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협약의 내용
• 규범적 부분과 그 효력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되고(강행적 효력), 무효가 된 부분과 근로계약에 정하지 않은 사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직률적 효력). 이를 포괄하여 규범적 효력이라 하며 이러한 규범적 효력이 인정되는 부분, 즉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한 조항을 규범적 부분이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임금의 금액ㆍ종류ㆍ지급방법, 근로시간, 휴게, 휴일, 휴가, 재해보상, 안전위생 등 좁은 의미의 근로조건을 의미하며 인사이동, 승진, 상벌, 복무규율 등 인사와 관련한 사항이나 후생복리, 작업환경 등과 같이 넓은 의미에서 근로조건과 관련이 있는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부분을 포함한다. 이러한 규범적 부분은 단체협약의 본질적 기능을 실현하는 필요불가결한 부분으로서 이를 결한 단체협약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의 단체협약이라 할 수 없다.
한편 개별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체결한 근로계약이 단체협약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경우 근로계약이 우선한다는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바,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하여야 한다는 입장과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있다. 기업별 단체협약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협약의 기준은 기업 내에서 표준적・정형적 기준의 성격을 가지므로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을 적용하면 근로자 상호간의 연대의식을 파괴하여 단결을 교란할 우려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 채무적 부분과 그 효력
단체협약의 채무적 효력이란 단체협약의 내용 가운데 민법상 계약에 따른 채무이행의 의무가 발생하는 효력을 말하며 협약당사자 상호간의 권리・의무를 규정한 조항이 채무적 부분이 된다. 일반적으로는 실행의무, 평화의무, 평화조항, 조합원의 범위조항, 숍조항, 조합활동조항, 단체교섭조항, 쟁의조항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협약 전체에 대해 인정되는 채무적 부분 즉 실행의무와 평화의무를 살펴보면, 실행의무는 협약당사자가 협약내용을 준수할 의무(협약준수의무)와 함께 자신의 구성원이 이를 위반하지 못하도록 노력할 의무(영향의무)를 말하며 평화의무란 협약당사자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중 협약 소정사항의 개폐를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로서 협약준수의무의 한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일방당사자는 타방당사자가 실행의무 가운데 협약준수의무를 위반할 경우 그 이행을 청구하고 또한 그 불이행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현행법 아래에서 사용자의 단체협약 불이행을 이유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지만 이러한 권리분쟁도 노동쟁의에 포함된다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며 종전의 판례도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1990.7.10선고 90도755판결; 대법원 1991.5.14선고 90누4006판결). 그러나 영향의무는 협약의 일방당사자가 타방에 대하여 위반행위를 한 구성원을 제재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기에 법적 의무라기 보다는 도덕적 노력의무로서 해석되고 있다.
한편 평화의무는 협약의 소정사항에 한정되는 것으로서 단체협약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이나 단체협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야기된 쟁의행위 등에 대해서는 평화의무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며 유효기간 내라고 하더라도 차기 협약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둘러싼 쟁의행위에 관해서도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 또한 침해행위에만 적용될 뿐 방어행위에는 적용되지 않고 유효기간 중이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체결당시에는 도저히 예견할 수 없는 사정변경이 있고 이에 대해 귀책사유가 없다면 평화의무는 소멸한다고 볼 것이다. 이러한 평화의무의 위반에 대해서는 당해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문제되고 있다. 판례는 평화의무가 단체협약에 본질적으로 내재하고 있으므로 협약질서의 침해로서 정당성이 부정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학설에서는 협약불이행의 책임만이 문제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기타 채무적 부분과 관련된 단체협약의 제조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합원의 범위는 노조가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단체교섭에서 사용자가 이 문제를 거론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지만 노조가 사용자의 요구에 응하여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내지는 비조합원의 범위를 정하는 경우 자주성을 상실하지 않는 한 이를 위법하다거나 무효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노조가 단결력의 유지・강화를 위해서 조합원자격을 근로자의 채용 내지 고용계속의 조건으로 할 것을 사용자에게 요구하여 체결하는 숍조항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노조가입대상 종업원은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된다. 회사는 종업원이 노조가입을 거부하거나 노조를 탈퇴할 시에는 즉시 해고한다.’는 취지의 유니온숍조항이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는데 이는 단체협약의 채무적 부분에 속하는 것으로 사용자는 협약 소정기간 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 등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근로자를 해고할 의무를 진다.
채용ㆍ인사이동ㆍ휴직ㆍ상벌ㆍ해고 등의 인사에 관한 협약상의 조항을 인사조항이라고 하며 특히 조합원 또는 조합간부의 해고에 대해 노조의 동의나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해고동의 또는 협의조항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노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동의・협의・의견참작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바 이들 용어의 차이는 노사간 교섭력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정도를 달리 규정한 것이라 할 것이다.
노조전임제, 취업시간 중 조합활동, 언론활동, 조합게시판의 설치, 조합비공제 등 조합활동에 관한 단체협약상의 제조항을 조합활동조항이라 하며 역시 채무적 부분에 속하게 된다. 기업별 노조가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조합활동의 상당부분이 기업 내에서 기업시설을 이용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감안할 때 조합활동과 기업의 노무지휘권 및 시설관리권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노사간에 단체교섭의 절차 또는 형식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바 이러한 분쟁은 교섭기간의 장기화와 불필요한 힘의 소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이를 예방하고자 단체교섭조항을 두게 된다. 이는 교섭의 절차나 형식에 관한 것으로서 교섭의 장소, 기일, 인원수, 회의록의 작성 등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며 대표적인 것으로 유일교섭단체조항과 제3자위임금지조항 및 교섭사항의 제한 등을 들 수 있다. 이견이 있지만 제3자위임금지조항의 경우 굳이 무효로 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다만 유일교섭단체조항은 다른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전면적으로 침해하므로 무효라 할 것이며 교섭사항을 제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조항은 그것이 단체교섭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구성하는 한 무효가 된다.
마지막으로 단체협약에서 쟁의행위의 제한이나 절차에 관하여 마련한 규정을 쟁의조항이라 하며 이는 그 목적에 따라 평화의무를 명시적으로 합의한 평화의무조항, 쟁의행위 개시 전에 조정절차를 거칠 것을 목적으로 한 평화조항, 쟁의행위의 주체ㆍ절차ㆍ태양ㆍ대체근로금지 등에 관하여 명시한 쟁의절차조항, 기타 면책조항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노무법인 고려
공인노무사 진경호 노무사 korea@klc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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