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대(과학사)의 홍성욱교수는 "10년전,그리고 미완의 10년후"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10년 전 나는 중소기업에 들어가려 여러 곳에 원서를 냈건만 단 한군데서도 오라는 데가 없었다.나는 좌절했다.불안한 현재,불확실한 미래를 하소연하는 내게 지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부럽다.자네는 10년 뒤에 뭐가 될 지 모르잖아.10년 뒤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 때가 얼마나 행복한 건지 자네는 모를 걸세'
10년 뒤 나는 제자에게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졸업철이다.
설레임과 기대 속에 교문을 나서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래 전 홍교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졸업생과 취업재수생을 더해 43만명이나 되는데 일자리는 7만3천개에 불과하다는 마당이니 우울하고 답답한 졸업생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취업난이 이토록 심각한 것은 저조한 경기 탓도 있지만 구조적 요인 또한 적지 않다고 한다.
대졸자는 늘어나는데 대기업과 공기업의 일자리는 줄어들고,기업의 채용관행 또한 수시채용및 경력직 선호 등으로 달라져 신규 졸업자의 취업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적성에 관계없이 일단 붙고 보자는 풍토때문에 졸업해도 정작 기업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거나,놀지언정 "3S(Small Size,Small Pay,Simple Work)"직종은 외면하는 것도 청년실업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대학 졸업 후 한의대나 교대 혹은 전문대의 취업유망학과에 재입학하거나 직업전문학교를 찾는가 하면 아예 졸업을 미루고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부모에게 얹혀 사는 캥거루족으로 지내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어느 쪽이든 안타깝고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에 틀림없다.
그러나 실업보다 더 무서운 건 꿈을 잃거나 자신을 방기하는 것이다.
경기때문이라곤 하지만 정작 취업이 쉬웠던 시절은 없었다.
설사 취직한다 해도 평생직장은 이제 없다.
달라진 채용관행이나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탓하기보다 진정 원하는 일(취업이든 창업이든 유학이든),원하는 삶이 뭔지를 파악해 쉬지 않고 노력하면 현실의 짙은 안개는 걷힐 것이다.
괴테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헤매인다(Es irrt der Mensch,solange er strebt)고 했거니와 아울러 "파우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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