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노동시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좀더 강화해야 한다. 지역마다 산업구조,경제 지리 교통,노동력 수급여건이 다르므로 그 지역 실정에 맞는 실업대책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나서서 책임을 지고 추진해야 그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금년 1·4분기 실업률은 3.6%로 지난해 4.8%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간 실업률 편차가 크고 청년실업률은 10대 12.8%,20대 7.5%로 아직도 상당히 높다. 실업대란은 지났다고 하지만,기업에서 계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고,해고가 예전보다 자유스러워진 노동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이제는 양보다 질적인 측면에서의 실업대책이 요구된다.
질적인 측면에서의 실업대책이란 지역적인 노동력 수급 애로요인과 산업구조 및 노동력 특성의 차이를 감안한 더욱 미시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강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동안 중앙정부인 노동부가 취업알선,직업훈련,청년실업대책,공공근로 등 모든 실업대책을 관장해 왔으나 이제는 지역책임이 좀더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안산·시흥지역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실업대책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2001년 10월)’에 따르면 그 지역 내에 4만여명의 구인과 4만여명의 구직자가 동시에 존재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수급 불일치의 중요한 원인이 공단지역으로서의 교통 불편,주거의 어려움에 있었다고 파악되었다. 지역이 나선다면 수급 불일치의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선진국들의 경우 노동시장 문제해결의 책임과 권한이 최근에는 중앙으로부터 지역으로 이전되고 있는 추세다. OECD LEED(Local Economic and Employment Development)는 1982년부터 지역 실업대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역단위 노·사·정·학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경제와 고용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1993년에 고용 및 직업훈련법을 통과시키면서 지역에 대한 실업문제 해결 권한과 예산배정을 강화했다.
OECD 국가 중 독일과 영국은 각각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분권화되고 중앙집권화된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독일은 1927년부터 각 지역 사회가 실업문제를 책임지는 형태로 노동시장 정책이 운영되어 왔다. 중앙정부인 연방노동사회부의 권한은 노동시장 전체 밑그림 설계와 평가만을 담당하고 구체적 예산배분과 집행은 181개의 지역 고용청이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한편 영국은 실업대책이 중앙정부인 노동부에 의해 수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의 책임과 권한도 상당하다. 영국은 1998년부터 청소년 실업대책과 장기실업대책의 일환으로 뉴딜(New Deal)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노동부가 전국의 28개 지역 ‘일자리센터(Job Center Plus)’에 뉴딜 정책에 대한 예산을 배정하고 업무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직업훈련은 지역 ‘일자리센터’가 관련자들간의 협의를 거쳐 지역 특성에 맞추어 독자적으로 시행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체적으로 실업대책 예산을 배정하여 지역책임을 진다. 영국의 버밍엄 지역 실업대책 예산은 지역 예산이 80%이고 중앙정부 예산은 20%에 불과하다.
사회제도란 문화적 차이가 내재된 것이므로 한꺼번에 우리가 독일식으로 지방분권화로 가야할 것은 아니다. 우리로서는 영국처럼 중앙에서 정책을 관장하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고 민간기관과의 사회적 파트너십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실적별 실업대책 교부금 할당제,지역협의체 구성,신규 학교 졸업자 지역 기업채용 캠페인,지역의 공장유치 노력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청년층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학교 졸업자의 취업 실적에 따라 실업대책비,인턴비용 등을 차등 배정하는 인센티브제를 운용하고,다가오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지역실업문제는 지역책임’이라는 이슈를 마련했으면 한다.
지역협의체의 운영은 행정단위별보다는 근로자 통근의 편의성을 기초로 한 단위로 유연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통근의 편의성을 고려한 469개 지역 고용협의체를 중심으로 지역 정책이 운용되고 있는 영국의 경우가 시사점을 준다.
정인수(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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