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들 졸업식에 갔을 때, 아들녀석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난감했다.
개중에는 좋은 일자리를 찾은 이도 있겠지만, 결코 적지 않은 졸업생들이 '취업예비군'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하는게 우리네 현실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어느 통계를 보니 전체 실업자 76만여명 중 약 40%에 달하는 32만여명이 20대 실업자라는데, 이 숫자는 이 달의 졸 업식과 함께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와같이 졸업과 동시에 미래가 희망 대신 고민으로 채워지게 된것에는 일차적으로 우리같은 기성세대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변화하는 미래를 전망해서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 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력 관련 전문가들은 이처럼 심각한 취업난의 핵심이 '공급 따로, 수요 따로'로 요약되는 어긋난 인력수급 체계에 있 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상 최대의 취직난'속에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산업구조에 적응하려는 기업들이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헤 매고 있는 게 바로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인력 수급체계에 무언가 잘못이 있는게 분명하다.
내가 일하고 있는 문화콘텐 츠산업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문화콘텐츠산업의 미래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공급따로, 수요따로'<> 디지털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광대역 초고속인터넷과 무선인터넷 이 널리 보급되면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 실제로도 문화콘텐츠산업의 최근 성장률이 기존의 전통산업을 앞지르 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문화콘텐츠기술(Culture Techn ology)을 국가전략기술분야로 선정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업계는 현재 창의적인 기획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핵심 고급인 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문화콘텐츠 관 련 교육기관이 늘어나면서 재학생 수가 2만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정작 업계가 필요로 하는 부문의 인력은 배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콘텐츠업계의 CEO 들을 만나보면, "기획과 실제 마케팅을 담 당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얼마전 에 개봉된 한 국내 애니메이션을 보았는데, 영상이 아름답고 섬세해서 기술력은 세계수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정도였는데, 시나리오 즉, 줄거리 구성에 있어 조금 더 욕심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의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도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적 인 감수성을 갖춘 창작 및 기획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할 것이 다.
또한 문화콘텐츠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관리하고, 시장 동향을 정 확하게 파악해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전문인력 또한 절실하게 요 청되고 있다.
전문 경영자와 기획자, 해외 마케터가 기존의 풍부한 기술 인력과 맞물려 조화를 이루면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도유망한 문화콘텐츠산업계가 고급인재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 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인식이 디지털기술 위주로 지나치게 편중돼 다소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콘덴츠 인재 태부족<> 문화콘텐츠라면 우선 컴퓨터그래픽이나 3D 애니메이션 등을 떠올리기 쉽 지만, 앞서 말했듯이 동산업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기간산업 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 그리고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모두 필요함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화콘텐츠업 계에 대한 정확한 비전과 전망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도 인재들이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하는 요인인 것 같다.
이 산업계에서 나름대로 오래 몸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감히 장담하지만, 문화콘텐츠산업이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효도 산업이 될 것만은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신선한 도전을 기대해 본다.<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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