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신규사원 채용방식이 IMF사태 전과 후로 바뀐 듯하다. 그 전에는 재벌기업들이 우수인력을 한사람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열을 올렸다.
재벌총수들이 말끝마다 "사람이 곧 자산"이라고 했고, 이에 따라 인사담당자들은 눈에 불을 밝혀 우수인력을 찾아다녔다. 모든 것을 싹쓸이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경쟁이라 조용할 리가 없었다.
채용시즌만 되면 이름난 대학의 교수들은 제자들을 보내 달라는 재벌기업들의 부탁과 성화에 시달려 죽겠다는 말들을 했다.
대학마다 대기업의 설명회가 열렸는데 그때에는 사장들을 비롯해 그 학교 출신 간부사원들이 대거 동원돼서 자기 회사의 비전과 신입사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특별조건들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는 했다.
장학금과 학교에 대한 후한 협찬은 기본이었고, 이공계에는 병역특례 ㆍ 외국유학 ㆍ 원하는 부서와 근무지까지도 약속해 주는 실정이었다.
이 무렵 입도선매(立稻先賣)라는 말이 나돌았다. '아직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를 사들인다'는 의미로, 우수학생들을 졸업 전 3, 4학년 때 뽑아서 장학금은 물론 기본월급까지 주는 제도였다.
특정대학 특정학과의 우수학생들은 배짱을 튀기며 회사를 골라잡았고, 좀 과한 조건도 서슴지 않고 요구할 정도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재벌기업마다 채용규모를 늘렸다. 몇십 명 단위가 아니고 최소 몇백 명, 때로는 1천 명 단위로 과열됐다. 우선 넉넉하게 뽑아 놓고 사람의 자질에 따라 다시 훈련시켜 쓴다는 방향이었다. 중소기업에 차례가 돌아갈 형편이 못 됐다.
IMF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부채비율과 구조조정의 압박에 몰리는 재벌기업들로서는 생존이 더 문제였다. 조직과 사업을 줄일 대로 줄이며 오히려 대량감원으로 치달았다. '우수인력 확보'라는 말 자체를 들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줄이어 상륙하는 외국기업들이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 모았다. 이들의 채용방법은 우리와 다르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 말하자면 어떤 일을 시킬 것이냐는 것을 취업알선회사들을 통해 명확히 먼저 밝힌다.
취직하려는 사람은 그걸 보고 자기의 능력과 적성을 생각해서 응모한다. 그 다음 회사와 취직희망자 사이에 접촉이 시작돼서 연봉 ㆍ 직위ㆍ 근무조건 등이 계약으로 결정된다. 계약에 의해 언제나 떠날 수 있고, 해고할 수도 있다.
외국회사의 채용방식을 근래 우리 기업들이 받아들이는 추세이다. 사원추천제가 급속히 확산되는가 하면 비정규직 계약사원제가 유행한다. 불과 몇 년 전을 옛날 얘기하듯 하는 요즘이다. (김용원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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