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가끔 이해 관계 때문에 '인간에 대한 예의'에 어 긋나는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적으로 호감을 갖는 사람에게 업 무상의 일로 부담을 지우는 경우도 있고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는 때도 있다.
가끔은 즐겁지 않은데도 웃어야 할 때가 있고 별로 화나지 않은데도 화난 표정을 지어 상대방을 제압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연기 가 끔찍해서 큰맘 먹고 본심을 보였다가 오히려 상대방과의 인간 관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술이 취해 너스레를 떠는 상대방을 맑은 정신으로 바라보며 감정적으로 동화되려고 억지로 노력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상대방과 이야기하면 서 내가 매너 깔끔한 여성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적 절한 시간이 언제인가를 가늠하면서 골치 아파 본 경험이 있다.
나이 먹 으면서 자유로워졌지만 술좌석에서 '돈 못 받고 접대부 노릇 해 주었다 는' 자괴감에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다.
상대방과 이야기하면서 이 사람이 내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 머리를 굴리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한없이 부끄러웠던 경험이 있고 반대로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에서 그 자취를 발견하고 고통 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장광설에 빠졌다가 이런 자기도취를 깨는 상 대방의 반응에 움찔했던 적도 있고 필요이상으로 겸손을 떨었다가 비굴 함에 빠져있는 나 자신을 바라본 경험이 있다.
처세에 있어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지점을 못 찾아 전전긍긍해본 경험이 많다.
이런 모든 경 험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했다가 나이 마흔이 되도록 그런 문제로 고민하 다니 '프로'답지 못하다는 야단을 맞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경험도 있 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모순과 갈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도도한 강물처 럼 융합되고 용해되는 경험을 한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자연스럽게 같 은 길을 걷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외롭다고 생각될 때 나의 견해를 사 심 없이 지지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며, 상대방을 도와주었던 행동 이 나 자신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그런 경우. 이래서 세상은 살 만한 것 인지 모른다.＜KAIST 교수최혜실>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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