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말쑥한 외모의 50대 남성 한 분이 고령자취업센터를 찾아와 일자리를 구해달라고 했다. 그 분은 모 기업에서 관리부 부장으로 근무했으나 IMF쇼크로 명예퇴직을 하고, 30년간의 직장생활을 접었다. 40군데 이상 이력서를 제출하며 이곳 저곳 일자리를 알아보고 다녔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이러다 영영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나 않을까?’ 두려움 반 조바심 반으로 걱정하던 터에 취업센터를 찾아왔다.
‘55세의 적지 않은 나이, 고졸 학력, 특별한 자격기술 없음….’ 이력서를 꼼꼼하게 살핀 후, 그분에게 고령자 취업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사무관리직에 다시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도록 권유했다. 그 분이 운전면허를 갖고 있고, 운전을 잘 한다는 점을 감안해 마을버스 운전기사나 자가용 운전기사직을 추천했다. 구직등록 며칠 후 자가용 기사를 찾는다는 구인 의뢰가 들어왔다. 면접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그 분은 1년 가까이 성실한 자세로, 만족스럽게 근무하고 있다.
명퇴나 은퇴 이후의 재취업은 처음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과는 또다른 준비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여가를 활용하기 위해 취업을 하려는 건지, 아니면 생계 유지를 위한 목적인지를 분명하게 나누어 일자리를 알선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계유지형 취업이라면, 희망직종을 한두 가지로 한정하지 말고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것이 빨리 취업하는 길이다. 반면 여가 활용을 위해 취업을 원한다면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급여보다는 적성과 흥미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는 편이 낫다.
고령자들은 과거에 종사했던 직업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직종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버리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한 몫을 해낸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자식들 체면 생각하느라’ 혹은 ‘내가 이 나이에 뭘’ 하는 생각은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태도다. 일자리 구하는 데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 젊은이들 못지 않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한편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취업현장에 뛰어들었다가는 변화된 위치와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그만둘 가능성도 크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구직자 본인에게는 좌절감, 무력감을 갖게 하고, 사회 전반적으로는 고령자취업에 대한 편견과 오해만 쌓이게 한다.
젊은이들의 취업난 또한 심각한 상황에서 고령자들의 재취업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직종 또한 매우 한정돼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경비직·야간주유원·보모·의치배달 같은 단순직이나 구연동화강사 같은 전문직 등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이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직종을 택하는 것이 절대 유리하다.
단, 노령자를 채용하겠다는 업체 중 저임금이나 부당노동을 강요하는 업체가 가끔 있다. 업무가 명확하지 않고 보수가 지나치게 높은 곳, 전화통화가 되지 않거나 핸드폰 번호만을 이용하는 업체, 급여지급경로가 불안정한 취업알선업체나 무허가 인력파견업체의 구인광고는 피해야 한다. 대신 고령자 재취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공공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알선받는 것이 안전하다. ( 이현정·서울시 서초고령자취업알선센터 선임상담원 )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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