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것도 심각하다고 한다. 실업 통계를 보면 작년 11월 현재 15세이상 29세까지의 실업자가 34만여명이다. 이는 전체 실업자의 거의 절반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170만명을 오르내리던 전체 실업자는 71만여명으로 줄었는데 청년 실업은 계속 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졸 가취업 상황 조사결과 대졸예정자의 취업률이 25%, 전문대 졸업예정자의 경우 43.85%에 그치고 있다. 엄청난 교육비를 투자,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왜 이렇게 높은 청년 실업이 지속되는가? 몇가지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노동시장 인력수급의 구조적 괴리 현상이다. IMF 위기를 거치면서 산업생산구조가 노동집약적 형태에서 현저히 기술자본 집약적으로 조정됐다. 즉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술집약적 노동력이 산업현장에 더욱 필요하게된 것이다. 반면 고교 및 대학에서는 기업의 구체적 생산활동에 직접 투입되기에 미흡한 상태의 인력이 산출되고 있다. 판에 박힌 중·고등교육으로 인한 인력공급과 급변하고 있는 산업현장의 인력수요가 서로 맞아들지 않는 인력수급상의 괴리현상이 높은 청년실업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 실업은 줄어들고 있음에도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청년 실업의 다른 한 원인으로 청년들의 눈이 너무 높다는 점도 있다. 최근의 벤처 열풍에 들뜬 젊은이의 대부분은 일확천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허황된 성취욕에 젖어 있다.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들이 구하는 대졸자들은 1000만~1500만원 이내의 연봉이 최선이다. 이 정도에 취업하겠는가 하고 졸업생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부정적이다. 대기업 임원들에게 물어보아도 요즘 젊은이들이 도무지 힘든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청년층 실업자가 선호하는 업종은 개인 서비스업이 가장 높다. 또 학력이 높을수록 제조업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년들의 상향고정된 취향과 기대소득이 실업증대의 한 요소가 되고 있다.
청년실업은 최근 몇개월간의 추세만을 보면 다소 불안한 요인이 있지만 장기실업통계를 보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15~29세의 실업자 수가 전체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1980년대 초부터 IMF 위기 이전까지 거의 60% 전후의 추세를 보이다가 IMF 위기와 함께 40% 전후로 오히려 감소했다. 즉, 최근의 청년 실업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훨씬 적은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IMF 위기를 통한 경제전반의 구조조정이 장기적인 청년실업 현상을 많이 개선시킨 셈이다.
최근 몇 개월 사이의 급증하는 청년실업에 대해 정부에서 종합대책을 시행중이다. 그 중에는 직장체험 프로그램으로 인턴취업과 연수지원,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벤처기업 현장체험, 월드컵 통역안내, 정보통신(IT)교육 지원, 청소년 공공근로사업, 공무원 신규채용, 초·중등학교 교무보조, 장기실업청소년 고용사업주 임금 지원 등의 고용창출 대책과 각종 직업훈련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단기적인 청년실업 증대가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을 다소 완화시킨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또 높은 청년실업률이 지속돼온 현상이 장기적인 현상인 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장기적·구조적 추세를 무시한 극히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시장상황에 근거를 둔 급작스런 경기부양적 완화 정책은 노동시장 자체를 나쁜 방향으로 교란시킬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의 중장기적 추세를 고려, 바람직한 청년실업 정책은 단기적이고 경기부양적인 노력과 더불어 구조적인 원인의 해소에 더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고학력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학교교육과 산업현장과의 연계를 제도적으로 확대 추진하고 저학력 무기능 청년들의 장기실업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직업훈련의 지속적인 시행이 그 주된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진부한 교육정책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의 창의적 생산성을 오히려 억눌러버리는 우리 교육현실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얽매고 있는 제도적 노동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청년실업은 장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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