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직업이라면 평생 직업을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직장을 쉽게 옮겨다니는 사람보다는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을 낫게 평가한다.
죽는 그 순간까지 전통 고수에의 집념을 버리지 않았던 황순원의 소설 '독 짓는 늙은이'에 대해 외경심까지 느끼게 되는 것은 천직(天職)에 대한 우리의 보편적인 정서 때문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KOTRA 구주본부장 겸 프랑스 파리무역관장이 프랑스 메종 와인학교를 졸업했다는 신문기사도 우리에게 감동을 전달한다.
곧 맞게 되는 정년 후를 바라보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코냑의 향을 평가하는 교육을 받은 것이다. 신문에 난 그의 사진에서는 퇴직을 앞둔 사람의 그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기대에 충만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때 대기업의 부회장까지 하다 지금은 식당의 웨이터로 새 인생을 사는 분의 이야기 역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본의는 아니지만 IMF 구제금융사태 때 일자리를 바꾼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중에는 직종을 바꿔 뒤늦게 성공의 기쁨을 누리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물론 밤잠 안 자고 노력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소질에 맞는 일을 찾아 꿈과 보람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별로 돈도 못 버는 일에 평생을 매달리거나 화려했던 경력을 뒤로 하고 새 일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직종을 바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보수나 남의 시선은 안중에 없다. 그저 좋아서 그 일을 할 뿐이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다시 말해 자신의 희망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할 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능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때 부(富)나 명예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이다.
지금의 사회발전 속도라면 머지않아 사람 숫자만큼 직업이 생길지 모른다. 또한 무한경쟁이라는 말이 결코 아름다운 말은 아니지만 세계화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 돼 있다. 이제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어느 직종에서든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졸업하면 지금 당장 취직이 잘 된다고 또는 돈벌이가 잘 된다고 아이들의 적성이나 특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대학 인기학과에 지원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자신의 아이들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도록 조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김신복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한국일보>
|
전문가 칼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