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용자들은 기업의 ‘봉 ’인가.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요금인하 요구를 외면해왔던 이동전화 업체들이 올해 사상 최대규모의 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덕분에 이들 회사의 직원들은 어느 때보다 풍성한 상여 ·성과급 지급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동전화 업체들의 잔치분위기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울분을 금하기 어렵다.
최종 결산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업계 선두주자인 SK텔레콤의 경우 1조2000억~1조3000억원의 기록적인 순이익이 예상되며, KTF와 LG텔레콤도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정도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올 한해 심각한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다른 업종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으며, 특히 IT산업 부문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돋보이는 성과다.
기업이 경영을 잘해서 이익을 많이 냈다면 결코 시비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축하하고 격려할 일이다. 그러나 달리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소비자들을 ‘볼모 ’로 삼아 정부가 보장해주는 사실상의 독점가격을 통해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어들인 것이라면 전혀 이야기가 달라진다.
얼마 전 소비자들이 이동전화 기본료 30%인하를 요구하며 사이버 시위를 비롯한 집단행동에 나선 데 대한 정당성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또 업체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신규 가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기존 가입자들은 홀대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이동전화 업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업계는 지난달 이동전화 요금인하를 결정하면서 인하폭을 8.3%로 낮춰 생색만 내는 데 그쳤다. 물론 정부와 이동전화 업계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과당경쟁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이상의 요금인하에 부담을 느끼는 특정 기업이 있었고, 차세대IMT-2000 도입을 위해 막대한 투자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정도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정책실패와 경영실패의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정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 전체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장경제 원리에도 어긋난다. 사상최대의 순익 자랑에 앞서 정부와 업계는 소비자들의 누적된 불만을 달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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