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두뇌유출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전체이민 중 취업이민 비율이 97년의 26.3%에서 지난해엔 52.4%로 급증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의 고급 기술인력 공급능력지수는 6.37로 미국 일본은 물론 아시아의 경쟁국인 싱가포르(7.67) 대만(6.88) 홍콩(6.57) 보다 낮았다. 이에 비해 두뇌유출은 97년 보다 배나 늘어 대책마련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됐다.
이는 한마디로 고급 기술인력의 공급은 줄어드는데 해외유출은 가속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박사학위 취득자가 97년의 1578명에서 지난해엔 958명으로 급감한 사실이 사태의 심각성을 증언한다.
해외에 나가 공부하는 사람들이 돌아오면 공백을 매울 수 있으나 이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외국에서 박사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 중 30%는 돌아올 뜻이 없다고 밝혔다.
고급 기술인력 유출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우리의 과학기술경쟁력,즉 국가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두뇌유출은 단순히 머리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우리가 많은 투자를 해 연구 개발한 각가지 정보도 함께 유출 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더욱이 이들은 주로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나 대만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뒷걸음질 치는 것을 뜻한다.
이들이 이처럼 고급기술인력이 한국을 등지는 것은 고용불안에다 낮은 처우 등 보상체계에 대한 불만 때문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열악한 연구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고급 두뇌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애국심에만 호소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처럼 고급 두뇌의 수급불균형 현상이 계속된다면 고급 두뇌대란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보통신기술인력 부족 등 벌써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고급두뇌 수급불균형을 지적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은 최근 아이러니칼하게도 한국의 과학기술경쟁력이 세계 10위 권에 들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한국의 국제특허출원이 세계 8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한국의 과학기술경쟁력이 급성장한 것은 지난날의 투자가 이제 결실을 맺은 것이다. 두뇌유출은 이러한 추세를 이어가려는 우리의 노력이 부족함을 알려주는 경고신호나 다름없다.
'기술패권주의시대'를 맞아 고급 기술인력은 바로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이과외면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많은 과학기술진흥책을 내놓았으나 고급인력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국내 고급인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외국에 나가 있는 유학생이나 외국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혜택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선진국 수준의 보상체계 마련 및 연구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박정희대통령시절 KAIST를 만들던 '정신'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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