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취업 희망시에 미국인들이 작성하는 일반적인 이력서에 들어 있지 않는 사항을 모두 고르시오.
1) 성명 2) 주소 3) 학력 4) 경력 5) 특기 6) 취미 7) 나이 8) 생년월일 9) 사진 10) 성별 11) 출생지 12) 종교 13) 가족사항 14) 신장 15) 체중
위 문제는 무척 쉬운 듯하지만, 필자가 장담하건대 미국인이 작성한 이력서를 실제로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위 문제를 맞출 수 없다.
왜냐 하면 보통은 위 사항이 우리들이 주위에서 흔히 보는 이력서에 당연히 들어가는 사항들이므로(신장, 체중은 적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통용되는 이력서라고 해서 크게 다를 까닭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위에 열거된 사항 중 7)항 이후는 미국에서 흔히 보는 이력서에 일체 들어 있지 않다.
이력서만 보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이가 얼마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결혼을 했는지, 고향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신원확인과 실력 및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본 정보 이외에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보는 일체 배제하고자 하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이런 이력서가 채용을 위한 서류 전형에 과연 쓸모가 있을지 의문이 생기겠지만, 어쨌거나 미국의 이력서는 우리나라의 이력서와 이만큼 다르다.
필자는 이러한 이력서의 차이가 한국인이 외국 사람과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다를 수 있을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이 결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들이 살아온 문화와 환경과 경험이 서로 다르고 따라서 세상을 재는 잣대도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많은 문제가 이러한 너무나 당연한 사실, 즉 각자의 잣대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고 또 실제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잊거나 부정하면서 자신의 잣대를 고집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
자신의 잣대가 다른 사람에게는 다르거나 틀린 잣대가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자. <강희철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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