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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학력과 능력
  
2007.12.29 09:31
사원채용을 위한 서류에서 학력란을 삭제하자는 안이 다른 사람도 아닌 교육당국자의 입에서 나왔다. 학력을 기재케 함으로서 채용자의 선입견을 조장하고 학력사회로 이끌어 능력사회의 구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학력란을 삭제한다면 가장 난처하게 되는 사람은 채용자와 응시자일 것이다.

채용자에겐 응시자의 능력을 잴 마땅한 기준이 없으며 응시자에겐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 보일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수나 탤런트를 뽑는 것이라면 노래나 연기를 시켜보아 그 능력이 대충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은 가수나 탤런트에게 요구되는 능력과는 다르다.

단순작업이면 모를까 기업이 요구하는 일과 그 일을 해내는 능력은 시켜보기 전에는 그 능력을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또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은 당장의 능력이기보다는 각종 훈련과 교육을 소화할 수 있느냐의 미래의 능력에 대한 요구이다.

기업은 가르쳐서 쓸 생각으로 사람을 뽑는다. 그런 뜻에서는 입학시험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교육당국이 대학입시 응시조건으로 고교과정의 이수를 요구하듯이 기업은 학력을 사원채용의 참고사항으로 삼는 것이다.

물론 응시자격을 대졸 이상으로 제한함으로서 학력사회가 조장되는 측면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 폐단도 크다. 그러나 학력이 능력의 객관적 기준이 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학력과 능력이 따로 논다면 그 일차적 책임은 기업에 있다기 보다 교육에 있다.

학력을 기준 삼는 채용에 그 나름의 합리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채용조건을 제한한다고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력이 철폐되고 대학무용론이 확산이라도 되는 날엔 가장 낭패를 보는 사람은 교육당국이 아니겠는가?

학력을 묻지 않는다고 학력사회가 시정되는 것도 아니며 학력을 중시한다고 능력사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우리사회는 격심한 능력사회에 당도해 있다. 학력은 능력의 한 표식에 불과할뿐 능력의 전부를 면허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 있다.

대졸자의 취업난이 우심한 판에 정부가 공연히 걱정을 앞세우고 있는 듯 싶다. <정태성언론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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