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수립과 여성부의 ‘보육종합대책’의 발표 그리고 여성부 업무 보고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보육문제 개선책 마련지시 등으로 인하여 그 어느 때보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관심이 환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여성부가 ‘보육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1961년부터 보건복지부의 고유업무인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는 보육업무·보육정책의 일관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오판이다. 왜냐하면 보육업무가 단지 여성과 관련 있다 하여 여성부로 이관하겠다는 것은 그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이나 정책과의 모순(비효율성, 행정조직질서 교란, 정책의 일관성 미흡, 남녀의 이분법적 정책 초래 등)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여성부는 그 태생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여성부에서 보육업무를 다룰 수 없다. 여성부의 기능은 남녀평등 실현 등 여성의 여권신장이지만 보건복지부의 보육업무 기능은 맞벌이 부부, 부모 질병, 저소득층 자녀 보호 등 사회적 필요성에 의한 아동·가정·여성 복지 기능 등 총체적인 복지가 보건복지부의 전달체계를 통하여 주어지고 있다.
과연 여성부에서 이러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12월에 보건복지부에서는 보육사업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을 마련하는 등 보육사업이 정착·발전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한다면 보육정책은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만약 남녀를 구분하는 식으로 업무를 이관한다면 여학생 교육도, 여군 행정도 여성부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다. 여성부의 업무는 타부처에서 이것저것 관련 있다고 당해 부처의 고유업무를 이관대상으로 하는 백화점식의 나열 업무가 되어서는 안된다.
보육정책의 일관성 외에 보육시스템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보다는 공공부문(국공립, 법인) 보육시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공공부문 보육시설은 16.9%에서 아동 분담률은 36.7%로 매우 낮다. 우선 보육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전국에 802개 읍·면·동)을 중심으로 설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아전담, 장애아전담, 시간제, 방과후, 야간제 및 24시간 보육시설 등 특수보육시설을 공공부문 보육시설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육료의 수요자 부담원칙에서 국가분담 확대로 전환해야 한다. 법정 저소득층과 기타 저소득층의 정부지원을 일반아동까지 확대하고, 부모 소득별 차등보육료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보육시설 연간운영비 총액 중 부모 분담률이 73%이고 영세민과 저소득층을 제외하면 수익자 부담원칙이 철저히 이뤄지는 전형적인 사보육 국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을 현행 45%에서 90%까지 확대하여 보육료를 인하하는 효과를 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육료를 병설유치원 수준으로 하향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외에 보육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보육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자격제도 도입 및 보수교육의 의무화가 필요하다. 보육교사의 과잉공급(연간 5만3천명 배출)으로 저임금, 보육서비스 질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 1년제 보육교사 양성과정인 보육교사교육원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존의 보육교사교육원은 보수교육기관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둘째, 현행 시설별 지원비는 서울과 지방이라는 두가지 기준에 의해 예산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을 대도시, 중소도시, 군단위로 삼분함으로써 중앙정부 지원비율을 차등화하여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역의 보육시설에 보다 많은 국고가 지원되어야 한다. 셋째, 평가인증제의 도입으로 우수한 보육시설은 현금 및 행정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단, 초창기 평가는 기준이하 시설의 제재가 아닌 지원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반아동까지 만 5세아 무상보육 실시 및 학교나 사회복지시설과 같이 보육시설의 조세감면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표갑수·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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