한 약점을 최소화하고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 모두가 존중하고 준수하는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제정해, 평가제도 등과 연계시킴으로써, 조직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오늘날의 글로벌 장수기업들을 살펴보면, 공유가치와 경영원칙을 제정해 조직원들로 하여금 구심력과 일체감을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GE Value, Samsung Value, HP Way, Toyota Way, P&G의 Our credo 등이 그 일례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활성화하는 소통(疏通)]
월드컵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출중한 개인기는 기본이며, 우승팀이 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도 정확하며 일사불란한 구성원들의 팀웍이 더욱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공통의 비전과 미션 그리고 가치(value)를 갖고서 이심전심으로 한마음이 되어 한방향으로 매진한다면, 조직은 역량 이상의 성과도 거둘 수 있다.
다양한 재능과 특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는 팀의 조직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포용의 조직문화는 기본 토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직문화 속에서 조직 내부의 개인간, 조직간 그리고 조직 내외부간의 소통이 잘 이뤄질 때, 그 성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특히, 한정된 인적자원을 특정 조직이 모두 독점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IT를 이용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리얼타임의 자문이나 코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그 일례일 것이다.
[2300여 년 전의 교훈, 계명구도(鷄鳴狗盜)의 일화]
중국 제나라 재상을 지낸 맹상군(孟嘗君)이 진(秦)나라 소왕(昭王)에게 연금을 당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수행한 식객(食客) 가운데 개 소리와 닭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 있어 그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탈출했다는 고사 ‘계명구도’는 널리 알려진 일화이다. 춘추전국시대였던 만큼, 맹상군은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재능을 지닌 식객 3천명을 돌보았고 이들을 세 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했다. 그리고 국가 대사나 개인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들로부터 뜻하지 않은 큰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하거나 난제를 해결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 조직의 리더가 맹상군과 같은 도량과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글로벌 경영시대의 경영과제인 다양성 관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상에서는 글로벌 장수기업들처럼 다양성 관리를 위한 전담조직이나 전담인력을 두어서 체계적으로 대처해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자료출처 : 인재경영 201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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