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칼럼 번역 "결재 과정을 단축시키기 위해 연구소를 일본에서 아시아로 옮겼다.
일본의 대형 전자업체 아시아 현지법인 간부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개발거점을 중국과 대만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술인력의 확보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이유지만 진정한 목적은 기술개발 속도 의 향상이다.
일본에서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필요한 실험장치 하나를 구입하는데도 많은 계약서와 서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을 탈출해 변화에 대한 대응이 신속한 해외에서 개발을 진행시키지 않으면 유럽 미국의 라이벌 기업 을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기업들이 공장에 이어 연구소들도 모두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현상은 이 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느린 의사결정이라는 경영상의 문제가 깔려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도 일본 본사에 대해 짜증을 내는 사 람들이 늘고 있다.
모 대형 부품업체의 홍콩 대표가 "계약 조건 수정에 관한 결정을 본사에서 받다보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식으로는 교 섭 담당자가 직접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대만 홍콩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난 수년간 기업경영에서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왔 다.
기술혁신의 속도가 단축된 정보기술(IT) 제품을 중심으로 상품의 수명이 짧아 지며 가격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느린 것은 예전 그대 로다.
심지어 조직의 관료화가 진행돼 의사결정이 더 느려진 회사도 많다.
중국 기업체의 한 간부는 "더 이상 일본 업체와는 제휴할 생각이 없다"고 말 한다.
일본 대형업체들에 기술과 판매 제휴를 요청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회 답이 없었다.
결국 일본업체와의 제휴를 포기한 그는 한국기업에 제휴를 요청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제휴가 힘들다는 연락을 바로 해줘서 우리의 전략 수정에도 도움이 됐다"며 일본 기업의 관행을 우회적으로 비난했 다.
10년 전에 일본 기업은 기술과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제휴를 요청받았을 때 '기다려'라고 말하는 것도 가능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과 대만이라는 뛰어난 경쟁 상대가 있다.
경영학의 기본에 입각해 말하자면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확립과 본사조직 간소 화, 해외현지 법인으로 권한이양 등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해외진 출에 성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소수의 기업의 대부분은 캐논 소니 산요 등 리 더십이 강력한 회사다.
사람에 관해서는 아무행동도 취하지 않고 단지 조직구성 만을 변화시켜서는 경영을 제대로 한다고 말하기 힘들다.
노동 전문가들은 "아시아와 비교해서도 일본은 판단능력을 키운 인재를 육성 하기 힘들다"며 일본의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성장이 멈춘 일본에서는 사원의 승진이 늦으며 승진 후에도 권한이 매우 제한 돼 있다.
사회적 분위기의 차이도 크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국가 전체적으 로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국에서는 제도가 매일 변화되고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임기응변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격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노이로제까지 걸렸다"고 불평하는 일본의 기업인 들이 있는가하면 험한 기업환경 속에서도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몸에 익한 중국의 기업인들도 있다는 사실은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이 증 국의 기업인들을 모델삼아 창업하는 것도 이런 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위험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퍼져가는 일본에서 격변하는 세계에 적응할 수 있 는 인재를 과연 얼마나 키울 수 있을 것인지 진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이런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 다.
대표적인 예가 호쿠리쿠전력이다.
이 회사는 올해 여름부터 젊은 간부후 보생을 중국 중소기업의 공장으로 2년간 파견보낸다.
말이 파견이지 아무런 지원도 없으니 말 그대로 중국에 버려놓는 것이다.
전형적인 관료조직의 기반 위에 성립된 전력회사의 참신한 시험은 물론 '고독한 무사형 경영자'를 육성 하기 위함이다.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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